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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로 세상 읽기
연방준비제도를 통해 알아보는 통화 정책
2023년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ilicon Valley Bank)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습니다. 은행이 파산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듣고 사람들이 은행에 맡긴 돈을 급하게 찾으러 온 것입니다. 인터넷과 모바일 뱅킹을 통해 실시간으로 돈을 찾아간 사람들까지 더해져,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큰 은행이자 설립된 지 40년 된 이 은행은 36시간 만에 파산했습니다.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으로 불안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지만, 미국 중앙은행이 신속히 나서 위기의 확산을 막았습니다.1)


♦ 달러화를 발행하는 미국 중앙은행
이처럼 은행에 위기가 발생했을 때 최종 대부자* 역할을 하는 중앙은행은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존재입니다. 우리나라는 한국은행, 미국은 연방준비제도,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 20개국은 유럽중앙은행, 일본은 일본은행이 이를 맡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세계 경제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는 미국의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연방준비제도는 연준, Fed 등으로도 불립니다.

세계 경제에 대한 연준의 영향력이 큰 이유는 연준이 발행하는 달러화 때문입니다. 국가 간 무역과 금융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달러화의 약 3분의 2는 미국 밖에서 유통되고 있습니다.2) 달러화는 전 세계의 무역과 금융 거래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기축 통화**입니다. 이러한 달러화에 대한 독점적 발행권을 갖고 있는 연준의 정책은 세계 금융 시장, 국제 무역, 세계 자본 흐름 등에 영향을 미칩니다. 

연준이 결정하는 미국의 기준 금리는 2023년 9월 이후 2024년 중반까지 5.25~5.50%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연준이 물가, 고용 등의 경제 상황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지켜보면서 기준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지금 세계는 연준이 언제 기준 금리를 내릴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1) 2023년 3월 13일 미국 중앙은행은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 불안 확산을 막기 위해 은행 대출 제도(Bank Term Funding Program, BTFP)를 만들어 긴급 대출을 지원함.
2) 런던정치경제대학(LSE) IDEAS, 「The weaponisation of the dollar: policy options for small countries」, 2019

♦ 연준의 탄생과 구조
1776년 미국 건국 이후 1900년대 초까지 미국에는 지금과 같은 형태의 중앙은행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은 각 주의 이해관계와 자유를 중시하는 연방 국가입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달러화를 독점적으로 발행할 수 있는 중앙은행 설립에 부정적인 이들이 많았습니다. 최종 대부자 역할을 하는 중앙은행이 없던 시절, 미국에서 은행 파산은 흔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다 1907년 뉴욕 대형 은행 니커보커신탁회사(Knickerbocker Trust Company)의 파산으로 은행들이 줄줄이 무너지면서 많은 투자자와 예금자가 큰 손실을 입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중앙은행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1913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만들어졌습니다.

연준은 세 개의 핵심 기구로 이루어집니다. 먼저 미국 여러 지역에 분포한 12개의 연방준비은행이 관할 지역의 민간 은행과 금융 기관을 감독합니다. 이 12개의 연방준비은행은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C.에 있는 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총괄합니다. 한편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FOMC)는 연 8회 회의를 열어 주요 정책을 결정합니다.3) 회의가 끝나면 그 결과를 담은 FOMC 성명서가 공개되며 연준 의장은 기자 회견을 통해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연준의 판단, 앞으로의 정책 방향 등을 제시합니다.
 
 
3) FOMC 회의에서 정책 의사 결정은 연준 이사회 이사 7명과 지역 연준 은행 총재 5명, 총 12명의 투표로 이루어짐. 2024년 현재 제롬 파월(Jerome Powell)이 연준 의장을 맡고 있음.

♦ 연준의 목표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연준은 금융 불안의 확산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되었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에 두 차례 석유 파동이 발생하면서 물가가 치솟고 실업자가 늘어나자 이를 계기로 연준은 물가 안정과 고용 안정이라는 책무를 부여받게 됩니다. 이 책무는 FOMC 성명서에 고정적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란 물가 수준이 지속해서 상승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연준은 적정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2%로 보고 있습니다.4) FOMC 성명서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완전 고용’과 ‘물가 안정’은 연준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목표입니다. 하지만 물가와 고용을 동시에 안정적으로 유지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경기는 확장과 수축을 반복하며 변동하는데, 그 과정에서 물가와 고용은 계속해서 변화합니다.

경기가 확장하는 시기에는 기업이 생산한 물건이 잘 팔려 기업의 생산과 투자가 활발해지고 고용이 증가합니다. 가계 역시 소득이 증가하면서 소비를 늘립니다. 경제 전반에 걸쳐 수요가 증가하면서 물가가 상승합니다. 반면 경기가 수축하는 시기에는 기업이 생산한 물건이 잘 팔리지 않아 기업의 생산과 투자가 감소하고 고용이 줄어듭니다. 경제 전반에 걸쳐 수요가 감소하면서 물가 상승이 둔화합니다. 이때 경기 확장 과정에서 물가가 지나치게 상승하거나, 경기 수축 과정에서 고용이 급격하게 감소하면 경제가 불안정해지고 국민이 고통을 겪게 됩니다. 따라서 물가와 고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경기 안정화 정책이 활용됩니다.
 
4) 물가에 대해서는 <경제로 세상 읽기> 2022년 6월호 ‘경기 부진 속 물가 급등, 스태그플레이션의 시작일까?’를 참고하기 바람.
 
♦ 통화 정책을 담당하는 중앙은행
경기 안정화 정책은 경기 변동의 진폭을 줄여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도모하는 정책입니다. 이러한 경기 안정화 정책은 정부와 중앙은행이 수행합니다. 정부는 재정 지출이나 세금을 조정하는 재정 정책을 통해 경기 안정을 시도합니다. 중앙은행은 통화 정책을 통해 경기 안정을 시도합니다. 중앙은행의 대표적인 통화 정책은 기준 금리를 조절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경제생활을 하다 보면 예금 금리, 대출 금리, 채권 금리 등 여러 종류의 금리를 접합니다. 이러한 여러 금리의 기준이 되는 것이  중앙은행에서 정하는 기준 금리입니다. 미국 연준에서 정하는 기준 금리는 연방기금금리(Federal Funds Rate)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중앙은행이 기준 금리를 내리거나 올리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먼저 중앙은행이 기준 금리를 내리면 시중 은행의 예금금리와 대출 금리가 내려갑니다. 대출 금리가 낮아져 돈을 쉽게 빌릴 수 있게 되어 가계의 소비 여력이 커질 것입니다. 기업 또한 낮은 대출 금리로 자금 조달이 쉬워져 투자를 늘리게 됩니다. 결국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가 증가해 경기가 활성화되고 고용이 늘어납니다. 기준 금리가 내려가면 물가도 영향을 받습니다. 가계의 소비, 기업의 투자 증가로 경제 전반에 걸쳐 수요가 증가해 물가가 상승합니다. 또한 가계와 기업이 돈을 많이 빌리면 시중에 통화량이 증가해 화폐의 가치가 하락합니다. 똑같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이전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해지는 물가 상승이 일어납니다. 즉, 중앙은행이 기준 금리를 내리면 고용이 증가하고 물가가 상승하게 됩니다. 이처럼 중앙은행이 기준 금리를 내려 통화량을 늘리는 것을 확대 통화 정책이라고 합니다. 확대 통화 정책은 완화적 통화 정책, 팽창적 통화 정책이라고도 합니다.
 
반대로 중앙은행이 기준 금리를 올리면 시중 은행의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가 올라갑니다. 예금 금리가 높으면 가계는 돈을 소비하는 데 쓰기보다 높은 이자를 주는 은행에 저축하려고 할 것입니다. 기업은 대출 금리가 상승하면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투자를 줄이게 됩니다.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가 감소하면서 경기가 둔화하고 고용이 감소합니다. 기준 금리가 올라가면 물가도 영향을 받습니다. 가계의 소비, 기업의 투자가 줄어 경제 전반에 걸쳐 수요가 감소합니다. 또한 가계와 기업이 돈을 적게 빌리면서 시중에 통화량이 감소합니다. 경제 전반의 수요 감소와 시중의 통화량 감소로 물가 상승은 둔화합니다. 즉, 중앙은행이 기준 금리를 올리면 고용이 감소하고 물가 상승이 둔화하게 됩니다. 이처럼 중앙은행이 기준 금리를 올려 통화량을 줄이는 것을 긴축 통화 정책이라고 합니다.

♦ 긴축 통화 정책 vs 확대 통화 정책
1970년대 두 번의 석유 파동으로 미국은 경기 침체와 물가 급등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었습니다. 1979년 미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1%에 이르렀습니다. 1979년 연준 이사회 의장으로 취임한 폴 볼커(Paul Volcker)는 물가 급등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긴축 통화 정책을 펼쳤습니다. 실업률이 높아지더라도 높은 물가 상승률을 낮추기 위해 기준 금리를 20% 이상까지 올리는 과감한 정책을 단행한 것입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이 파산해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고, 1982년에는 미국의 실업률이 약 11%까지 상승했습니다. 연준의 대대적인 긴축 통화 정책에 따라 1983년 미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3%대로 내려갔습니다. 이처럼 물가 안정과 고용 안정을 동시에 달성하기란 어려운 일이며, 둘 중 하나를 달성하기 위해 나머지 하나를 희생해야 하는 일도 발생합니다. 두 가지 목표가 상충하는 상황에서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린 폴 볼커 의장은 긴축의 대명사, ‘인플레이션 파이터(Inflation Fighter)’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생하면서 미국은 심각한 경기 침체를 경험했습니다. 미국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비가 감소했고, 2008년 5%였던 실업률이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2009년 10%까지 상승했습니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 연준은 확대 통화 정책을 펼쳤습니다. 연준은 기준 금리를 사실상의 제로 수준(0~0.25%)으로 낮췄고, 이에 더해 새로운 통화 정책인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 QE)를 단행했습니다. 양적 완화란 0% 수준인 기준 금리를 더 이상 낮출 수 없을 때 중앙은행이 직접 자산을 매입해 시중에 돈을 공급하는 정책입니다.5)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Ben Bernanke)는 2014년까지 세 차례의 양적 완화를 발표하며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듯 엄청난 양의 돈을 시중에 공급했습니다. 서서히 소비가 증가하고 실업률도 하락세로 돌아서며 미국 경제는 회복하기 시작했습니다. 대규모 확대 통화 정책을 통해 금융 위기를 극복한 벤 버냉키 의장은 ‘헬리콥터 벤(Helicopter Ben)’이라는 별명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5) 연준은 달러화를 발행한 뒤 시중의 은행이나 정부의 채권을 사들임. 연준이 채권을 구매하기 위해 자금을 지불하면 은행이나 정부에 자금이 공급되어 시중에 풀림.

♦ 최근 연준의 통화 정책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국은 또다시 경기 침체를 겪었습니다. 2020년 미국의 경제 성장률은 -2.8%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경제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미국 S&P 500 지수는 2020년 2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약 한 달 사이에 34% 급락했고, 2020년 4월 미국의 실업률은 14.7%로 급등했습니다.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연준은 2015년 이후 처음으로 기준 금리를 제로 수준(0~0.25%)까지 낮췄습니다. 이와 함께 양적 완화를 시행해 또다시 시중에 엄청난 양의 돈을 공급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의 양적 완화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의 양적 완화와 비교했을 때 규모와 속도 면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크고 빨랐습니다.6) 적극적인 확대 통화 정책과 함께 미국 경제는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던 중 2021년 중반부터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연준은 2021년 11월 테이퍼링(Tapering)을 시작했습니다. 테이퍼링이란 점점 가늘어진다는 뜻으로, 연준이 기준 금리를 제로 수준(0~0.25%)으로 유지한 채 양적 완화의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해 나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시중에 공급되던 돈을 급격하게 회수하면 경제에 타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그 양을 서서히 줄여나가는 것입니다.

2022년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세계 경기의 빠른 회복과 더불어 팬데믹 기간 동안 너무 많이 풀린 유동성, 글로벌 공급망 차질,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2022년 6월 미국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9.1%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1981년 이후 약 40년 만에 최고치입니다. 코로나19 초기에 확대 통화 정책을 펼쳤던 연준은 변화한 경제 상황에 맞춰 강력한 긴축 통화 정책을 펼쳤습니다. 연준이 공격적인 기준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제로(0~0.25%) 수준이던 기준 금리는 5.25~5.50% 수준으로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이에 더해 연준은 2022년 6월부터 양적 긴축(Quantitative Tightening, QT)을 단행했습니다. 양적 긴축이란 양적 완화의 반대 개념으로, 중앙은행이 사들이는 자산의 규모를 줄여 시중의 돈을 흡수하는 정책입니다.7) 장기간의 고금리 정책과 양적 긴축으로 미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둔화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2024년 6월에는 3.0%로 낮아졌습니다.
 

 
6)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막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비롯한 각국의 정책 당국이 어떤 정책을 펼쳤는지에 대해서는 <경제로 세상 읽기> 2021년 2월호 ‘세계는 왜 헬리콥터 머니를 뿌렸을까?’를 참고하기 바람.
7) 연준이 시중의 은행이나 정부로부터 사들였던 채권의 만기가 다가왔을 때 재투자하지 않거나 만기 전에 시장에 팔아 버림. 만기된 채권에 재투자하지 않을 경우 채권의 원금은 연준에 상환되며, 만기 전에 시장에 팔 경우 시중의 자금이 채권의 금액만큼 연준으로 흡수됨.

2024년 6월 FOMC 회의에서 연준은 기준 금리를 5.25~5.50% 수준으로 유지한 채 양적 긴축 속도를 완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양적 긴축 속도를 완화한다는 것은 연준이 시중에서 돈을 흡수하는 속도를 늦춘다는 의미입니다. 긴축 정책의 강도가 조금은 약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연준은 물가 상승률이 2%로 둔화하고 있다는 확신이 커질 때까지 기준 금리를 낮추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앞으로 연준의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까요?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함께 만드는 <경제로 세상 읽기>는 매달 1편씩 ‘경제배움e+(econedu.go.kr)‘에 업로드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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