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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로 세상 읽기
탄소에도 가격이 있다? 탄소 가격 제도!

2024년 전 세계는 유난히 더운 여름을 경험했습니다. 2024년 지구의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1850~1900년)에 비해 1.54℃ 상승해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1) 지구의 평균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 이상 기후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2024년 여름에는 30일 이상 폭염 특보가 지속된 가운데, 9월은 85년 만에 가장 더운 9월로 기록되었습니다. 인류는 폭염뿐 아니라 전례 없는 폭설, 홍수와 같은 이상 기후 현상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이상 기후 현상은 과도한 탄소 배출에서 비롯됩니다. 국제 사회는 이상 기후 현상이 가져올 영향과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탄소 중립2)입니다. 탄소 중립은 나무 심기, 탄소 저장 기술 등으로 탄소 흡수량을 늘려 실제 탄소 배출량이 ‘0’이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국제 사회는 배출되는 탄소에 가격을 매기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탄소 농도가 증가하는 현상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대표적인 탄소 가격 제도인 탄소세, 탄소 배출권 거래제, 탄소 국경 조정 제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WMO), 「State of the Climate 2024 Update for COP29」, 2024. 11. 11.
2) 탄소 중립에 대해서는 <경제로 세상 읽기> 2021년 3월호 ‘탄소 중립으로 가는 길’을 참고하기 바람.

♦ 탄소 배출에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세
탄소세(Carbon Tax)는 정부가 기업이나 소비자에게 탄소 배출량에 따라 정해진 세율로 부과하는 세금입니다. 이 제도는 1990년 핀란드를 시작으로 스웨덴, 덴마크, 영국 등 세계 여러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탄소세가 도입된 국가의 자동차 기업은 자동차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한 탄소의 양만큼 세금을 부담해야 하므로 생산 비용이 증가합니다. 그만큼 제품 가격이 인상되면서 소비자의 부담도 커집니다. 또한 소비자는 자동차를 사용하며 발생시킨 탄소에 대해서도 세금을 내야 합니다.

결국 탄소세로 인해 기업과 소비자는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늘어나게 됩니다. 이 비용이 부담스럽다면, 이를 줄이기 위해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탄소세는 기업과 소비자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탄소세는 생산이나 소비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에 세금을 매기는 것으로, 탄소세 자체에 구체적인 탄소 감축 목표가 제시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기업과 소비자가 탄소세 부담에 민감하지 않다면 탄소 감축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탄소세로 제품의 생산 비용이 증가하면서 물가가 상승하고 경제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그러나 탄소세를 도입한 국가 중에는 탄소 배출 감축과 경제 성장을 동시에 이룬 사례도 있습니다. 스웨덴은 1991년 탄소세를 도입한 이후 2017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약 26% 감축했습니다. 같은 기간 동안 스웨덴의 국내 총생산(GDP)은 78% 증가했습니다.

한편 탄소세 세율 인상에 따른 조세 저항*으로 탄소세가 축소되거나 폐지된 사례도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2018년 탄소세 세율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지면서 탄소세 인상안이 철회되었고,3) 호주에서는 탄소세로 에너지 요금 부담이 늘어나자 이에 대한 반발로 시행 2년 만인 2014년에 탄소세를 폐지했습니다.4) 이처럼 탄소세는 얼마나, 어떻게 부과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탄소세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할지, 필요하다면 과세 범위와 대상은 어떻게 정할지 등을 놓고 논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3) 2018년 11월 프랑스에서 탄소세(유류세) 인상에 반대하는 ‘노란 조끼 시위’가 발생하여 탄소세 인상안을 철회함. 연합뉴스, 「세계적 저항 직면한 탄소세…프랑스 노란조끼 시위 대표적」, 2018. 12. 5.
4) 국회예산정책처, 「탄소세 논의 동향」, 2021. 7. 7.

♦ 탄소 배출의 권리를 사고파는 탄소 배출권 거래제
탄소 배출권 거래제(Emission Trading System, ETS)는 정부가 탄소 배출 감축 의무가 있는 기업에 탄소 배출 총량을 할당하고 이를 필요에 따라 배출권 거래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탄소 배출량이 할당량보다 많으면 탄소 배출권을 다른 기업으로부터 구입해야 하고, 할당량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으면 남은 배출권을 판매할 수 있습니다. 이는 기업들로 하여금 탄소 배출량을 줄이도록 만드는 경제적 유인이 됩니다.

탄소 배출권 거래제는 1997년 일본 교토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제3차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된 교토의정서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2005년,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탄소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업의 탄소 배출량을 할당합니다. 기업은 할당받은 배출권을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고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변동합니다. 즉, 탄소 배출권 수요가 오르면 가격이 상승하고, 수요가 줄어들면 가격이 하락합니다.
 

탄소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한 EU에서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기업들이 저탄소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재생 에너지 사용 비중을 높이면서 2023년 EU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990년에 비해 37% 감소했습니다.5) 이처럼 탄소 배출권 거래제가 탄소 배출 감축에 도움이 되었지만 부작용 또한 나타나고 있습니다. 탄소 배출 규제가 약한 국가로 생산 시설을 이전시켜 탄소를 배출하는 ‘탄소 누출 현상’이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탄소 감축 목표가 느슨하게 설정된 국가는 탄소 배출권에 대한 수요가 적어 배출권의 시장 가격이 비교적 낮지만, 유럽과 같이 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국가에서는 배출권 수요가 많아 가격이 높게 형성됩니다. 이 경우 탄소 배출량이 많은 기업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대신 탄소 배출권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에서 생산하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탄소 누출 현상이 나타나면서 의도했던 것과는 다르게 탄소 감축을 이루지 못할 수 있습니다.
 
5) EU 집행위원회, 「EU Climate Action Progress Report 2024」, 2024. 10.

♦ 탄소 노출을 막기 위해 등장한 탄소 국경 조정 제도
탄소 국경 조정 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는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탄소가 기준치보다 많이 배출되는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탄소 배출 규제가 약한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일지라도 탄소 국경 조정 제도를 시행 중인 국가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에 대한 관세를 추가로 지불해야합니다. 현재는 EU가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이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는 국가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탄소 배출 규제가 강한 EU 국가와 규제가 약한 국가가 있고, 철강을 제조하는 A 기업의 탄소 배출량은 지역에 상관없이 동일하다고 가정해 봅시다. A 기업이 EU 국가에서 철강을 생산한다면, EU의 철강 생산량 제한으로 생산량이 감소하거나 탄소세 또는 탄소 배출권 거래제의 영향으로 생산 비용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반면 규제가 약한 국가에서 생산하면 탄소 배출과 관련된 생산 비용이 추가되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많은 기업이 규제가 약한 국가에서 철강을 생산해서 EU 국가로 들여오려고 할 것입니다. 이때 EU는 다른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게 됩니다.


EU는 2023년 10월부터 EU에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수소, 전기, 비료 등 6개 제품을 수출하려는 기업이 탄소 배출량을 신고하도록 하는 전환 기간을 갖고 있습니다. 이후 탄소 국경 조정 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2026년부터 EU에 해당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은 분기별로 탄소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신고하고 탄소 배출량에 따라 관세를 부담해야 합니다. 2022년 우리나라가 EU로 수출한 철강은 44억 달러, 알루미늄은 5억 5천만 달러 규모로, 특히 우리나라는 EU의 주요 철강 수입국 중 하나입니다.6) 탄소 국경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면 우리나라의 관련 산업은 큰 영향을 받을 전망입니다. EU가 플라스틱과 유기 화합물 등 탄소 국경 조정 제도에 적용되는 품목을 확대 할 경우 우리나라 기업에 미칠 영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도 EU의 탄소 국경 조정 제도와 유사한 「청정경쟁법(Clean Competition Act, CCA)」과 「해외오염관세법(Foreign Pollution Fee Act, FPFA)」의 입법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두 법안 모두 수입품의 탄소 배출량에 따라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EU가 탄소 배출에 가격을 부과하는 방침을 내놓으면서 우리나라 정부는 수출 기업이 새로운 탄소 가격 제도에 대비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관련 산업의 저탄소 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국제 사회는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줄여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고자 다양한 탄소 가격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탄소 가격 제도를 채택하는 국가가 더 많아지면 기업과 소비자가 받는 경제적 영향도 더욱 커질 것입니다. 단기적으로 기업과 소비자는 추가적인 비용을 부담하게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후 위기로 인한 각종 위협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 사회의 노력이 실질적으로 탄소 중립 실현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6) 연합뉴스, 「‘EU 탄소세’ 도입…연 60억달러 유럽수출 국내 철강업 ‘불똥’」, 2023. 4. 27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함께 만드는 <경제로 세상 읽기>는 매달 1편씩 ‘경제배움e+(econedu.go.kr)‘에 업로드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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