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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젊은 한국인: 진정성이 담긴 의지가 성공의 초석이 된다
이미나 영남대학교 영어교육과 2015.12.03

대학교 1학년을 마친 후, 케냐로 한국어 교육봉사를 간 적이 있다. 한국어를 가르치며 현지의 친구들과 친분을 쌓고 그들의 삶을 더 가까이 볼 수 있었다. 케냐의 또래 친구들의 상황은 나와 꽤 달랐다. 젊은 청년들이 성공을 향한 배움의 기회를 얻는 경우는 아주 희박했다. 국가의 복지수준도 높지 않았다. 국가 장학금 제도가 있지만 극히 일부만 이용할 수 있고 일반인은 이에 대한 정보를 얻기 어려웠다. 케냐의 청년들은 마음껏 미래를 꿈꾸지 못했다. 케냐에서의 경험은 한 국가에서 정부의 역할이 꿈꾸는 청년들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보게 했다. 이러한 생각으로 개도국의 발전을 위해 정부의 정책 컨설팅, 액션플랜 수립, 제도 구축을 지원하는 KSP 사업에 끌리게 됐다. KSP 사업에서 맡은 국가는 중앙아메리카의 작은 나라, 카리브해의 숨은 보석이라 불리는 ‘벨리즈’였다. 처음에는 이름도 생소한 나라였기 때문에, 수요조사 및 세부실태조사 출장을 위해 국가개황자료를 만드는 일을 맡으며 벨리즈에 대해 자세히 조사했다. 벨리즈 KSP 사업주제는 ①한-벨리즈 과학기술혁신 연구소 설립, ②국가 과학기술 혁신 전략 및 액션플랜 수립이었다.


카리브해의 숨은 보석, 과학기술 혁신을 꿈꾸다
벨리즈는 인구 30만 명의 작은 국가로 농·수산업과 관광산업이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인구는 30만 명에 불과하지만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벨리즈를 찾는 관광객은 해마다 100만 명에 육박할 정도다. KSP 사업도 과학기술연구소를 설립을 통해 농·수산업과 관광산업의 기술경쟁력을 제고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었다. 2014년 11월 2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된 출장에서 벨리즈 관계자로부터 현지의 주요 산업에 외국계 회사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었다. 이들은 이를 우려하여 연구소 설립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산업을 육성하는 그림을 구상하고 있었다.


YKSP로서 회의에서는 사진촬영, 녹취록 작성, 회의록 정리 등의 일을 맡았다. 회의에 참석해 경제개발의 다양한 국면에 대해 현장에서 듣고 배울 수 있었다는 점이 유익했다. 무엇보다도 첫 출장에서 놀랐던 점은 현지 공무원들의 진정성 있는 태도였다. 그들은 진정 국가의 발전을 위해 고민했고 진지하게 회의에 임했다. 특히, 사업의 총괄부처 격인 에너지과학공동기술부의 콜린 영(Colin Young) 차관은 바쁜 일정에도 회의에 두루 참석해 다른 부처의 전반적인 현황과 정책의 주안점을 짚어주는 점이 인상 깊었다. 그들이 보여준 모습은 그간 개도국 정부의 무능함을 탓하고 불신을 가졌던 나의 편견을 깨기에 충분했다. 벨리즈의 학계·업계·유관기관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며 그들의 간절함이 전해져 나도 국가의 고민을 진정으로 대하게 되었다. 개도국 정부의 의지와 태도가 성공적인 사업의 초석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제개발은 인간의 권리뿐 아니라 기회도 보장

한-벨리즈 과학기술혁신 연구소 설립을 위해 우리나라의 과학기술분야 및 발전과정에 대해서도 조사할 필요가 있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미국의 지원을 받아 우리나라가 출연한 최초의 연구기관이다. 중간보고회 일정으로 KIST에 방문해 당시 사업 실행에 착수한 ‘한-베트남 과학기술연구원(V-KIST)’에 대해 듣게 되었다. 이 사업은 한국의 과학기술분야 개발경험의 성공사례인 KIST를 벤치마킹하고자 베트남 정부의 요청으로 시작됐다. 10년 동안 양국의 관계자들이 사전 수요조사, 사업기획 등의 문제로 지속적으로 교류하여 마침내 연구원 설립이 결정되었다. 한-벨리즈 연구소도 아직 전략을 수립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정책자문 과정이 지속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KSP 사업은 단기적인 해법을 가지고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YKSP 활동을 통해 국제개발에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KSP 사업 전에는 국가가 잘 작동하지 않으면 국민의 의식이 변화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국민 스스로가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면 국가도 자연스럽게 발전하리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국민을 설득하고 움직이게 하는 힘은 결국 정부 정책에서 나온다. 가난해서 기회조차 얻을 수 없었던 케냐의 젊은이들, 외국 회사에 밀려 경쟁력을 잃어가는 벨리즈의 기업들을 움직이는 힘은 정부에서 나온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국가의 정책 수립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제개발은 인간의 권리뿐만 아니라 기회도 보장하는 실천인 것이다.


KSP 사업을 통해 배움의 중요성도 새삼 깨달았다. 연구소는 자국 기업에 지식과 기술을 전하고, 정부가 제공하는 교육기회는 저소득층에게 성공의 주춧돌이 된다.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였던 故 길영희 선생의 “학식은 사회의 등불, 양심은 민족의 소금”이란 말이 있다. 배움이 사회를 밝히는 것처럼 KSP 사업으로 전한 지식이 상대국에 작은 등불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