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인 1910년대 후반, 스페인독감이 미국에서 퍼질 때 아이들이 지어 부르던 노래입니다. 당시 미국은 1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고 있는 유럽에 병력을 파견하고 있었습니다. 미국에서는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전염병 소식을 보도하지 못하게 했으나, 이미 전염병은 아이들의 노래 가사에 등장할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었습니다. 전염병은 사람들이 모이는 한 퍼지기 마련이어서 감추려야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지금처럼 국가 간 사람들의 교류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환경에서는 바이러스가 금세 전 세계로 퍼져 나가게 됩니다. 세계화로 인해 바이러스는 상품과 서비스의 이동처럼 ‘더 멀리, 더 빨리, 더 깊게, 더 싸게(쉽게)’ 전파되었습니다.2)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견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가 2020년 1월부터 전 세계로 퍼지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해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는 바이러스의 세계적 대유행을 뜻하는 팬데믹(Pandemic)을 선언합니다.
유목 생활을 하던 인류가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며 정착 생활을 하기 시작한 이래 천연두·흑사병·콜레라와 같은 전염병은 인류와 함께해 왔습니다. 과학과 의학이 발달한 21세기에 들어서도 전염병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2002년 사스(SARS), 2009년 신종플루, 2012년 메르스(MERS), 2014년 에볼라(Ebola) 등이 확산하면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는 1년 반 이상 코로나19로 인해, 자유롭게 사람들을 만나거나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었던 이전과는 180도 다른 생활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1) 제니퍼 라이트(Jennifer Wright), 『세계사를 바꾼 전염병 13가지』(산처럼) 217쪽에서 발췌.
2) 2020년 5월 19일에 방영된 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문정인 연세대학교 명예특임교수가 『세계는 평평하다』(창해)에 언급된 세계화의 특성에 비유해 한 말임.
♦ 2020년 세계 각국,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이너스 성장률 기록
사람들의 물리적 교류를 막고 있는 코로나19는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코로나19가 확산하자 각국 정부는 많은 사람이 접촉하지 않도록 사람들의 이동, 공공시설과 상점의 운영을 제한했습니다. 심한 경우, 도시와 도시 간 이동이 금지되고, 국가와 국가를 잇는 항공편의 운행도 중단되었습니다. 재택근무와 비대면 수업도 일상화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2020년 사람들의 소비와 기업의 생산이 줄면서 많은 나라에서 국내 총생산(GDP)*이 감소했습니다. 그림1은 여러 국가의 실질 GDP 성장률 추이를 나타내는 그래프인데, 2020년 성장률이 중국을 제외하고 모두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것은, 한 해의 생산이 비교 대상인 직전 해보다 감소했음을 의미합니다. 그림1의 2020년 이전 추이에서 나타나듯이, 특별한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 한 경제는 이전의 추세와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하게 되어 있습니다. 2020년에는 인간이 통제하지 못한 강력한 바이러스로 인해 많은 나라에서 경제 규모가 뒷걸음쳤습니다.
그림1 실질 GDP 성장률 추이

주: 2021년 수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임.
자료: IMF, 「World Economic Outlook Database」, 2021. 4.
각국 정부는 백신 접종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백신 물량 확보에 애쓰는 한편, 피해를 본 가계와 기업에 경제적 도움을 주고 부진한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3) 202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실시한 조사에서 각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이전으로 경제를 회복시키는 것이 최우선 순위 정책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백신 접종이 진행되는 가운데 델타변이와 같은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하면서 백신 접종 후에도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돌파감염 사례도 나오고 있어 아직 코로나19의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용어 정리
- * 국내 총생산
(Gross Domestic Product: GDP)
- 한 국가 안에서 일정 기간 동안 최종적으로 생산된 상품과 서비스의 시장 가치를 합한 금액.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은행이 분기별·연도별 GDP를 산출해 발표함.
- ** 노동 생산성
- 근로자 1인이 일정 기간 동안 산출하는 생산량 또는 부가 가치를 의미함.
- *** 실질 임금
- 물가 상승을 고려한 돈의 실질적인 가치로 나타낸 임금. 명목 임금을 소비자 물가 지수로 나누어 산출함.
교육과정
- ·중학교「사회」국가 경제, 세계 경제
- ·고등학교「경제」국가와 경제활동
표 각국 정부가 밝힌 최우선 순위 정책
각국 정부가 밝힌 최우선 순위 정책
| 순위 |
정책 |
| 1 |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경제 성장세 회복 |
| 2 |
취약 계층 보호 |
| 3 |
환경을 고려한 경제 시스템 구축 |
| 4 |
저소득층에 일자리 기회 제공 |
| 5 |
부채의 지속가능성 확보 |
| 6 |
기타(디지털화, 혁신 추구 등) |
| 7 |
보건 분야 개혁 |
| 8 |
경제 부문 간 격차 해소 |
| 9 |
청년 대책 |
주: OECD가 회원국 가운데 26개국과 브라질·불가리아·루마니아 정부를 대상으로 최우선 순위 정책이 무엇인지 묻는 조사를 실시함.
자료: OECD, 「Government at a Glance 2021」, 2021. 5.
OECD는 2021년 5월에 발표한 「OECD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의 회복 전망이 밝아졌지만, 앞으로의 회복세는 세계 여러 국가의 경기가 함께 상승세를 타는 이전의 양상과는 다를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즉, 백신 접종 진전 상황과 공중보건 정책에 따라 국가마다 회복세가 차이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GDP 총금액보다 국민 개개인의 생활 수준을 더 잘 나타내는 지표인 1인당 실질 GDP 기준으로 중국과 터키는 이미 코로나19 확산 이전으로 회복한 가운데, 한국·러시아·미국 등은 2021년 중반에, 유럽의 대부분 국가는 2022년 중반이 되어야 회복할 것으로 OECD는 예측했습니다.
그림2 경제가 코로나19 확산 이전으로 돌아가기 위해 남은 시간

주:1인당 실질 GDP가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4분기보다 높은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을 나타냄. OECD 분류 기준으로 파란색은 선진국(Advanced Countries), 붉은색은 신흥국(Emerging Countries)을 의미함.
자료: OECD, 「OECD Economic Outlook」, 2021. 5.
3)코로나19 확산이 경제에 미치는 타격을 줄이기 위해 각국 정부가 어떻게 대처했는지는 <경제로 세상 읽기> 2021년 2월호 ‘세계는 왜 헬리콥터 머니를 뿌렸을까?’를 참고하기 바람.
♦ 1918년 인플루엔자가 미국 경제에 미친 영향
지금부터는 과거의 전염병이 사회·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918년 인플루엔자는 1차 세계대전 중인 1918년에 발생해 2년간 유행한 전염병입니다. 이 전염병은 스페인독감이라고 불려 스페인에서 가장 먼저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은 미국 캔자스주의 한 병영에서 처음 발생해 전 세계로 퍼졌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입니다.4) 당시 유럽에서 치러진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기 위해 미국의 병사들이 유럽으로 이동하면서 이 전염병은 유럽을 경유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갔습니다. 이 전염병에 걸려 사망한 사람은 1차 세계대전 전사자인 900만 명보다 많은 약 5천만 명으로, 당시 전 세계 인구의 3%에 해당합니다. 유럽이나 미국과 거리가 먼 우리나라에서도 무오년독감으로 불리며 당시 인구의 1.8%인 약 14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세기 최악의 전염병으로 불린 1918년 인플루엔자로 인해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자 미국에서는 외부 집단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게 됩니다. 그 결과, 국적별 이민자를 제한하는 법이 1921년에 제정되었습니다. 국적별로 이민자 쿼터를 정해 그 쿼터만큼 이민자를 받는 이민법인데, 이 이민법이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요?
일반적으로 이민자는 젊은 층으로, 결혼과 자녀 양육 과정에서 소비를 부양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이민법 제정으로 이민자가 줄면서 이들이 소비를 뒷받침하는 효과가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민자들은 노동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민자가 줄면서 노동의 공급이 감소했고 이로 인해 노동의 대가인 임금이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노동은 토지, 자본과 함께 기업이 생산을 위해 필요로 하는 생산 요소입니다. 생산 요소 시장에서 가계는 기업에 노동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기업으로부터 임금을 받습니다. 즉, 노동 시장에서 가계는 노동의 공급을, 기업은 노동의 수요를 담당합니다.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노동 시장에서도 노동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 즉 임금이 결정됩니다. 가계의 노동 공급이 기업의 노동 수요보다 적으면 임금은 상승합니다. 반대로 가계의 노동 공급이 기업의 노동 수요보다 많으면 임금은 하락합니다. 이민법 제정으로 미국에서 이민자가 줄면서 노동 공급이 감소하자 이 원리에 의해 임금이 상승한 것입니다.
그림3 생산요소 시장에서 노동과 임금의 이동
임금이 상승하면 근로자의 생활 수준이 개선되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임금이 상승할 때 노동 생산성**이 그만큼 함께 증가해야 수익에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실질 임금***이 상승하는 만큼 노동 생산성이 함께 오르지 않아 기업의 수익이 감소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의 제조업 파산 건수는 1920년 2,635건에서 1928년 5,924건으로 증가합니다.5) 전염병이 확산하자 이민자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이민법이 결과적으로 미국 제조업의 위기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이처럼 전염병은 국가 간 사람들의 이동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후 상당 기간 동안 세계화 흐름이 후퇴하고 자국을 중시하는 기조가 이어졌습니다.
4)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국가들은 당시 언론을 엄격하게 검열했기 때문에 전염병에 대한 보도가 불가능했음. 그러나 스페인은 1차 세계대전 중립국이어서 전염병의 확산과 사망자 수를 자유롭게 보도할 수 있었음. 1918년 5월 22일 스페인 신문들이 새로운 전염병에 대해 처음 보도한 것을 계기로 이 전염병은 스페인독감이라고 불리게 됨.
5) 홍춘욱,『7대 이슈로 보는 돈의 역사 2』,로크미디어.
♦ ‘위드 코로나’ 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우리 모습은?
지금까지 전염병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과거 사례를 통해 살펴보았습니다. 2013년에 출간된 정유정의 장편소설 『28』은 개와 사람이 모두 걸릴 수 있는 가상의 전염병인 ‘빨간 눈 괴질’에 맞서 인간이 사투를 보이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소설은 전염병이 개인에게 고통을 주는 것에서 나아가 사회가 혼란을 겪다 점차 마비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합니다. 1년 반 이상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전염병이 소설 속, 역사 속 사건이 아니라 우리의 활동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현실의 문제임을 절감했습니다.
1918년 인플루엔자 이후 세계화가 후퇴하고 자국을 우선으로 하는 정책 기조가 강화한 것처럼 앞으로의 세계도 그런 모습을 반복하게 될까요? 아니면 인류를 곤경에 빠트리는 공동의 재난에 맞서 더욱더 강하게 연대하고 협력하게 될까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위드 코로나’ 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사회·경제 환경은 어떤 모습인가요?
<경제로 세상 읽기>는 기획재정부 경제교육포털 경제배움e(https://econedu.go.kr)에 탑재된 자료입니다. 현실에서 마주할 수 있는 경제 현상이나 경제의 흐름을 교과서에 나오는 기본 경제 개념으로 풀어보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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