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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로 세상 읽기
현금 없는 사회로 나아가는 세계

간편 결제 앱을 통해 대부분의 경제 활동이 이루어져 현금을 쓸 기회가 사라지는 세상. ‘현금 없는 사회’의 선두 주자인 스웨덴 정부는 2030년까지 현금 없는 사회로 완전히 이행한다는 계획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 『명견만리 공존의 시대 편』1) 중에서

2013년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은행에 침입한 강도는 빈손으로 은행을 떠나야 했습니다. 스웨덴의 많은 은행 지점에서 현금을 취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금 없는 사회’에 가장 가깝게 다가선 스웨덴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장면입니다. 스웨덴은 1661년 세계 최초로 지폐를 발행했을 정도로 화폐 제도가 일찍부터 발달한 나라입니다. 그런데 스웨덴에서 현금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카드 결제와 스위시(Swish)*라는 모바일 앱 결제가 대체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시내버스나 매장에서 현금을 사용하지 않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현금이 사라지는 세상, 앞으로 우리의 일상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 이 버스는 현금 승차가 제한됩니다

여러분은 ‘현금 없는 버스’를 타 본 적 있나요? ‘현금 없는 버스’란 현금 대신 교통 카드나 신용 카드로만 요금 결제가 가능한 버스를 말합니다. 서울시는 2021년 10월 8개 노선에서 ‘현금 없는 버스’ 운행을 시작했습니다. 2023년 4월을 기준으로 2023년 4월 기준으로 서울에서 운행되는 버스 중에 ‘현금 없는 버스’는 109개 노선으로, 전체 버스의 25%에 이릅니다.2) 이처럼 서울에서 ‘현금 없는 버스’가 많아진 것은 무엇보다 현금으로 시내버스 요금을 결제하는 승객들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서울 시내버스의 현금 이용 승객 비율은 2010년 5%에서 2022년 0.7%로 낮아졌습니다.3) 사람들이 현금을 잘 사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버스 안에 현금 요금함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도 부담이 되었을 것입니다. 서울시 시내버스의 현금 수입은 2020년 109억 원이었는데 현금 요금함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 2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4)대전광역시에서는 2022년 9월부터 모든 시내버스에서 현금을 사용할 수 없고, 청주시와 인천광역시 등의 일부 시내버스 노선에서도 현금으로 요금을 낼 수 없습니다.


‘현금 없는 버스’뿐 아니라 ‘현금 없는 매장’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현금 이외의 수단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키오스크(Kiosk)를 설치하고 현금을 받지 않는 매장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는 2018년부터 한국에서 현금을 받지 않는 매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최근 들어 그런 매장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가구 전문점 이케아는 2022년 9월부터 우리나라 모든 매장에서 현금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 현금에서 전자 지급 수단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기술의 발달로 금융 업무가 전산화되면서 현금보다 신용 카드나 체크 카드와 같은 전자 지급 수단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림 1에서와 같이 가계의 현금 지출액 비중은 2015년 38.8%에서 2021년 21.6%로 하락했습니다. 최근에는 모바일 기기와 결합된 새로운 지급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기기에 개인 금융 정보를 등록해 결제하는 방식, 신용 카드나 체크 카드를 모바일 지갑에 연동하는 방식, QR 코드와 바코드 정보를 활용해 모바일 앱으로 결제하는 방식 등이 있습니다. 근거리 무선 통신 기술인 NFC(Near Field Communication)가 도입되어 모바일 기기를 결제 단말기에 대면 결제가 이루어지는 방식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현금이나 실물 지갑 없이 언제 어디서든 편리하게 결제가 가능한 ‘현금 없는 사회’에 다가가고 있습니다.

그림 1 우리나라 가계의 지급 수단별 지출액 비중

출처: 한국은행, 「2021년 경제주체별 현금 사용 행태 조사 결과」, 2022. 6. 15.

앞서 살펴본 스웨덴은 세계에서 ‘현금 없는 사회’에 가장 가깝게 다가간 나라입니다. 스웨덴에서는 물건을 살 때뿐만 아니라 교회에서 헌금을 낼 때나 길거리 버스킹 후원금을 낼 때도 스위시로 결제할 수 있습니다. 또 약국을 제외하고는 공식적으로 현금 결제를 거부할 수 있습니다. 중국도 빠르게 ‘현금 없는 사회’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중국에는 현금이나 실물 카드 대신 ‘알리페이(Alipay)’, ‘위챗페이(WeChat Pay)’ 등 간편 결제 서비스를 활용해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중국 거리를 걷다 보면 ‘무현금’이라는 단어를 자주 목격할 수 있습니다.

1) KBS <명견만리> 제작팀, 『명견만리 공존의 시대 편』, 인플루엔셜(2019)
2) 서울특별시 웹사이트 분야별 정보(news.seoul.go.kr) - 현금 없는 버스 운영 노선번호 안내
3) 조선일보, 「돈 있어도 버스 못 타…현금 없는 버스에 소외되는 노인들」, 2022. 5. 25.
4) 중앙일보, 「이게 늙었다는 증거?…현금 안 받는 버스, 노인·외국인 어쩌나」, 2023. 4. 18.

♦ 점점 많이 쓰이는 간편 결제 서비스와 간편 송금 서비스

그림 2와 같이 우리나라의 간편 결제 서비스 이용 규모는 확대되고 있습니다. 간편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면 미리 저장해 둔 신용 카드, 은행 계좌 등의 정보를 이용해 손쉽게 결제할 수 있습니다. 흔히 서비스 제공 회사 이름을 따 ‘00페이’라고 불립니다. 비밀번호를 입력해 QR 코드나 바코드를 생성하고 이를 단말기에 접촉해 결제하는 방식입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에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간편 결제 서비스의 하루 이용 금액은 8,450억 5천만 원, 이용 건수는 2,628만 2천 건에 달했습니다.

그림 2 우리나라 간편 결제 이용 규모

출처: 한국은행

간편 송금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간편 송금 서비스를 이용하면 비밀번호, 지문과 같은 생체 정보를 간편 인증 수단으로 저장해 놓고 휴대폰 번호, SNS 등을 통해 상대방에게 송금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에 간편 송금 서비스의 하루 이용 금액은 7,460억 7천만 원, 이용 건수는 609만 6천 건에 달했습니다.5)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다른 나라에 비해 현금을 많이 쓰던 일본에서도 간편 결제나 간편 송금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QR 코드를 통한 결제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2020년 일본에서 QR 코드를 활용한 송금 건수는 4만 4,329건으로 2018년에 비해 17배 증가했습니다.6)또한 일본의 소매 유통업체인 이온(AEON)은 바코드를 활용한 결제 수단인 ‘이온페이(AEON Pay)’를 내놓으면서 독자적인 간편 결제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 ‘현금 없는 사회‘에도 현금은 필요하다?!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이 현금 결제보다 카드 결제나 모바일 결제를 더 많이 이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금으로 결제할 때보다 편리하고 안전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소비자와 판매자의 입장을 나눠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소비자는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으면 지갑을 챙길 필요가 없고 잔돈을 거슬러 받을 일도 없습니다. 현금과 마찬가지로 분실이나 도난을 당할 위험은 있지만, 은행이나 카드 회사에 즉각 신고해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거래 내역이 실시간으로 기록되므로 소비 내역을 따로 적어 놓는 수고도 줄어듭니다. 다음으로 판매자는 매장에 현금을 두지 않아도 되므로 도난 위험이나 관리의 번거로움이 적습니다. 결제 내역이 기록되므로 매출과 자금 관리에도 효율적입니다.

그러나 ‘현금 없는 사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모바일 결제 환경이나 키오스크 같은 매장의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들이 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상점이나 음식점 등에서 현금 결제를 거부당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 비율이 전체 가구의 6.9%로 나타났습니다.7)일부 국가에서는 소비자가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겪는 일이 없도록 소비자의 현금 사용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은행의 현금 취급을 의무화하거나 법적으로 현금 결제를 거부하지 못하게 제도화하는 등 디지털 취약 계층의 경제생활을 보호하려는 것입니다. 뉴저지를 비롯한 미국의 일부 주는 ‘현금 결제 선택권’을 제도화했고 덴마크도 이와 유사한 ‘현금 규칙(Cash Rule)’을 제정했습니다. 노르웨이는 금융계약법에 매장에서 현금 결제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했습니다.

5) 한국은행, 「2023년 상반기 중 전자 지급 서비스 이용 현황」, 2023. 9. 6.
6)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일본의 캐시리스 결제 추진 동향」, 2022. 4. 14.
7) 한국은행, 「2021년 경제주체별 현금 사용 행태 조사 결과」, 2022. 6. 15

♦ 디지털 시대와 화폐의 만남, 디지털 화폐(CBDC) 도입 논의

오늘날의 소비자는 현금이나 실물 카드 없이도 모바일 속 금융 정보를 활용해 결제하는 등 다양하고도 혁신적인 지급 수단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지급 수단의 변화가 가속화하면서 화폐 또한 디지털 기술과 만나 새로운 형태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된 디지털 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CBDC)입니다.

CBDC는 중앙은행(Central Bank)과 디지털 화폐(Digital Currency)의 합성어로 중앙은행에서 발행하는 디지털 형태의 법정 화폐를 의미합니다. 디지털 화폐는 비트코인처럼 암호화된 코드로 만들어진 디지털 자산입니다.8)실물 화폐와 동일한 교환 비율이 적용되며, 중앙은행에서 발행하고 보증하기 때문에 화폐로서의 신뢰도와 안정성이 높습니다. 특히 금융 회사를 거치지 않고 이용자 간 직접 자금 이체가 가능합니다. 이전보다 거래 과정이 간편해짐에 따라 사용자들의 편의성은 높아지겠지만, 사이버 보안 문제와 개인 정보 노출 위험 등 디지털 화폐 도입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안전한 금융 환경을 확보하기 위해 사이버 보안을 강화하는 시스템과 개인 정보 보호 정책 등의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디지털 화폐 도입에 대한 논의는 국내외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화폐와 관련해 기술적·제도적·정책적 문제들이 얽혀 있는 가운데, 현재 많은 국가에서 디지털 화폐 발행과 관련된 연구와 시범 도입을 위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바하마는 2020년 10월에, 나이지리아는 2021년 10월에 범용 디지털 화폐를 도입했고, 중국도 시범 운영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현재 기술 및 법적·제도적 이슈를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 중이고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서도 디지털 화폐를 실제 거래에 활용하는 테스트 사업을 2024년 4분기에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금융과 첨단 기술이 만나면서, 가장 기본적인 지급 수단인 현금이 점점 사라지고 우리의 손끝에서 편리하게 다룰 수 있는 모바일 지급 수단이 등장해 결제 문화를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맞이하게 될 새로운 지급 수단은 어떤 모습일까요?

8)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경제로 세상 읽기> 2021년 8월호 ‘거대한 경제 실험, 비트코인 프로젝트’를 참고하기 바람.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함께 만드는 <경제로 세상 읽기>는 매달 1편씩 기획재정부 경제교육포털 경제배움e(econedu.go.kr)에 업로드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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