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나아질 것 없는 살림살이였는데도 새해에는 항상 마음이 설레던 기억이 난다. 세월이 흘러 가슴 뛰는 설렘이 없어진 것은 당연하다 하더라도 최근의 경제상황을 보면 막막한 감정만 앞선다. 지난해 저유가, 저금리, 원화가치 저평가 등 소위 전형적인 3저 현상에도 경제성적표가 예상보다 훨씬 부진했던 터라 더욱 의기소침해진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2016년 CEO 경제전망 조사’에 의하면 국내 기업 최고경영자들의 반 이상이 병신년 새해 경영기조를 긴축경영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을미년 내내 시끄러웠던 노동개혁은 용두사미에 그쳤고 간판업종인 조선·해운·철강 등 업종의 기업 구조조정 논의와 사상초유의 가계부채 문제는 근본적인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추경까지 동원한 정부의 확장적 거시정책 효과가 일부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하나 결코 녹록지 않은 세계경제 환경이 버티고 있다.
돌이켜보니 2015년 초의 경제전망도 그렇게 낙관적이진 않았지만 이렇게까지 어려울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듯하다. 그래서인지 2015년 경제전망시 대부분의 국내외 전망기관들이 상향 전망했다가 전망치를 낮추는 구조적 오류가 있었다. 대표기관인 한국은행이 2015년 경제성장률을 4.2%로 예상했다가 지난 10월 2.7%로 전망해 무려 1.5%p나 상향 전망했을 정도니 다른 곳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렇게 전체적으로 상향 경제전망 오류가 발생한 것은 세월호 사태나 메르스 확산 등 예상외의 경제적 충격을 야기하는 사건들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과 경쟁적 지위체계가 구조적으로 바뀐 데 대한 인식전환이 충분하지 못했던 탓이 크다.한국경제는 1990년대 중반 이후 20년간 R&D에 전력투구해 제조업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찬사를 들으며 수출로 활로를 열어왔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과거의 성공방정식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왔다. 경기변동이 완만하고 성장이 정체될수록 수요와 기술,산업구조가 격렬하게 변동치며 경쟁의 강도는 더 거세지는 것이 이치다. 이미 발 빠른 기업들이 나서면서 콘텐츠나 플랫폼과 같은 디지털서비스업이 산업생태계의 핵심이 돼가고 있다. 그런데도 핵심 정책은 제조업 중심의 제품생산과 수출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모바일서비스로 대표되는 시대적 조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인간의 부정적인 면을 지나치게 강조했던 점을 반성하며 태동한 긍정심리학의 창시자인 마틴 셀리그만(Martin E.P. Seligman)이 “불행은 노력하지 않아도 오지만 행복은 노력해야만 얻어진다.”고 한 말이 인상 깊다. 행복한 사람들은 항상 새롭게 이해하고 성취하려고 애쓰며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통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유가하락 등 원자재가격 약세와 중국의 경기둔화에 따라 벌써 2년 연속 수출과 내수의 동반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4년 국내 기업 매출액이 2006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감소한 것은 예사롭게 넘길 일이 아니다. 하지만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수록 각고의 노력과 다각적인 도전을 시도해야 한다.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을 올바로 인식하고 변화무쌍한 경제상황을 통제해 선제적으로 변화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 국민들에게 우울한 경제가 아니라 설레는 병신년을 맞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