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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로 세상 읽기
우리 동네에 도로, 철도, 공연장을 지어주세요!
KDI 2025년 4호 7p

  지난밤 9시 뉴스에서 우리 동네와 옆 동네를 잇는 다리의 공사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생각해 봅시다. 바로 옆 동네이지만 강을 사이에 두고 있어 늘 멀리 돌아가야만 했던 길을 이제는 다리를 통해 훨씬 편하게 오갈 수 있게 됩니다. 새로운 길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이니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 겪었던 심한 교통 체증도 줄어들 수 있고요. 여러모로 우리 동네에 정말 반가운 소식이겠죠.

  그런데, 이런 다리뿐만 아니라 광역을 통과하는 도로나 전국을 이어주는 철도가 어디에 놓일지는 어떻게 결정되는 걸까요? 우리나라 곳곳에서 이러한 인프라를 필요로 할 텐데, 무엇을 먼저 지을지 어떻게 정해질까요? 또 이런 시설을 짓기 위해서는 큰돈이 필요할 텐데, 정부나 지자체는 어떻게 그 예산을 조달하고 배분하는 걸까요? 그 답은 바로 ‘예비타당성조사’에 있습니다.



◆ 갖고 싶은 것을 모두 가질 수는 없으니까

   우리가 매일 20분씩 걸어서 등교하는 상황이라면, 무더운 여름에 한 번쯤 ‘자전거라도 사서 타고 다닐까?’하는 생각이 들겠죠? 자전거를 사려면 돈이 들지만, 학교에는 훨씬 일찍 도착할 수 있고, 쌩쌩 달리는 동안에는 시원하기도 할 테니 자전거를 살지 말지 고민이 될 겁니다. 우리는 이렇게 어떠한 선택을 할 때, 그 행동을 함으로써 드는 ‘비용(Cost)’과 그 행동을 통해 얻게 되는 만족이나 이득인 ‘편익(Benefit)’을 알게 모르게 비교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각자가 가진 자원은 제한적이고 우리는 그 제한 속에서 가장 나은 선택을 하길 원하기 때문이죠. 그럼, 위의 상황에서 자전거를 살지 말지 결정할 때 생각해 볼 비용과 편익은 무엇일까요? 우선, 자전거를 사고, 이 자전거에 바구니도 달아주고, 타이어가 펑크 나면 타이어를 갈아주는 것들은 비용입니다. 그리고 학교에 더 일찍 도착하거나 시원하게 등교할 수 있는 것은 편익이죠. 결국 자전거를 샀을 때의 얻는 모든 편익과 비용을 비교해 본 후, 편익이 비용보다 크다면 자전거를 살 것입니다.

   다시 서론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우리 삶에 밀접하게 닿아 있는 도로와 철도, 공공의료기관, 체육시설, 공항 등의 개발은 대부분 정부 사업으로 진행됩니다. 국가의 예산이 투입되는 것이죠. 전국 각 지역에서는 이러한 공공시설과 인프라를 자신의 지역 내에 갖추길 원하고, 정부에 요청합니다. 그럼, 정부는 지역의 모든 요구를 수렴해서 많은 시설과 인프라를 마음껏 지어줄 수 있을까요?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요구할 때마다 그 필요에 언제든 응할 수 있도록 부지(땅)와 돈, 그리고 시간이 항상 여유롭다면 가능하겠습니다. 그러나 정부도 한정된 자원으로 인해 선택의 순간에 마주할 수밖에 없죠. 그래서 정부는 ‘이 사업이 투자가치가 있을까’를 자세히 따져봅니다.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는지를 전문적이고 세부적으로 계산하고 판단하죠. 마치 앞서 우리가 비용보다 편익이 더 큰 쪽을 선택한 것과 같이, 국가도 사회적인 이득이 사업을 위해 드는 비용보다 더 큰지를 비교해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우리의 세금으로 마련된 재원이 투입될 사업들과 그 순서가 결정됩니다. 이러한 조사 과정을 ‘예비타당성조사’라고 합니다.


◆ 예비타당성조사, 그 존재의 이유

  현재 우리나라 법에는, 총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이면서 정부에서 300억 원 이상의 재정을 지원하는 신규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를 받아야 한다고 정해져 있습니다. 정부에서 막대한 재원을 들여 사업을 시작하려면 그 전에 재정을 어떻게 쓸지 예산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그 사업이 정말 필요한지 미리 따져봐야 합니다. 예타는 바로 이런 과정을 통해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평가하는 절차입니다.

  예타 과정은 사업의 쟁점 파악부터 시작됩니다. 사업이 이루어질 지역의 전반적인 현황을 살펴보고, 연관이 있는 주변 계획도 검토하면서 여러 사업 간의 조화와 사업 추진의 실현 가능성을 고려합니다. 그리고 사업계획에서 기술, 비용, 편익 등을 고려할 때 쟁점이 될 사항을 짚어 조사의 기초를 다집니다. 다음으로 사업에 대한 수요와 편익, 비용을 수치로 환산해 경제적 타당성을 평가하는 경제성 분석, 숫자로 표현하기 어려운 정책의 일관성, 사업 준비 정도, 고용효과 등을 평가하는 정책성 분석, 지역의 낙후 정도와 지역균형발전을 고려하는 지표를 통해 보는 지역균형발전 분석을 거칩니다. 이러한 평가 항목들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서 종합평가를 내립니다.

   이러한 예타 과정을 거치면, 어떤 사업을 먼저 해야 할지 우선순위가 공정하게 결정됩니다. 덕분에 정부는 한정적인 재원, 즉 예산을 낭비하지 않고 효과가 큰 사업에 집중해서 돈을 쓸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예산의 낭비를 막을 수 있게 되며, 재정 운영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이죠.
     
   위에서 언급한 기준에 부합하는 신규 사업이 예타를 거쳐 그 사업성을 평가받는 모든 과정은 <그림 1>과 같이 진행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삶의 질을 높여주는 사회·문화시설이나,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도로와 철도 같은 것들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지어지는 것입니다. 즉, 일상에서 사용하는 시설들이 이렇게 체계적으로 결정된 결과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 경제적·사회적 가치는 어떻게 숫자가 되나요?

   지금까지 예타가 왜 존재하는지, 그리고 어떤 과정으로 중대한 결정이 이루어지는지 알아보았습니다. 그럼, 이제 조금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도로, 철도, 공항, 항만 등 예타의 대상이 되는 사업의 투자가치, 즉 경제적·사회적 가치는 어떻게 파악할까요?

   예타에서의 경제성 분석은 말 그대로 이 사업이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 그 경제성을 수치로 판단하는 단계입니다. 숫자가 아닌 것들을 이미 연구된 참고치를 활용해 하나씩 객관적 기준으로 바꾸어 나가는 작업이죠. 이를 통해 사업이 만들어내는 편익과 사업에 들어가는 비용을 계산해서 사업성이 있는지를 파악합니다.
   예를 들어, 도로를 건설한다고 생각해 볼까요? 먼저, 수요라고 할 수 있는 이 도로의 사용량을 예측합니다. 이때 기존의 교통량 자료, 인구 성장률, 인근 지역의 개발 계획 등을 바탕으로 수요를 계산합니다. 이 예측은 단순히 느낌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자료와 통계, 예측 모형을 활용하고 ‘앞으로 하루에 몇 대의 차량이 지나갈 것인지’, ‘몇 명이 이 경로를 이용할 것인지’ 등을 숫자로 만들어내는 과정입니다. 수요가 파악되면, 이 도로가 사람들에게 어떠한 편익을 주게 될지 계산합니다. 도로가 새롭게 생긴다면 차가 덜 막히고, 그만큼 시간을 아낄 수 있겠죠? 절약한 시간을 실제 돈으로 바꾸는 것이 바로 편익의 수치화입니다. 즉, 한 사람이 1시간을 절약하면, 그 시간의 가치를 평균 임금이나 활동 가치로 환산해서 ‘1시간 = 약 2만 원의 가치’처럼 금액으로 계산하는 것입니다. 도로 건설에 따라 줄어드는 차량 유지비, 연료비, 사고 위험 등을 모두 금액으로 환산해 편익에 포함합니다.(아래 <표1> 참고) 눈에 보이지 않던 이익들이 이렇게 하나씩 숫자가 되어 나타나죠. 그리고 비용을 파악합니다. 도로를 짓는데 드는 모든 공사비, 땅을 사는 데 드는 비용, 도로를 유지·보수하는 비용까지 모두 포함합니다. 사업이 끝날 때까지, 그리고 이 도로를 운영하게 될 수십 년 동안 계속해서 들어갈 비용을 빠짐없이 따져야 하죠. 그렇게 환산된 비용(C)과 편익(B)을 이용해 일반적으로 편익이 비용보다 크다면 경제성이 있다고 평가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있어요. 바로 ‘시간은 흐른다’라는 점입니다. 보통 편익은 사업이 완공된 이후 수십 년 동안 조금씩 발생하고, 비용은 주로 사업 초기에 집중됩니다. 그래서 경제성 분석에서는 이를 일관성 있게 비교하기 위해‘현재가치’라는 개념을 적용합니다. 미래에 발생하는 모든 돈을 지금 시점으로 바꾸어 계산하는 거예요. 10년 후에 얻을 100억 원의 이익이 지금의 100억 원과는 그 가치가 다르겠죠? 따라서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과 편익에 ‘할인율’이라고 하는 일정한 비율을 적용해 그 가치를 현재 시점으로 줄이는 것입니다. 현재가치를 계산해서 비용의 현재가치보다 편익의 현재가치가 클 때, 경제적으로 이익이 남는다고 평가하죠. 이러한 방법들을 통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국가사업이 과연 그만한 가치를 만들어내는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합니다.
                  

◆ 숫자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것들

   경제성 분석에서 비용과 편익의 수치화로 사업의 타당성을 살펴보았다면, 정책성 분석 단계에서는 그 사업이 정부의 정책 목표나 사회적인 가치와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살펴봅니다. 한 사업이 진행되는 모든 여건과 사업이 가져오는 정책적 효과, 사업이 진행되며 가져올 일자리의 효과나 생활 여건에 대한 영향 등이 그 세부적인 지표가 됩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현재 ‘제5차 국토종합계획(2020~2040)’과 ‘제2차 국가기간교통망계획(2021~2040)’을 최상위 계획으로 추진 중이고, 시에서도 이에 따른 관련 계획들을 추진 중이라면, 해당 시에서 건설하고자 하는 대중교통 확대 사업은 정책 방향이 일치한다고 볼 수 있겠죠. 즉, 정책성 분석은 숫자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국가의 비전, 사회적 요구, 공공성 등을 고려하여 사업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평가하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지역 간 발전 격차가 커지는 문제가 심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역균형발전 분석이 추가됩니다. 원래의 경제성 분석의 구조대로라면, 지역발전이 크게 이루어지지 않은 낙후된 지역일수록 타당성이 낮게 평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는 지방의 인구가 수도권에 비하면 현저히 적습니다. 사람이 적은 지역에서는 수요도, 수요를 고려해 계산한 편익도 당연히 작을 것이고, 그렇다면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은 낮을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예타에서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상위 국가 정책을 평가에 반영하여 타당성을 평가합니다. ‘지역낙후도지수’를 개발하고, 사업을 통해 나타날 지역별 파급효과를 분석할 수 있는 모형을 개발해 적용하는 것이죠. 이를 활용해 낙후 지역에서 수행되는 사업이 해당 지역에 큰 파급효과를 가져온다면 일종의 가점을 부여해서 지역 간 불균형을 방지합니다. 이처럼 지역균형발전 분석은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전국이 함께 성장하는 길을 모색하기 위한 중요한 평가 과정입니다. 이 분석 덕분에 단순히 경제적 수익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지역의 미래와 연결된 사업의 가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하나의 공공시설, 기반 시설이 우리 지역에 지어지는 데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구체적이며 논리적인 단계가 있었다는 것을 알아보았습니다. 결국 이 모든 과정은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이기 때문에, 최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기 위한 것이죠. 단순히 ‘필요하다’, 그리고 ‘필요할 것 같다’라는 감이 아니라, 수요와 편익, 비용을 구체적인 숫자로 바꾸어보고, 그 숫자들을 바탕으로 비교하면서, 사회적인 가치들을 꼼꼼하게 따지는 것.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를 통해 이 사업이 정말로 할 만한지, 우선순위는 어디쯤인지 결정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경제성을 숫자로 판단하는 과정은 단지 계산의 문제가 아니라, 사업에 큰 비용이 들더라도 그 사업을 통해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이 누리게 될 편익을 고민해 보게 되는, 결국 ‘공공의 이익’을 추정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예타의 경제성 분석은 그래서 단순한 수익의 크기보다는 사람과 삶을 중심에 둔 분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유영 KDI 전문연구원 ykim@kdi.re.kr

참고문헌
법제처, 「예비타당성조사 수행 총괄지침」, 열람일: 2025.7.1.
KDI 공공투자관리센터, 「2025년 제1회 예비타당성조사 착수회의 자료」, 2025.6.5.
KDI 공공투자관리센터, 「예비타당성조사 수행을 위한 세부지침 일반부문 연구」, 2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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