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글로벌 공급망으로 본 우리경제 구조변화를 분석하고 정책대응 방안을 모색한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 글로벌 공급망이 변화하고 있음.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인식이 과거 경제성장의 원동력에서 최근에는 리스크의 원천으로 바뀌면서, 지정학적 블록화·지역화가 나타나고 있음. 또한 2010년대 들어 시작된 상품교역 증가세 둔화는 최근까지 이어지는 데 반해 서비스 교역은 증가세를 유지하는 등 교역의 형태도 변화하고 있음. 앞으로도 ① 지정학적 긴장 ② AI 주도 디지털 혁신, ③ 서비스 교역 확대, ④ 기후변화 대응 등이 미래 공급망의 모습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됨.
- 글로벌 공급망에 깊숙이 참여한 우리나라는 이러한 공급망 변화에 크게 노출되어 있음. 공급망 관점에서 우리 경제구조의 특징을 살펴보면, 우리 경제는 ① 생산구조가 제조업에 치중되어 있고, ② 수출의존도가 높으며, ③ 서비스 수출은 높은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성장세가 더딘 모습이며, ④ 일부 신산업 중심으로 원자재 수입 안정성이 요구되는 상황임.
- 글로벌 공급망 수출과 연계된 국내 생산활동(수출연계생산)의 변화를 살펴보면, 2000년대 큰 폭 성장하였던 수출연계생산은 2010년대 들어 증가세가 완만해지고 있음. 이는 글로벌 성장세 감소와 구조적 둔화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임. 특히 구조적 둔화세의 상당 부분은 중국과의 수출연계성 위축에서 비롯하였음.
- 주요 수출산업별로 보면, IT제조업(반도체 등) 공급망에서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전방(upstream)에 참가하고 있음. 특히 우리나라는 2010년대 이후 부가가치율이 큰 폭 상승하면서 공급망 내 중요성이 더욱 높아져 현재 중국, 미국 다음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음. 다만, 2018년경부터는 IT제조업 공급망에서 한·중 생산구조가 변화하고 있음. 이는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에는 하방요인으로, 중국의 대한국 수출에는 상방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
- 자동차 산업은 지난 10여 년간 수출연계생산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여타 주요국과 함께 글로벌 공급망 내 우위를 점하고 있었음. 그러나 전기차 전환과 함께 향후 자동차 산업의 지위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음.
- 미래의 공급망은 중간재 상품에 비해 중간재 서비스의 중요성이 커지고, 제조업의 서비스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됨. 디지털 전환으로 중간재 서비스 교역 비중이 증가하고, 기술혁신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경계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됨.
- 공급망 변화의 속도는 지정학적 갈등의 전개양상과 기후변화 대응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임. 미·중 갈등은 단기적으로 심화되고 있으나, 양국 간 높은 경제 상호의존성에 의해 장기적으로는 경쟁적 협력관계로 나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 기후변화 대응은 디지털 혁신과 결합해 친환경 생산공정을 촉진하겠으나, 국제규범이 정립되기까지 무역갈등의 요인이 될 우려도 있음.
- 미래의 공급망 변화와 우리 경제구조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우리 산업 전략은 ① 첨단제조업에서 기술 우위 유지, ② 국제적인 전략적 협력(strategic alliance)을 통한 수입 공급망 안정성 강화에 중점을 두어야 함. ③ 서비스 수출 확대 전략은 제조업 내재 서비스와 디지털 서비스라는 투트랙(two-track)으로 전개되어야 하겠음. 아울러 ④ ESG 공급망으로의 전환도 가속화해야 함.
- 우리 기업들이 공급망 변화에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정책당국이 시급히 추진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음. ① 반도체 산업에서 초격차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국제 R&D협력체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음. ② 배터리·전기차 산업의 경우, 수입선 다변화, 핵심광물 비축을 다방면으로 강화하는 한편, ESG 기준에 맞춰 수입국 리스크를 사전에 관리해야 함. 마지막으로 ③ 제조업과 서비스업, 내수와 수출의 경계가 흐려지는 상황에서 기술 간 융합을 저해하는 업종별 구분에 근거한 규제를 대폭 축소할 필요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