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ENG
  • 경제배움
  • Economic

    Information

    and Education

    Center

경제로 세상 읽기
예술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베토벤

저는 매년 대표님과 제가 정한 오페라를 적어도 한 곡은 작곡할 것입니다.
이에 매년 2,400플로린을 지불해 주시고, 이 오페라가 세 번째 연주될 때는 모든 수익이저에게 오도록 해주십시오. (중략) 연주회 때 들어오는 이익을 통해 저의 경제적 미래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제가 다른 나라에 가서 살 수 있는 가능성, 그리고 이곳의 환율과 물가가 비싸다는 점도 알아주셔야 합니다.1)

- 1807년 베토벤이 빈 왕립극장 대표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용어 정리
* 명목 부가 가치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할 때 새롭게 창출된 가치를 부가 가치라고 함. 명목 부가 가치란, 물가 변동을 고려하지 않은 부가 가치를 의미함.
교육과정
· 중학교 「사회」 경제생활과 선택
· 고등학교 「경제」 경제생활과 경제 문제
· 고등학교 「실용경제」 경제생활과 경제적 의사 결정

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의 피아노 소나타 No. 23 <열정>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이 곡은 러시아 혁명을 이끈 지도자 블라디미르 레닌(Vladimir Lenin)의 ‘인생 음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레닌은 고전 음악을 귀족의 문화라고 여겨 일부러 멀리했지만, 이 곡만큼은 혁명의 의지를 일깨워 준다며 자주 들었다고 합니다. 철혈 재상이라고 알려진 독일의 오토 폰 비스마르크(Otto von Bismarck)도 이 곡을 열정적으로 감상했는데 “듣기만 해도 용기가 영원히 고갈되지 않을 것 같다”는 감상평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베토벤의 음악에는 시대와 사상을 초월해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힘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음악가로서 베토벤의 업적보다 한 인간으로서 그가 어떠한 경제 관념을 갖고 있었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먹고사는 문제는 시대를 초월한 인류 공통의 과제입니다. 베토벤 또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베토벤은 다른 음악가들에 비해 경제 관념이 투철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위의 인용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베토벤은 예술가로서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연주회를 통한 수입으로 경제적 안정을 확보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베토벤이 활동한 시기의 대다수 음악가는 귀족이나 왕실에 소속되어 월급을 받으며 그들의 요구에 맞는 곡을 작곡해야 했고, 그들이 원하면 밤낮 없이 연주해야 했습니다. 베토벤의 아버지와, 베토벤의 스승인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Franz Joseph Haydn, 1732~1809) 역시 궁정 악단의 일원이었습니다. 특히 하이든은 에스테르하지(Esterházy) 가문에서 월급을 약 30년 동안이나 받았습니다. 그러나 베토벤은 자신만의 음악적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자유음악가의 길을 개척했습니다.

자유 음악가란, 왕실과 귀족에게 소속되지 않고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한 음악가를 의미합니다. 베토벤은 소수의 부유한 귀족이나 왕실을 위한 음악이 아닌,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작곡하기를 원했습니다. 베토벤은 자유 음악가를 실현한 최초의 음악가로, 이후의 음악가들은 귀족이나 왕실의 전유물이 아닌 대중과 소통하는 예술가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2)

1) 임현정, 『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 원앤원북스(2020)
2) 안토니오 비발디(Antonio Vivaldi, 1678~1741)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도 자유 음악가가 되기를 시도는 했으나, 결국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진정한 자유 음악가를 실현하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됨.

♦ 자유 음악가로서 저작권의 가치를 추구한 베토벤

베토벤은 음악가 최초로 자신의 작품에 번호를 매겼습니다.3) 이는 훗날 클래식 음악의 저작권 보호에도 기여하게 됩니다. 저작권은 인간의 창조적 활동으로 생성된 저작물에 대한 창작자의 권리를 뜻합니다. 현재는 작품에 번호를 매기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당시에는 음악이 특정한 목적으로 작곡된 후 잊혀지는 경우가 많아 작품에 번호를 매긴다는 생각을 전혀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베토벤은 달랐습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 영원하기를 바랐고, 후대에도 계속 감상되기를 원했습니다. 베토벤은 자신의 작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작품에 번호를 매겼습니다. 베토벤의 이러한 시도 덕분에 악보 출판은 물론 작곡자의 창작 권리에 대한 협상 또한 활발해졌습니다. 작품의 순서와 연속성을 파악하고, 작품 간 변화를 분석해 예술적 업적을 평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베토벤은 작품 번호를 기준으로 출판사에 작품 창작의 권리를 요구하며 작곡 활동에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낭만주의4) 작곡가들도 악보 출판 시 작품 번호를 기준으로 저작권을 인정받는 등 작품 번호는 작곡가의 창작 활동을 이해하고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습니다.

베토벤이 활동하던 당시에는 음악 작품에 대한 저작권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었음은 물론이고 그 개념 자체도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베토벤은 창작자의 권리를 당당히 요구하며 자신의 작품을 지키기 위해 불법 복제 문제를 공론화시켰습니다. 당시에는 출판된 작품이 유명해지면 작곡가에게 알리지 않고, 무단으로 출판된 각종 해적판5)이나 편곡 판이 시장에 나돌았습니다. 예를 들어 베토벤의 1797년 피아노곡 <아델라이데(Adelaïde) Op. 46>가 발표되자 이 곡을 기타로 연주하는 등 25종류의 편곡이 쏟아졌습니다. 베토벤은 사전 협의 없이 무수히 많은 편곡이 생겨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803년 <비너 차이퉁(Wiener Zeitung)>에 다음과 같은 글을 투고했고, 이를 계기로 알타리아(Artaria) 출판사와 3년 동안 법정 다툼을 벌였습니다.

- 1803년 베토벤이 <비너 차이퉁>에 투고한 글 중에서6)

음악에서의 저작권은 19세기 후반에 들어서야 비로소 법적으로 보호받게 되었습니다. 베토벤 이후 저작권 보호를 위해 애썼던 음악가는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 1813~1901)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 1864~1949)입니다. 베르디는 1882년 이탈리아음악가협회(SIAE)를 창설해 이탈리아 작곡가들의 저작권을 보호하기 시작했습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1903년에 독일음악저작권협회(GEMA)를 창설하면서 독일 작곡가들의 저작권 보호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렇게 음악에서의 저작권 보호는 19세기 후반부터 진전되었고, 음악가들이 모여서 만든 협회의 노력으로 음악의 저작권 보호는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3) 베토벤 이전의 작곡가인 바흐, 헨델, 모차르트, 하이든 등은 사망 후 연구자들에 의해 작품 번호가 부여됨.
4) 서양 음악사에서 낭만주의 음악은 1815년 나폴레옹의 패전 이후부터 1900년까지의 음악을 일컬음. 이전의 고전주의 음악보다 자유로운 사상과 감정을 추구하는 특징을 지님.
5) 해적에 빗대어, 불법으로 제조되거나 원작자의 허가 없이 무단으로 복제되어 판매되는 미디어 상품 전반을 가리키는 말임.
6) 니시라라 미노루, 『베토벤의 이중계약』, 열대림(2013)

♦ 저작권 소멸 후에도 저작 인접권은 보호받는 클래식 음악

오늘날 저작권은 매우 엄격하게 보호받는 권리입니다. 저작권 보호 기간은 나라마다 다른데 우리나라의 경우, 2013년 7월 이후에 창작된 저작물은 저작자의 사망 후 70년 동안 보호받습니다.7) 베토벤과 같이 우리에게 잘 알려진 클래식 작곡가들의 저작권은 이미 소멸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편곡이나 실제 연주로 클래식 음악을 재구성할 때는 저작 인접권이 생깁니다. 저작 인접권은 저작물을 창작하지는 않았지만 그 저작물을 전달하는 데 기여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권리로, 실연자(실제 연주자)의 권리, 음반 제작자의 권리, 방송 제작자의 권리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은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오케스트라에서 연주되고 있습니다.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연주하는 <운명> 교향곡은 동일한 곡이지만, 각 지휘자의 독특한 해석과 연주 스타일 때문에 서로 다른 버전으로 간주됩니다. 따라서 각 오케스트라는 자신들의 공연에 대한 저작 인접권을 보장받습니다. 이를 통해 연주자와 공연 참여자는 자신의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으며, 클래식 음악의 다양한 해석이 보호될 수 있습니다.

2013년 독일의 한 음악회에서는 연주자가 음악회 도중 갑자기 퇴장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자신의 연주가 불법으로 촬영되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Krystian Zimerman)의 사례로, 그는 몇 분 뒤 무대로 돌아와서 “이전에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 불법으로 공유된 공연 영상 때문에 음반 계약을 놓친 적이 있다”고 설명하며 관객들에게 양해를 구했습니다.8) 사전 허가 없이 영상을 촬영한 관객에게 법적 책임을 묻지는 않았으나, 이 사건은 저작 인접권 침해의 대표적 사례로 손꼽히며 연주자의 권리 보호에 대한 인식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7) 2013년 7월 이전에 만들어진 저작물은 저작자의 사망 후 50년 동안 보호받음.
8) 연합뉴스, 「지메르만, 공연 도중 스마트폰 촬영에 분개해 퇴장」, 2013. 6. 5.

♦ 저작권 산업의 경제 기여도

창작물을 존중하고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은 경제 성장에도 기여합니다. 한국저작권위원회가 2022년 발표한 「한국 저작권 산업 경제 기여도 조사(2020년 기준)」9)에 따르면, 전체 저작권 산업의 명목 부가 가치** 비중은 11.6%로 산업 전체 중 제조업(24.8%)에 이어 2위로 조사되었습니다.  그림 에서 볼 수 있듯이 핵심 저작권 산업10)의 경제 기여도(7.4%)는 금융 및 보험업(5.7%), 정보 통신업(4.6%)의 산업 규모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그림 저작권 산업과 여타 산업의 명목 부가 가치 비중(2020년)

출처: 한국저작권위윈회, 「한국 저작권 산업의 경제 기여도 조사」(2020년 기준) 재인용

저작권은 창작의 유인이자 다른 창작을 위한 기반이 되는 중요한 자산입니다. 창작자가 자신의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어야만, 창작 활동에 전념하고 새로운 창작물을 탄생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현대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무단 복제와 유통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저작권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베토벤은 저작권 보호의 선구자로 자신의 작품에 대한 존중을 요구하고 무단 복제에 강력하게 대응했습니다. 그의 노력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저작권 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9) 한국저작권위원회는 2011년부터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의 저작권 기반 산업의 경제적 기여도 조사 지침을 근거로 매년 「한국 저작권 산업 경제 기여도 조사」를 실시하고 있음.
10) 문화체육관광부는 저작권 산업을 ① 핵심 저작권 산업, ② 상호 의존 저작권 산업, ③ 부분 저작권 산업, ④ 저작권 지원 산업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 중 핵심 저작권 산업은 작품 및 기타 보호 대상물의 창작, 생산, 제조 공연, 방송, 통신 및 전시, 혹은 유통 및 판매에 전적으로 종사하는 산업을 의미함.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함께 만드는 <경제로 세상 읽기>는 매달 1편씩 기획재정부 경제교육포털 경제배움e(econedu.go.kr)에 업로드되고 있습니다.

* 내용 문의 또는 주제 제안: sun@kdi.re.kr

01
저작권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은?
  • 저작권은 저작자의 사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 보호된다.
  • 저작권은 저작물을 이용하는 자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 저작권은 음악뿐만 아니라 다른 예술 분야에서도 중요하다.
  • 저작권은 작품의 창작자에게 창작물을 상업화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다.
02
우리나라에서 2013년 7월 이후에 창작된 저작물은 저작자의 사망 후 몇 년 동안 보장받는가?
  • 10년
  • 30년
  • 50년
  • 70년
03
베토벤이 자신의 작품을 보호하기 위해서 했던 행동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 작품에 번호를 매겼다.
  • 자유 음악가가 되었다.
  • 연주회를 자주 개최했다.
  • 왕실이나 귀족에게 작품을 팔아서 수입을 얻었다.
04
저작 인접권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은?
  • 공연 무단 복제나 유통을 막기 위한 권리이다.
  • 저작물의 창작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권리이다.
  • 실연자의 권리, 음반 제작자의 권리, 방송 제작자의 권리 등이 모두 포함된다.
  • 연주자, 배우와 같이 창작물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권리다.
05
저작권 및 저적 인접권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로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은?
  • 문화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 저작물의 이용을 제한하기 위해서
  • 저작물의 다양성을 증진하기 위해서
  • 창작자의 재정적 보상을 지원하기 위해서
06
베토벤의 경제 관념이 더욱 철저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가장 적절한 것은?
  • 저작권 보호를 위해 편곡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연주회 관람료가 저렴해 경제적 이익을 얻기가 어려웠다.
  • 왕실이나 귀족의 후원을 받지 못해 경제적으로 불안정했다.
  • 왕실이나 귀족에 소속되지 않고, 자유 음악가의 길을 택했기 때문이다.
07
저작권 보호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 창작자의 창의성을 증진하기 위해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 창작물의 자유로운 공유가 어려워져서 예술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무단 복제와 유통이 더욱 쉽고,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 창작물의 가치를 존중하고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은 경제 성장에도 기여한다.
08
어떤 물건이나 서비스를 생산할 때 새롭게 창출된 가치를 의미하는 말은?
정답은 pdf파일을 참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