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요 급증과 공급 부족이 맞물리면서 인플레이션이 주목받고 있다. 2021년 3월 미국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했고, 4월에는 3월보다 더 큰 폭인 4.2% 상승했다.
- 이코노미스트, The bottleneck economy, 2021. 5. 15. -
불 들어온 인플레이션 경고등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늘어나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가격이 상승하는 최근의 경제 상황을 ‘병목 경제(The bottleneck economy)’라고 표현했습니다. 2021년 들어 전 세계적으로 철강부터 구리, 목재, 반도체까지 원자재의 가격이 크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그림1은 대표적인 원자재 가격 지수인 S&P GSCI1) 추이를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2020년 초반 코로나19 확산으로 급격히 하락하던 원자재 가격 지수가 2021년 3월부터는 코로나19 발생 이전보다도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림12019~2021년 S&P GSCI 추이
자료: S&P Dow Jones Indices
각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위축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개인과 기업에 지원금을 지급하거나 대출을 지원하는 등 많은 돈을 뿌렸습니다.2) 그 결과 시중에 쓸 수 있는 돈, 통화량은 많아졌습니다. 또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진행되자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경제 전반에 걸쳐 수요가 빠른 속도로 늘어났습니다. 사람들이 그동안 참아왔던 소비를 늘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소비 부진에 대응해 줄였던 생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이전보다 많은 원자재가 필요한데, 이렇게 늘어나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표적인 원자재 소비국인 중국의 경기 회복에 따라 원자재 수요가 급증했습니다. 주요 원자재 중 하나인 구리 생산 세계 1, 2위인 칠레와 페루는 근로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광산 채굴이 더뎌져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페루에서는 광산업 축소 움직임까지 전개되면서 구리 공급이 더욱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그림2 2020~2021년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 지수 추이
자료: Shanghai Shipping Exchange
원자재를 실어 나르는 선박의 운임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경제가 위축되면서 세계를 오가는 물자의 양이 줄어들자 해운 업계도 운항 스케줄을 줄였는데 최근 들어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그림2 는 15개 컨테이너 운송 항로의 운임을 종합한 운임 지수의 변화를 나타낸 것입니다. 2021년 들어 이 지수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운송할 배를 구하기 어려워 항공 운송을 찾는 기업이 늘면서 항공 운임도 오르고 있습니다. 2021년 5월 10일 항공 화물 운송 지수(TAC Index)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렇게 원자재 가격과 함께 운임까지 상승하게 되면 생산 비용이 올라가기 때문에 생산자는 이윤을 남기기 위해 가격을 올릴 수 있습니다. 이처럼 수요는 급증하는데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자 인플레이션(Inflation)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1) S&P GSCI는 S&P Goldman Sachs Commodity Index의 줄임말로 24개 원자재 가격의 변화를 보여주는 지수임.
2) 코로나19 확산 직후 세계 경제가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는 <경제로 세상 읽기> 2021년 2월호 ‘세계는 왜 헬리콥터 머니를 뿌렸을까? (bit.ly/2ScVraE)’를 참고하기 바람.
통계로 보는 물가 상승
인플레이션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수인 소비자 물가 지수(Consumer Price Index: CPI)가 실제로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소비자 물가 지수는 일반 가구에서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평균적으로 나타낸 물가 지표입니다. 이 지수를 계산하기 위해 조사하는 품목은 상황에 따라 조정됩니다.그림3을 보면 한국과 미국, 유로존 모두 소비자 물가 지수 상승률이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4월 CPI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이 4.2%로 예상을 크게 웃돌며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더 높아졌습니다. 물가의 변동은 지난해 특정 시점에 비해 물가가 변화한 정도를 나타냅니다. 2020년 3~4월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면서 생산 활동이 매우 부진했던 시기입니다. 최근 몇 달간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높게 느껴지는 것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소비자 물가 지수가 낮았기 때문입니다. 이를 기저효과라고 합니다.
그림3 소비자 물가 지수 상승률 추이
자료: 한국 통계청, 미국 노동부, 유로존 유럽중앙은행
4월 미국 소비자 물가 변동을 들여다보면 거의 모든 품목의 가격이 올랐는데, 그중에서도 원유, 자동차 연료, 전기 등 에너지 가격이 25.1%, 중고차 가격이 21% 올랐습니다. 그런데 왜 자동차의 가격은 1.6% 오른 반면 중고차 가격은 21%나 올랐을까요?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언급한 ‘병목 경제’라는 표현에 답이 있습니다. 자동차의 생산에 필요한 반도체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신차 생산에 차질이 생겼고, 그 대신 중고차로 수요가 몰려 중고차 가격이 급등한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의 정체는?
최근 경제 상황을 토대로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의 배경을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살펴보았습니다. 지금부터는 인플레이션이 무엇이며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인플레이션은 물가 수준이 지속해서 상승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물가가 오르면 같은 양의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의 양이 예전보다 줄어듭니다. 1년 전에는 10,000원으로 계란 한 판과 파 한 단을 사고도 남았는데 지금은 12,000원을 주고서야 살 수 있습니다.3)이를 두고 돈의 가치가 떨어졌다고도 하고, 화폐의 구매력이 낮아졌다고도 합니다. 이런 상황이 경제 전반에 걸쳐 일정 기간 동안 지속될 때를 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지난해에는 한 시간에 500원이던 PC방 이용료가 올해는 1,000원으로 올랐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PC방 가격이 두 배 올랐다고 해서 이것을 인플레이션 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가격은 어떤 상품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내는 돈의 액수를 말합니다. 물가는 여러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한데 모은 뒤 이 가격들의 전반적인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표현한 것입니다. 따라서 개별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물가가 상승했다고는 하지 않습니다.
이런 물가의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우리는 물가 지수를 활용합니다. 기준이 되는 특정 시점(기준연도)의 물가를 100으로 볼 때 비교하려는 연도의 물가 수준을 지수로 나타낸 것이 물가 지수입니다. 2020년 물가 지수가 105.4라는 것은 기준연도로 설정한 2015년보다 물가가 5.4% 상승했다는 뜻입니다.4) 물가 변동을 나타내는 지수에는 소비자 물가 지수, 생산자 물가 지수*, GDP 디플레이터** 등이 있습니다.
그림4 1920~1923년 미국 달러당 마르크 환율
자료: 통계청
인플레이션은 왜 일어나는 걸까요? 먼저, 경제 전반에 걸쳐 수요가 증가해 물가가 상승할 수 있습니다. 또한 경제 전반에 걸쳐 비용이 인상되거나 공급이 부족할 때도 물가가 상승할 수 있습니다. 사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물가가 상승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경제가 계속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경기가 좋을 때는 제품이 잘 팔리기 때문에 기업은 제품 가격을 올리는 한편,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더 많은 원자재를 구매합니다. 생산에 필요한 노동을 확보하기 위해 또는 증가한 이윤을 활용해 직원들의 임금을 올리거나 고용을 늘리기도 합니다. 가계가 얻는 소득이 늘어나기 때문에 소비도 증가합니다. 이러한 인플레이션은 경제 성장에 따르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3) 2021년 4월 우리나라에서 파와 계란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30%, 45% 상승함.
4) 우리나라의 경우, 기준연도는 5년마다 바뀌는데 현재는 2015년이 기준연도임.
용어 정리
- * 생산자 물가 지수
- (Producer Price Index: PPI)
- 국내 시장에서 기업 간에 거래되는 재화와 서비스의 평균적인 가격 변동을 측정한 물가 지수. 기업의 생산 비용과 관련된 지수로, 한 달 정도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 지수에 영향을 줌.
- ** GDP 디플레이터
- 국내총생산(GDP)은 일정 기간 동안 국내에서 일어난 경제 활동(소비, 수출, 투자, 정부지출 등)의 총합임. 따라서 GDP 디플레이터는 모든 물가 요인을 포괄하는 가장 종합적인 물가 지수로,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값에 100을 곱해 산출함.
교육과정
- · 고등학교 「경제」 , 국가와 경제활동
- · 중학교 「사회」 국민경제와 국제 거래
인플레이션의 영향
그러나 임금이 오르는 속도보다 물가가 오르는 속도가 더 빠를 때 나타나는 인플레이션은 사람들의 생활을 힘들게 합니다. 흔히 월급 빼고 다 올랐다고 표현하는데, 내가 얻는 소득은 그대로이지만 돈의 실제 가치가 떨어지면 보유한 돈으로 사거나 할 수 있는 것의 양이 줄어들게 됩니다. 인플레이션이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될 때는 돈의 가치가 더 떨어지기 전에 쓰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 저축이 줄고 소비가 늘게 됩니다. 하지만 결국 오르는 물가에 비해 임금은 오르지 않아 실질 소득이 계속 줄어든다면 점점 지갑을 닫게 되어 경기가 둔화될 수 있습니다. 기업은 어떨까요? 화폐 가치가 계속 떨어져 저축이 줄면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를 위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투자가 원활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기업의 생산 활동이 위축될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통제를 벗어나 경제가 마비되는 일도 실제 일어난 적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물가 상승률이 월 50%를 초과할 때를 하이퍼 인플레이션(Hyper Inflation)이라고 부릅니다. 석유 매장량 세계 1위인 베네수엘라 경제는 2014년부터 원유 가격이 하락하면서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은 막대한 양의 화폐를 발행했습니다. 경제와 정치 불안이 가중되면서물가 상승률이 1만%를 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습니다.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279만 7,500볼리바르를 내야 했던 적도 있고, 돈을 일일이 셀 수 없어 돈의 무게를 잰 다음 물건 값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현실에서 자주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지만 하이퍼 인플레이션 사례를 통해, 물가 안정을 지키는 일이 국민과 국가 경제에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파수꾼, 중앙은행
이처럼 인플레이션은 개인과 기업, 그리고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나라마다 중앙은행을 두어 물가 안정을 위한 통화정책을 펼치도록 합니다. 많은 국가에서 중앙은행은 정부로부터 독립되어 독자적으로 정책을 펼칩니다. 화폐를 지나치게 많이 발행해 경제 전반이 큰 위기를 겪지 않도록 물가와 경제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근거로 통화정책을 펼칠 수 있는 권한을 중앙은행에 부여한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은행이, 미국에서는 연방준비제도가, 유로화를 함께 쓰는 유로존에서는 유럽중앙은행이 그 역할을 담당합니다.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제시한 뒤 이에 맞게 통화정책을 추진해 나갑니다. 한국은행은 이 목표치를 전년 동기 대비 2%로 잡고 있습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021년 5월 27일 금융통화위원회5) 회의 직후, 최근 국내외 경제 성장으로 물가 상승 전망치가 높아졌지만, 국내 경제의 견실한 회복세가 지속될 수 있도록 당분간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는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을 목표로 통화정책을 추진합니다. 경제가 잘 작동해 고용의 증가를 뒷받침하는 물가 상승률을 2%로 보고, 이 수준의 유지를 목표로 통화정책을 펼치고있습니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최근의 물가 상승에 대해 5월까지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런데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6) 회의 직후 현재의 통화정책의 방향을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유럽중앙은행은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유로화를 사용하는 국가들의 통화정책을 관장합니다.7) 이전에는 개별 국가의 중앙은행이 자국의 통화정책을 담당했지만, 단일통화인 유로화를 사용하고부터는 유럽중앙은행이 유로존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통화정책을 펼칩니다. 유럽중앙은행은 물가 상승률이 2%에 약간 못 미칠 때를 적정 수준이라고 보고, 이를 목표로 통화정책을 추진합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물가가 최근 크게 올랐지만 하반기에는 일시적 요인이 사라지면서 물가 상승률이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경제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을 계속 펼쳐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미국, 유로존 중앙은행 모두 물가 상승률이 약 2%를 유지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보고 있으며, 물가 상승률을 통화정책의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음을 살펴보았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위축된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각국 정부는 여러 정책 수단을 동원했습니다. 시중에는 자금이 풍부해졌고 가계와 기업은 소비와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경제 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최근의 물가 상승이 일시적 현상인지, 인플레이션의 시작 단계인지를 예측해 보려는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들어 자주 듣게 되는 인플레이션 우려의 배경이 무엇이며, 인플레이션이 우리 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중앙은행은 왜 인플레이션을 관리하려 하는지 등을 중심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적정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가계와 기업의 경제 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됩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경제 성장에 큰 해를 미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은 모든 경제 주체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경제 현상입니다.
<경제로 세상 읽기>는 기획재정부 경제교육포털 경제배움e(www.econedu.go.kr)에 탑재된 자료입니다.
현실에서 마주할 수 있는 경제 현상이나 경제의 흐름을 교과서에 나오는 기본 경제 개념으로 풀어보는 코너입니다.
* 내용 문의 또는 주제 제안: leejy@kdi.re.kr
5) 금융통화위원회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정책 결정 기구임.
6) 연방공개시장위원회(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FOMC)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의 기구로, 우리나라 한국은행 의금융통화위원회처럼 통화정책의 주요 사항을 결정함.
7) 1999년 1월 1일부터 통용되기 시작한 유로화는 2002년 1월 1일 기준으로 유로존의 공식 화폐가 됨. 2021년 6월 현재 유로화를 도입한 유럽 국가는 19개국임. 유럽은 궁극적으로 경제 통합을 목표로 재정 및 통화 여건을 수렴해 가는 중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