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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로 세상 읽기
실직하면 정부에서 돈을 주는 이유

  생업을 잃은 사람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전까지 당장의 생계를 걱정하게 됩니다. 저축한 돈이 있다면 한동안 버틸 수 있지만, 생활비 지출에 급급해 충분한 대비를 하지 못한 사람은 생계와 취업 준비의 이중고에 시달려야 합니다. 예기치 않은 실업의 영향은 개인의 경제 형편에 따라 다르고, 실업을 대비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한 개인의 선택이자 책임입니다. 그러나 실업이 실제로 발생할 경우 정부는 ‘실업급여’라는 제도를 통해 실업자에게 일정한 소득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1995년 도입된 이 제도는 이제 30년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왜 만들어졌으며, 어떤 효과가 있었을까요?
 

◆ 실업자가 되기만 하면 정부가 돈을 준다는 착각


  실업급여를 정부가 제공하기 때문에, 직장을 잃은 사람이 별도의 기여 없이 생활비를 지원받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업급여는 모든 실업자에게 지급되는 현금 지원이 아니라,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가 일정한 요건을 충족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보험 급여입니다. [그림 1]에서 보듯이 고용보험은 실업급여 외에도 ‘적극적인 취업 알선을 통한 재취업의 촉진과 고용안정’을 위한 고용안정사업, ‘근로자의 직업능력 향상을 지원’하는 직업능력개발사업 등을 상호 연계하여 운영하는 사회보험 제도입니다(고용노동부, 2025). 다시 말해, 실업급여는 국가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복지급여가 아니라, 고용보험이라는 제도 안에서 보험료 납부와 급여 수급이 대응되는 보험의 성격을 갖습니다. 따라서 실업급여는 고용보험에 가입하고 보험료를 낸 사람 중에서도, 법에서 정한 수급 요건을 충족한 사람에게만 지급됩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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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실업부조제도는 보험의 형태는 아니지만, 소득조사(income test)를 전제로 저소득 실업자에 대하여 전액 정부 부담으로 실업수당을 지급하는 형태로서 호주, 뉴질랜드 등의 국가에서 실시하고 있습니다(고용노동부, 2025). 우리나라는 실업부조라는 명칭으로 운영되는 제도는 없지만, 한국형 실업부조라고 부르는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업급여가 보편적인 현금 지원처럼 인식되는 이유 중 하나는, 고용보험이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사업장의 근로자에게 의무적으로 적용되는 사회보험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영국, 일본, 독일 등 다수의 국가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사업장의 근로자에게 고용보험을 포괄적으로 적용하는 강제적 사회보험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고용보험 방식은 1911년 영국에서 최초로 도입된 이후, 적용 범위와 대상이 점진적으로 확대되어 왔습니다(고용노동부, 2025).2) 우리나라에서는 제도가 도입된 1995년 이듬해 7월 1일에 첫 실업급여가 지급되었습니다(임병인, 2024).

  고용보험이 강제적으로 적용되다 보니, 근로자는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급여명세서에서 보험료가 자동으로 공제됩니다. 이때문에 고용보험료를 세금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세금은 반대급부 없이 강제적으로 부과·징수되는 반면, 고용보험은 보험료를 납부한 사람에게 급여라는 반대급부로 제공된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릅니다. 다만 국가가 제도를 강제한다는 점에서 고용보험료를 준조세로 분류하기도 합니다(한국조세연구원, 1998). 2026년 현재 근로소득자는 세전 소득의 약 0.9%를 고용보험료로 납부하고 있습니다.3) 통계청 KOSIS에서 조사된 2024년 기준 근로소득자의 월평균 세전 소득이 약 3,737,000원임을 고려하면,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약 33,600원 수준의 고용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는 셈입니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람이 받을 수 있는 구직급여의 금액과 지급기간은 나이, 근속연수, 연봉에 따라 다릅니다. 최근 18개월 동안 고용보험이 적용된 날이 180일 이상인 경우, 2026년 기준 하루 최소 66,048원이고, 120일 동안 총 7,925,760원이 지급됩니다. 구직급여 제도가 보장하는 하루 최대 급여는 68,100원이며, 최대 기간은 270일입니다. 따라서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한 사람은 270일 동안 총 18,387,000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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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임의적 고용보험제도는 노동조합에 의해 자발적으로 설립된 실업 기금이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아 운영되는 형태로서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등의 국가에서 실시되고 있습니다(고용노동부, 2025).
3) 사업자도 실업급여 지급을 위해 0.9%를 동시에 보험료로 납부하는 부담을 지고 있습니다.
4) 정부는 2026년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구직급여 최저액을 조정했고, 이에 맞추어 구직급여 상한액을 66,000원에서 68,100원으로 변경했습니다.


◆ 고용보험을 강제하는 이유

  그런데 정부가 고용보험을 강제해야만 할까요? 개인이 ‘스스로 선택할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아닐까요? 이때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정보의 비대칭(asymmetric information)으로 인한 시장실패, 특히 역선택(adverse selection)의 문제에 있습니다. 실업이라는 위험은 모든 근로자에게 존재하지만, 그 발생 가능성은 개인마다 크게 다르며 제도 설계자가 이를 개별 근로자 수준에서 정확히 알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근로자는 자신의 능력과 태도, 그리고 직무 적합도 등 실업 위험과 관련된 숨겨진 개인적 특성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 상황에서 실업보험을 자발적 가입 방식에 맡길 경우, 실업 위험이 높다고 인식하는 근로자가 주로 보험에 가입하고, 위험이 낮다고 판단하는 근로자는 가입을 기피하게 됩니다. 그 결과 보험 가입자는 점차 고위험 근로자 위주로 구성되어 역선택이 발생합니다. 역선택이 심화될수록 보험금 지출은 증가하고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해지며, 이는 다시 저위험 근로자의 보험 시장 이탈을 초래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즉, 시장실패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 같은 시장실패를 완화하기 위한 해법 중 하나가 바로 풀링(pooling)입니다. 풀링이란 실업 위험이 높은 근로자와 낮은 근로자를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보험 집단으로 묶어 위험을 분산하는 방식입니다. 고용보험은 실업보험을 개인의 자발적 선택에 맡기는 대신,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근로자를 포괄적으로 가입시키는 사회보험 방식으로 설계됨으로써 이러한 풀링을 제도적으로 구현한 것입니다.


◆ 실업급여의 효과

  고용보험이 실업급여를 통해 실직자가 처한 당장의 곤궁한 생활을 면하게 해 주는 직접적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실업급여가 없는 경우, 실직자는 당장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임금이 낮거나 근로 조건이 좋지 않은 일자리라도 서둘러 선택할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실업급여를 통해 최소한의 소득이 보장되면, 구직자는 급한 선택을 미루고 자신의 능력과 경험에 더 잘 맞는 일자리를 탐색할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때문에 단기적으로는 구직 기간이 다소 길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잦은 이직이나 반복적인 실업을 줄이고 사람과 일자리가 더 잘맞는 선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입니다. 이를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고용보험은 실업급여 지급에 그치지 않고 직업훈련 취업 알선 서비스를 함께 제공합니다([그림 1] 참고).

  실업급여의 역할은 생계 안정을 돕고, 직업 탐색 기간을 줄이는 개인적 차원에 그치지 않습니다. 경기 침체로 실업이 크게 늘어나면 가계의 소득이 감소하고 이는 소비의 위축으로 이어집니다. 가계의 소비가 감소하면 생산이 감소하고, 이는 다시 고용의 감소로 이어져 경제 활력을 더욱 둔화시킵니다. 구매력의 뒷받침이 있는 수요를 유효수요라고 부르는데(김대식 외, 2020) 실업급여는 경기 침체기에도 유효수요가 급격히 위축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고용노동부, 2025).

  한편, 실업급여는 경기가 나빠질 때 실업자 증가에 따라 자연스럽게 확대되고, 경기가 회복되면 다시 축소되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이처럼 실업급여 지출이 경기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조정되는 특성은, 별도의 추가적 정책 결정을 거치지 않더라도 경기 변동의 폭을 완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즉, 실업급여는 경기 침체기에는 가계 소득과 소비의 급격한 위축을 완화하고, 회복기에는 구인구직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실업급여가 자연스럽게 축소되는 자동안정화장치(automatic stabilizer)가 됩니다.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구직급여 지급이 빠르게 확대된 것은, 고용보험이 단순한 개인 보호 제도를 넘어 거시경제의 급격한 충격을 완화하는 제도적 장치로 기능했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그림 2] 참고).
   

  우리나라의 고용보험은 제도가 설계된 1995년 이후,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가장 최근의 코로나19 위기에 이르기까지 반복되는 경제 충격 속에서 실직자의 생계를 보호하고 노동시장의 급격한 충격을 완화하는 사회적 안전망으로 기능해 왔습니다. 다만 제도 도입 이후 30년이 지난 현재, 경제 구조와 노동시장은 크게 변화하였고 고용 형태 또한 빠르게 다변화되었습니다. 실업급여의 적용 범위 확대와 보장 수준 강화는 실직자의 생활 안정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지만, 동시에 구직 기간의 장기화나 단기 고용과 실업의 반복과 같은 부작용 가능성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양한 문제의식 속에서 정부는 고용보험 제도 도입 30주년을 계기로, 변화한 노동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고용보험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2025년 말에 출범시켰습니다. 이번 논의를 통해 고용 형태의 다변화와 노동시장 구조 변화에 부합하는 제도 조정이 이루어져, 고용보험이 단순한 소득 보장 제도를 넘어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제도로 발전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차성훈 KDI 전문위원
econcha@kdi.re.kr


참고문헌
고용노동부, 『2025년판 고용보험백서』, 2025.
국회예산정책처, 『실업급여 제도의 고용 성과에 관한 효과성 분석』, 2024.
김대식·노영기·안국신·이종철, 『현대경제학원론』, 박영사, 2020.
통계청, 「KOSIS - 구직급여 신청 동향」, https://kosis.kr
한국조세연구원, 『준조세(Quasi-tax)에 관한 연구』,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