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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로 세상 읽기
신용의 쓸모
KDI 2024년 7호 7p
우리는 어릴 때부터 약속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한두 번 약속을 어긴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약속을 어기는 행위가 반복되면 아무도 그 사람의 말을 믿지 않을 것입니다. 일상의 인간관계에서 신뢰가 중요한 것처럼 경제생활에서도 신뢰는 매우 중요한 덕목입니다.

경제생활에서는 거래가 중요한데, 거래에서의 신뢰는 곧 신용을 의미합니다. 경제적 의미에서 신용은 돈을 빌렸을 때 약속한 시점에 정확히 돈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나타냅니다. 정해진 시점에 돈을 갚겠다는 약속을 하고, 지금 당장 돈을 내지 않고 물건을 살 수 있는 능력도 신용입니다. 경제생활에서 좋은 신용을 유지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신용이 좋지 않으면 어떤 불이익을 받는지 등을 살펴보면서 신용의 쓸모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개인의 신용을 판단하는 지표, 신용 점수
어떤 경우에도 돈은 빌리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경제 활동의 범위가 넓어지면 돈을 빌려야 하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자신에게 꼭 필요한 돈인지 먼저 생각해 보고, 갚을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돈을 빌려야 합니다. 그런데 이때 은행을 비롯한 금융 회사는 돈을 빌리려는 사람의 신용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한 다음 돈을 빌려줄지 말지 결정합니다. 좋은 신용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신용이 좋은 A와 좋지 않은 B가 은행에서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돈을 빌린 사람은 원금과 함께 이자를 갚아야 합니다. 돈을 빌리는 사람에게 부과되는 이자율을 대출 금리라고 하며, 대출 금리는 원금에 대해 일정한 비율로 부과됩니다. 다른 조건은 고려하지 않기로 하고, 100만 원을 빌릴 때 대출 금리가 연 8%로 책정되었다면, 1년 뒤 원금 100만 원과 이자 8만 원을 더해 총 108만 원을 갚아야 합니다. 대출 금리는 대출 기간이나 대출 금액 등을 고려해 결정되는데, 일반적으로 신용이 높을수록 낮게, 신용이 낮을수록 높게 정해집니다. 은행은 신용이 좋은 A에게 대출해 주면 돈을 제때 돌려받을 것이라고 예상할 것입니다. 반면 신용이 좋지 않은 B에게 대출해 주면 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판단할 것입니다. A는 어렵지 않게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릴 수 있겠지만 B는 대출을 거절당할 수도 있고, 대출을 받더라도 A보다 많은 이자를 은행에 내야 할 것입니다. 은행이 B에게 돈을 빌려주기로 했다면, 제때 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을 낮추기 위해 A보다 더 많은 이자를 B로부터 받으려고 할 것입니다.

금융 회사는 돈을 빌리려는 사람의 신용이 어느 정도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신용 점수를 통해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신용 점수는 신용 거래의 내용, 대출과 연체1) 기록 등을 종합해 매긴 점수입니다. 우리나라의 개인 신용 평가 회사들은 0점과 1,000점 사이의 수치로 신용 점수를 매깁니다. 수치가 높을수록 신용이 높다고 판단합니다. 금융 회사는 대출 결정을 내리기 전에 개인의 동의를 받아 신용 점수를 조회할 수 있습니다. 개인에게 돈을 빌려 주었을 때 연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절차입니다. 물론 조회한 신용 점수만으로 대출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금융 회사는 신용 점수 외에도 자체적인 대출 심사 기준을 마련해 두고 있으며, 이에 따라 대출 여부를 결정합니다.

신용 카드는 이름에 ‘신용’이 들어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대표적인 신용 거래 수단입니다.2) 신용 카드 회사는 19세 이상의 일정한 소득이 있는 사람에게 신용 카드를 발급해 줍니다. 물건을 살 때 신용 카드로 결제했다면, 약 한 달 후 결제 대금을 납부하기 전까지는 신용 카드 회사에 빚을 진 것입니다. 은행에 대출받은 후 제때 갚지 않으면 신용 점수가 떨어지듯이 신용 카드로 결제한 금액을 신용 카드 회사에 제때 납부하지 않으면 신용 점수가 떨어집니다. 이런 연체가 지속되면 더 이상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도 없고 신용 카드를 사용할 수도 없을 정도로 신용 점수가 추락하게 되어 원활한 경제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한편 대출이나 신용 카드 결제 대금을 연체하지 않고 제때 갚으면 신용 점수는 올라갑니다.3)
 
1) 연체란 갚아야 할 돈(채무)을 정해진 기한 내에 갚지 않는 일을 의미함.
2) 신용 카드를 쓰는 것은 신용 거래인 반면, 체크 카드는 신용과 관계가 없음. 물건을 살 때 체크 카드로 결제하면 연동된 통장에서 돈이 즉각 빠져나가며, 통장에 돈이 들어 있지 않으면 결제가 거부됨.
3) 과거에는 신용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신용 점수를 자주 조회한다고 알려져 조회를 자주 하면 신용 점수가 떨어졌음. 하지만 이제는 신용 점수 조회 횟수가 신용 평가에 영향을 주지 않음.
 
♦  회사채 금리에 영향을 주는 기업 신용 등급
신용은 생산 활동을 하는 기업에도 매우 중요합니다. 개인과 마찬가지로 기업도 금융 회사에서 필요한 돈을 빌릴 수 있습니다. 생산 설비 확충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원하는 ‘가’ 기업과 ‘나’ 기업이 은행에 찾아 왔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가’ 기업은 신용이 좋고 ‘나’ 기업은 신용이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은행은 개인에게 대출해 줄 때와 마찬가지로 기업의 신용 상태를 먼저 평가한 후 대출 여부와 대출 금리를 결정합니다.

기업의 신용은 신용 등급으로 파악하는데, 신용 등급은 기업의 부도 가능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이기도 합니다. 부도를 판단하는 기준은 다양한데 일반적으로 은행에서 빌린 돈을 90일 동안 연체하는 경우, 부도로 간주합니다. 신용 등급이 높은 ‘가’ 기업은 어렵지 않게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 신용 등급이 낮은 ‘나’ 기업은 대출이 거절되거나, ‘가’ 기업보다 높은 대출 금리가 적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기업은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도 하는데, 이때도 신용이 중요합니다. 채권을 발행하면 미래의 정해진 시점에 원금과 함께 약속한 이자를 투자자에게 지급해야 합니다.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을 회사채라고 하며, 회사채에 적용되는 금리는 기업의 신용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투자자는 신용 등급이 높은 기업의 회사채가 낮은 기업의 회사채보다 안전하다고 여길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신용 등급이 높은 기업은 낮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반면, 신용 등급이 낮은 기업은 높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하게 됩니다. 이 외에도 기업들이 협력할 업체를 찾거나, 정부가 국가사업에 참여할 업체를 선정할 때 기업 신용 등급은 중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됩니다.

기업이 좋은 신용 등급을 유지하려면 은행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 즉 빚을 정해진 기한에 맞춰 상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와 함께 기업은 보유하고 있는 자산에 비해 빚이 너무 많지 않은지 점검하면서 빚의 수준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또한 매출 증가와 비용 절감에 신경 쓰면서 수익을 꾸준히 창출해야 합니다.

♦ 국가의 경제적 안정을 평가하는 국가 신용 등급
신용은 개인과 기업뿐 아니라 국가도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능력입니다. 국가 신용 등급을 평가할 때는 그 나라의 전반적인 경제 상황, 채무 수준, 정치적 안정성 등이 고려됩니다. 기업이 자금 조달을 위해 회사채를 발행하듯이 국가도 국가 운영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 국채를 발행합니다. 기업의 신용 등급이 회사채 금리에 영향을 주는 것과 같은 원리로, 국가 신용 등급은 국채 금리에 영향을 주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신용 등급이 높은 국가가 국채를 발행하면 투자자들은 원금과 약속한 이자를 제때 문제 없이 받을 수 있다고 예측할 것입니다. 반면 신용 등급이 낮은 국가가 국채를 발행하면 투자자들은 원금과 약속한 이자를 제때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판단할 것입니다. 이때투자자들은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해 손실 가능성을 보상받으려고 할 것입니다. 이 경우, 이자 지급에 들어가는 비용이 많아 국가의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국가 신용 등급은 국채 금리뿐 아니라 외국인 직접 투자*와 같은 해외 자본의 국내 유입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신용 등급이 높은 국가는 안전한 투자처로 간주되어 더 많은 해외 자본을 유치할 수 있습니다. 반면 신용 등급이 낮은 국가에서는 투자 자금의 유출이 늘어나거나 투자 회피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각국의 신용 등급을 정기적으로 평가해 발표하는 국제 신용 평가 회사에는 피치(Fitch),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Moody’s)가 있습니다. 2024년 들어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이들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 신용 등급은 비교적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어 오고 있습니다. 2024년 5월에 평가 결과를 발표한 무디스의 경우,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2023년 1.4%에서 2024년 2.5%로 상승할 것으로 보이고, 한국의 국가 채무 수준이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유사하거나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제 신용 평가 회사들은 ‘등급’과 ‘전망’을 함께 발표합니다. ‘등급’은 국가가 채무를 이행할, 즉 빚을 갚을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를 평가한 결과입니다. 국가 신용 등급은 크게 투자 등급과 투기 등급으로 나뉩니다. 투자 등급에 속한 국가들은 정해진 기간 안에 채무를 갚지 못하는 채무 불이행의 위험이 낮아 비교적 안전한 투자처로 평가됩니다. 반면 투기 등급에 속한 국가들은 채무 불이행의 위험이 크다고 여겨집니다. 채무 불이행은 디폴트(Default)라고도 합니다. 국가가 디폴트를 선언하게 되면 국제 사회에서 신뢰를 잃어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게 되며 사회·경제적으로 혼란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한 나라의 디폴트는 그 나라와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다른 나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리스는 2000년대 초반부터 과도한 정부 지출과 세수 감소로 인해 채무가 크게 늘다가 2012년 3월 그리스 정부가 약 1,600억 유로(약 2,200억 달러)의 채무에 대한 디폴트를 선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당시 그리스의 디폴트는 그리스뿐 아니라 유럽 전체의 경제 불안으로 이어졌습니다.
 

‘전망’은 국가 신용 등급이 향후 어떻게 변할지를 나타내며, 긍정적(Positive), 안정적(Stable), 부정적(Negative)으로 나뉩니다. 전망이 ‘긍정적’이란 등급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이고, 전망이 ‘부정적’이란 등급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안정적’이란 등급이 변동 없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입니다. 2024년 들어 피치, S&P, 무디스가 한국의 국가 신용 등급을 각각 AA-, AA, Aa2로 매기고 전망을 모두 ‘안정적’으로 유지했는데, 이는 현재의 국가 신용 등급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인간관계에서 신뢰가 중요한 것처럼 경제 활동에서 신용이 중요한 이유를 개인, 기업, 국가 차원에서 살펴보았습니다. 개인, 기업, 국가 모두 신용이 나빠지면 원활한 경제 활동을 해 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개인의 경우, 인생에서 꼭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할 수 있고, 기업은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 자금을 적기에 확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갚아야 하는 이자가 늘어나 건전한 재정을 유지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친구에게 돈을 빌렸을 때는 갚기로 한 날에 정확히 갚는 등 경제적 의미에서 신용의 역할을 항상 염두에 두면서 좋은 신용을 유지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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