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처에 새로운 근무형태 바람이 불고 있다. 공무원들이라면 누구나 익숙한 평일 야근과 주말근무라는 관행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정부부처들이 공무원들의 삶의 질을 위해 가급적 야근은 지양하고 주말근무도 엄격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 비교할 때 전례 없는 일이다. 주 5일 근무제가 정착되고도 공무원들은 정책 생산과 수립 등 각종 제도 업무에 짓눌려 주말에 쉰다는 생각은 ‘언감생심’이었다.
공무원들의 새로운 근무형태는 ‘재량근무제’로 표출되고 있다. 일부 대기업에서 실시하는 재량근무제가 공직사회에도 본격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재량근무제는 출퇴근 의무 없이 프로젝트 수행으로 주 40시간 근로시간을 인정받는 신개념의 근무제다. 통상적인 ‘9시부터 6시까지’의 근무시간 시스템에서 벗어나 직원들이 자율적이고 탄력적으로 업무시간과 장소를 조율할 수 있는 게 이 제도의 장점이다. 다시 말해 ‘시간·공간·업무관행’의 재창조를 통한 ‘일하는 방식’ 전반의 변화를 꾀하자는 ‘리플래시’ 근무전략이다. 한 해 연 2조원 규모에 달하는 시간외 근무수당도 이번 참에 확 줄었다. 특히 직원들이 현장에 가서 직접 아이디어를 발굴해 이를 정책과제에 반영하도록 하면서 재량근무제가 주목받고 있다.
이를 제일 먼저 도입한 행정자치부는 올해 초 국장급 등을 대상으로 일주일간 재량근무제를 실시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국장급들은 이 시간에 집에서 독서와 여행, 아니면 지역 및 산업현장에 가서 새로운 경험을 쌓는 등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일부 국장급들은 서울에 남아 외국계 기업을 방문해 그들이 일하는 방식과 업무형태 등을 면밀히 관찰해 새로운 근무 패러다임을 구상 중이다.국장급 이하 직원들도 이제는 자율적으로 이 제도를 선택하고 있다. 일부에선 부정적 평가도 있지만 새로운 경험을 쌓는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이 모든 발상은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직접 짜냈다. 지난해 취임 때부터 내부혁신과 불필요한 야근 근절 등 업무혁신을 부르짖고 이를 추진한 결과다.
“임실 치즈마을과 진안 마을만들기센터 등을 방문해 지역경제 활성화 시책 성공요인을 분석한 결과 이해당사자인 주민 모두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과 아이디어 발굴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부산 감천문화마을을 방문했는데 마을 원형을 보존하며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주민 스스로 개발한 성공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마을 코디네이터’ 등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체계 시스템 개발 필요성을 느꼈다.”
최근 재량근무를 통해 현장에 다녀온 행정자치부 직원들이 내부 게시판에 남긴 평가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재량근무제는 경직된 일 문화를 개선하고 직원들의 사기 진작 등을 위해 유연근무(재량근무형)를 정착시키자는 차원”이라며 “사무실을 벗어나 민생현장 방문 등 다양한 공간에서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재량근무제를 체험한 직원들은 아이디어 발굴, 에너지 충전 등 긍정적 평가를 내리기도 했지만 일부에서는 상사 눈치보기나 과도한 업무 등으로 재량근무가 꺼려진다는 입장을 보여 정착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행정자치부를 시작으로 특허청과 부산시가 재량근무제를 이미 도입해 운영 중이며 식약처 등 다른 부처들도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재량근무제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공무원 조직문화의 동반 변화도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