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어 정리
- * 관세
- 수입하는 물품에 부과하는세금. 관세로 인해 수입품의가격이 비싸지는 효과가 나타남(수출품에 부과하는 관세도 있지만, 실제로 활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음).
- ** 대공황
- 1929년부터 1939년까지이어진 세계 경제 침체기를 의미함. 이때 전 세계는 심각한 수준의 디플레이션과 높은 실업률, 생산과 소비의 위축을 겪음.
- *** 세계무역기구
(WTO:World Trade Organization)
- 국가 간 무역 규칙을 다루는국제기구로 1995년 1월 1일 출범함. 우리나라는 WTO출범과 동시에 회원국으로 가입함. 국가 간 발생하는 무역 분쟁과 마찰을 조정하는 역할을 함.
- **** 자유무역협정
(FTA:Free Trade Agreement)
- 무역 장벽을 완화하거나 제거하는 협정으로 협정국에만 무관세나 낮은 관세를 적용함. 두 나라가 맺기도 하지만 인접한 여러 나라가 동시에 맺기도 함.
교육과정
- · 중학교 「사회」 국민 경제와 국제 거래
- · 고등학교 「경제」 세계 시장과 교역
- · 고등학교 「경제 지리」, 공업과 무역
- · 고등학교 「상업경제」, 무역과 국제 경제
“We’re looking at TikTok, we’re maybe banning TikTok.”
“우리는 틱톡을 주시하고 있고 어쩌면 앞으로 틱톡을 금지할 수도 있다.”
2020년 7월 31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한 말입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8월 6일 미국 내 틱톡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1) 틱톡은 15초짜리 짧은 동영상을 찍어 바로 공유할 수 있도록 중국 스타트업 기업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입니다. 틱톡은 전 세계 이용자가 8억 명이 넘고 특히10~20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가수 화사의 ‘마리아 챌린지’,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를 통해 이름을 널리 알렸습니다. 미국에서는 월간 이용자가1억 명이 넘을 정도로(2020년 8월 기준)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을 트럼프 대통령은 왜 미국에서 퇴출하려고 했을까요?
답을 찾기 위해서는 2018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당시 미국은 철강, 알루미늄 등 중국산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맞서 중국 또한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서로 높은 관세를 매기겠다고 선언한 뒤 행동에 옮기면서 미국과 중국은 본격적인 무역 분쟁을 시작했습니다.2020년 들어 미국은 안보와 지적재산권 문제를 이유로 중국 통신 장비 업체인 화웨이에 제재를 가했습니다.2) 그리고 틱톡의 퇴출을 시도하기도 하며 여러 분야에서 분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미·중 무역 분쟁으로 보는 보호무역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왜 이러한 조치를 취하는 것일까요? 바로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에서 지속적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 행정명령은 미국 대통령에게 있는 행정집행 명령권한을 의미함. 별도의 입법 절차 없이도 대통령의 명령하나가 입법과 같은 효력을 지님. 이 명령이 기존의 다른 법률을 침해한다고 판단되면 연방법원이 정지시킬 수 있음. 틱톡 사용 금지의 경우도 행정명령이 연기되다가 연방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린 상태임
2) 미국의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생산한 반도체의 경우, 미국의 사전 승인 없이 화웨이에 원칙적으로 공급하지 못하도록 한 제재를 의미함.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화웨이에 반도체를 판매하는 회사로 이 제재에 영향을 받음.
그림1미국의 전체 무역적자와 대중 무역적자
미국은 1970년대부터 상품 무역에서 적자를 기록해 왔습니다.3) 무역적자는 금액을 기준으로, 한 국가가 상대국으로 수출한 것보다 수입한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수입보다 수출이 많을 때는 무역흑자라고 합니다. 그림 1 을 보면 미국의 무역적자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중(對中)4) 무역적자는 2003년 1,239억 달러에서 2018년 4,191억 달러로 3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무역적자는 보통 수출이 감소하거나 수입이 증가할 때 늘어나게 되는데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확대는 수입이 증가하는 경우입니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이 여러 산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그 결과 미국의 대중 수입이 증가한 것입니다. 가격경쟁력이 높은 중국산 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면 결국 미국 내 관련 산업이 위축되어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는 2000년 1,732만 명에서 2009년 1,145만 명으로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이 아니던 2013년에도 “2010년에만 대중 무역적자로 56만 6천 개 이상의 일자리를 잃었다. 이런 상황이 미국 근로자들에게 지속될 순 없다.”고 트위터를 통해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이 된 후에는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고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며 중국과 무역 분쟁을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한 국가가 자국의 산업과 국민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무역에 개입하여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을 보호무역이라고 합니다.
3) 미국은 일반적으로 상품 무역에서는 적자를 기록하고 서비스 무역에서는 흑자를 기록함. 상품 무역의 적자액이 커서 상품 및 서비스수지는 적자임.
4) ‘중국에 대한’이라는 뜻으로 대중 수입품이라면 중국에서 수입하는 물품을 뜻함. 대중 수출은 중국으로 수출하는 것을 말함.
♦ 과거에는 어떤 무역 분쟁이 있었을까?
보호무역으로 인한 무역 분쟁은 과거에도 무수히 발생했습니다. 19세기 중반 영국은 차(茶)의 수요가 늘어나 중국으로부터 차를 대량으로 수입했고, 이로 인해 많은 무역적자를 보게 됩니다. 한편 영국은 중국에 아편을 수출하기 시작했는데 아편의 중독성 때문에 사회 문제가 생기자 중국에서는 아편 수입을 금지하기에 이릅니다. 그러자 영국은 최신식 무기로 무장하고 중국을 공격했고 이것이 바로 1839년에 발생한 아편전쟁입니다. 무역 갈등이 실제 전쟁으로 확산된 대표적 사례입니다. 결국 중국은 영국에 패배했고 항구를 개항해 영국과의 거래를 이어나가게 됩니다.
그로부터 약 100년 뒤인 1930년대에는 세계가 대공황**에 접어들게 됩니다. 미국은 생산이 급격히 감소하고 실업이 급증하자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을 통과시켰습니다.1930년에 제정된 이 법으로 미국은 2만 여 종류의 수입품에 평균 59%, 최고 400%의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캐나다·영국·독일 등 무역 상대국들은 즉각 미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했습니다. 이렇게 전 세계가 관세 인상 경쟁을 벌이고 무역장벽을 쌓으면서 세계 무역량은 그림3 에서 보듯 1929년 약 90억 달러에서 1933년 약 30억 달러로 대폭 줄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스무트홀리 관세법이 대공황을 더욱 심화시켰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림3대공황 당시 전 세계 분기별 무역액
♦ 낮아진 관세장벽과 높아진 비관세장벽
이처럼 과거에는 무역에서 갈등이 있을 때 무력을 동원해 전쟁을 일으키기도 했고, 수입품에 관세를 더 많이 부과하는 방식으로 대응했습니다. 그러나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로 자유무역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자유무역협정(FTA)****이 대표적입니다. 전 세계 여러 나라가 서로 FTA를 체결하며 협정국에 인하된 관세율을 적용해 거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그림4 에서 보듯 1994년 8%가 넘던 세계 평균 관세율은 2017년 2%대로 떨어졌습니다.
그림4세계 평균 관세율

이렇게 낮아진 관세장벽 대신에 각국은 비관세장벽을 도입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보호무역을 펼치기도 합니다.비관세장벽은 관세를 제외한 모든 무역 제한 조치를 의미하는데 그 종류가 다양합니다. 수출하는 과정을 복잡하게 만들거나 위생검역절차를 까다롭게 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게 하거나, 추가 인증을 요구하는 등 수출국이나 생산자에게 부담을 주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조치들이 무역을 하는 당사자들에게는 넘기 어려운 장벽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의 연구에 따르면, 비관세장벽에 대응하는 데 드는 비용은 관세장벽보다 3배 정도 높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WTO의 2019년 연간 보고서에 의하면 2019년 비관세장벽은 2005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그리고 무역기술장벽(TBT)
비관세장벽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무역기술장벽(Technical Barriers to Trade, TBT)입니다. TBT는 기술규정과 표준, 적합성 평가절차가 나라마다 서로 달라 무역에 방해가 되는 여러 요소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WTO 회원국들은 TBT로 인한 무역 피해를 막기 위해 TBT 협정을 이행하고 있습니다. 이 협정에 따라 각 회원국은 기술규정, 표준 등을 변경하거나 새로 만들 때 WTO 회원국에 통보해야 하는데, 이것을 TBT 통보문(Notification)이라고 합니다. 그림5 에서 보듯 TBT 통보문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새로 생겨나는 기술 규정이 많다는 것이고, 비관세 장벽이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TBT 통보문 수가 특히 증가한 구간을 살펴보면, 2007~2010년, 2011~2012년입니다. 각각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가 발생한 시기입니다. 세계 경제가 위기를 겪을 때 비관세장벽, 즉 보호무역주의가 강해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림5전 세계 TBT 통보문 건수 추이
기술장벽은 선진국에서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도상국과 신흥국에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2019년 선진국에서 발행된 TBT 통보문은 323건인 반면, 개발도상국·신흥국에서 발행된 통보문은 1,309건입니다. 2019년 한 해에만 총 3,336건의 TBT 통보문이 발행되었습니다. 세계적으로 국민의 안전과 보건, 환경보호, 정보보안 등 삶의 질적 향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TBT 통보문이 발행되는 분야는 식/의약품, 전기전자, 정보디지털, 교통·안전, 바이오환경 등으로 다양합니다.
또한 TBT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로봇, 통신 등을 분야에서 기술과 시장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활용되기도 합니다. 자율주행자동차나 전기차, 공유 플랫폼 서비스, 정밀의료 등 디지털· ICT 기술과 결합해 새로 생겨나는 상품이나 서비스 산업은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국제적으로 명확한 규칙이나 표준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국가에서 나서서 수입을 제한하기도 할 만큼 무역은 경제에 중요합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 무역액(수출액+수입액)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60%입니다.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높은 편으로, 2019년 GDP 대비 무역액은 76%였습니다. 무역 환경에 변화가 있을 때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세계 무역은 위축되었고, 디지털 경제로의 이행이 가속화되면서 디지털·정보보안과 관련한 기술을 보호하려는 움직임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가 문을 걸어 잠그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11월 15일 한국을 비롯해 아세안(ASEAN),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총 15개국이 RCEP5)에 최종 서명하였습니다. 이렇게 지역 간 자유로운 거래를 통해 원활한 무역 환경을 만들려는 노력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의 여러 모습이 공존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 세계의 무역 환경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5) 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으로 총 15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FTA임.
<경제로 세상 읽기>는 기획재정부 경제교육포털 경제배움e(www.econedu.go.kr)에 탑재된 자료입니다. 현실에서 마주할 수 있는 경제 현상이나 경제의 흐름을 교과서에 나오는 기본 경제 개념으로 풀어보는 코너입니다.
* 내용 문의 또는 주제 제안: leejy@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