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어 정리
- * 팬데믹(Pandemic)
- 감염병이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는 상태. 세계보건기구(WHO)는 감염병의 위험도에 따라 1~6단계로 나누며, 팬데믹은 최고 경고 등급인 6단계에 해당함.
- ** 국내총생산(GDP)
- 미국 상무부는 대공황 발생으로 경제가 얼마나 나빠졌는지를 측정하기 위해 1932년 러시아 출신 통계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사이먼 쿠츠네츠(Simon Kuznets)에게 지표 개발을 의뢰함. 쿠츠네츠가 개발한 GDP(Gross Domestic Product)는 생산량 측정을 통해 한 나라의 경제 규모와 흐름을 파악할 수 있어 효율적인 정책 수립에 도움이 됨. 1999년 미국 상무부 로버트 샤피로(Robert J. Shapiro) 장관은 GDP를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언급함.
- *** 경제성장률
- 국가 경제의 규모 변화를 나타내는 지표로, 일반적으로 실질 GDP 증가율을 의미함.
- **** 퍼센트포인트(%p)
- 퍼센트(%)가 전체를 100으로 볼 때 전체에서 차지하는 정도 또는 변화율을 의미하는 반면, 퍼센트포인트는 퍼센트 간의 차이를 의미함. 만약 경제성장률이 2019년 3%, 2020년 2%이라면 2020년 경제성장률은 작년과 비교해 1%p 낮아진 것임.
교육과정
- ·중학교「사회」국가 경제, 세계 경제
- · 고등학교「경제」국가와 경제활동, 세계 시장과 교역
경제 지표로 본 코로나19의 충격
코로나19의 흔적은 경제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기 시작했습니다. 경제가 어떤 상태인지 파악할 때 대표적으로 활용되는 경제 지표는 국내총생산(GDP)**입니다.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언급되는 GDP는 일정 기간(보통 한 해 또는 한 분기) 동안 한 국가 안에서 새롭게 생산된 최종 생산물의 시장가치를 합한 것입니다. 경제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파악할 때 활용하는 경제성장률***은 GDP의 증가율을 의미합니다. 즉, 경제성장률은 물가 변동의 영향을 제외한 실질 GDP의 증가율로, 한 나라의 경제 규모가 어느 정도로 증가하거나 감소했는지를 나타냅니다. 일반적으로 직전 분기 또는 직전 연도 등과 같은 시점에 비해 GDP 규모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측정합니다.
우리나라는 2020년 2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1분기(1~3월) 경제성장률이 직전 분기(전기)인 2019년 4분기(10~12월) 대비 -1.3%를 기록했습니다. 또한, 2분기(4~6월)에는 1분기에 비해 -3.3%를 나타냈습니다. 바이러스가 처음으로 발견된 중국의 2020년 1분기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2019년 1~3월)에 비해 -6.8%를 기록했습니다. 1992년에 분기 성장률을 집계한 이래로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또한 중국의 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나타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3월부터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미국은 2020년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32.9%(연율)로, 1947년 분기 성장률 집계를 시작한 이래로 가장 큰 폭으로 경제 규모가 줄었습니다.
표12020년 2분기 경제성장률
2020년 2분기 경제성장률 표
|
전년 동기(2019년 2분기) 대비 |
전기(2020년 1분기) 대비, 연율 |
한국 |
-3.0% |
-12.7% |
미국 |
-9.5% |
-32.9% |
중국 |
3.2% |
54.6% |
자료: 영국 경제 주간지 The Economist, p.72, 2020.8.15.
그런데 미국은 분기 경제성장률을 연율 방식으로 집계합니다.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32.9%를 기록했다는 것은 2분기 미국의 GDP 규모가 1분기에 비해 약 1/3 줄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미국의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연율) -32.9%는 2분기의 GDP 감소 폭이 1년 동안 지속된다고 가정할 때 연간 성장률이 -32.9%가 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분기 성장률(연율)을 4로 나누면1) 해당 분기의 수치와 유사한 값을 구할 수 있습니다. 국가마다 경제 지표를 산정하는 방식과 경제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수치만으로 비교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코로나19가 미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1) 1년은 1분기부터 4분기까지 있기 때문에 4로 나눔.
그렇다면 눈에도 보이지 않는 아주 미세한 바이러스가 어떤 경로를 통해 경제에 영향을 준 것일까요?
GDP는 크게 민간소비, 기업투자, 정부지출, 순수출 네 가지 항목으로 구성됩니다. 국가마다 경제에서 각 항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서로 다릅니다. 예를 들어 미국 경제에서 민간소비 비중은 70%가 넘습니다. 이는 가계의 소비가 미국의 경제성장률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GDP에 가장 크게 영향을 주는 항목은 무엇일까요?
한국은행에서 발표하는 분기별 실질 국민소득 통계 자료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7월 23일 발표된 우리나라의 2020년 2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3.3%입니다. 이는 1998년 1분기(-6.8%)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며,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8년 4분기와 동일합니다. 코로나19의 충격이 세계 금융시스템이 붕괴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GDP를 구성하는 모든 항목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아닙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1분기보다 민간소비는 증가(1.4%)했습니다. 그러나 수출이 16.6% 줄어들면서 경제성장률을 4.1%p(퍼센트포인트)**** 끌어내렸습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수출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경제성장률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민간소비와 기업투자와 함께, 해외 수요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그림2한국 분기별 경제성장률
코로나19가 최초로 발견된 중국은 어떨까요?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2020년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6.8%입니다. 코로나19로 여러 지역이 봉쇄되고 사람들의 이동이 제한되었고, 수많은 공장의 기계가 멈춰 섰습니다. 사람들이 집에서 모든 경제활동을 하는 이른바 ‘자이징지(재택경제)’가 확산됐습니다. 2분기 들어서는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경제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3.2%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의 6~7% 수준에는 못 미치고 있습니다.
그림3중국 분기별 경제성장률
2020년 2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1929년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성적표라고 불릴 정도로 낮습니다. 미국 경제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1분기보다 34.6% 줄어, 경제성장률을 25%p 끌어내렸습니다. 3~4월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증가하자 일부 주(州)는 2주간 ‘자택대피명령(stay-at-home)’을 내렸고, 식료품 상점과 약국과 같은 필수 사업장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영업장이 문을 닫았습니다. 소비가 위축되자 상점에 고용된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줄었습니다. 기업도 코로나19로 생산을 멈추었습니다. 수요 위축으로 2분기 기업투자는 전기의 절반(-49%) 수준으로 줄어 경제성장률을 9.36%p 낮췄습니다.
그림4미국 분기별 경제성장률
이처럼 GDP를 통해 한 국가의 소비, 투자와 같은 경제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GDP는 경제정책 추진의 중요한 근거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으로 위축된 소비를 되살리기 위해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때면 세금을 인하하거나 정부지출을 늘려 생산활동을 장려하기도 합니다. 코로나19 이후 여러 국가는 고용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기업을 지원하는가 하면, 사람들의 줄어든 소득을 보전해 주는 정책을 펼쳤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각국의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경제성장률은 매우 낮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경제는 소비와 생산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소비가 줄어들면 기업의 수입이 감소하고, 이로 인해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줄어들게 됩니다. 그 여파로 소비 수요가 줄고, 이처럼 수요가 줄어들면 기업의 생산과 투자가 위축됩니다.
그림5소비와 생산의 연결고리
또한, 한 국가의 경제활동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다른 나라에 영향을 줍니다. 제품 하나를 만들 때, 한 국가에서 제품을 기획하고 원재료를 구해 생산하고 판매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을 생산할 때 내외장재, 디스플레이, 카메라, 배터리 등 주요 부품을 우리나라 기업에서 만들면, 이것을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에 수출해 그 나라 공장에서 생산(조립)합니다. 완성된 스마트폰은 여러 국가로 수출돼 소비자가 구매하게 됩니다. 즉, 해외 시장에서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 그 국가 GDP에 포함되는 민간소비가 줄어드는 동시에 그 스마트폰을 생산하거나 수출하는 국가의 기업투자나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예상치 못한 바이러스는 물리적으로 또는 심리적으로 사람들의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GDP와 같은 경제 지표에 고스란히 반영됩니다. GDP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제주체가 누구인지, 그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고, 나아가 그 원인에 따른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새로운 환경에 직면한 많은 국가가 마이너스 수치를 나타내는 경제성장률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것은, 국민들의 삶이 경제 지표의 움직임과 맞닿아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