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대학 입시는 치열했다. 아니 처절 했다. 한 문제라도 더 맞추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짜내야 했고, 조금이라도 더 낮은 경쟁률을 쫓아 머리띠를 싸매야 했다. 단지 입시생만의 문제가 아니다. 매년 20조원 가깝게 지출되는 초중고 학생 사교육비의 거의 대부분은 좋은 대학 입학에 최종 목표가 맞춰져 있다. 과연 지금의 한국 교육의 모습이 효율적이고 바람직한 것인지, 지극히 의문스럽다.
대학 편입 확대, ‘입시 지옥’ 해소 기대
우리는 왜 대학 입시에 이토록 집착하는 걸까? 사람들의 행동은 합리적이다. 수십년 간 대학 입학을 중요시 여기는 관행이 정착 돼 왔다면, 이는 좋은 대학에 입학했을 경우 그만큼 충분한 보상이 주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좋은 대학일수록 교수진도 더 훌륭하고 교육환경도 양호하다. 우수한 동료 학 생들과 경쟁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도 많다. 좋은 대학 출신일수록 능력이 우수한 사람이겠거니 생각해 주는 사회적 시선도 존재한다. 그러니 좋은 대학에 입학하면 졸업 후 좋은 직장에 취업해 보다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학생·학부모 가 대학 입시에 전력투구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지나칠 정도로 과열된 대학 입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는 대학 입학 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되도록 만드는 것 이다. 어느 대학에 입학하더라도 본인이 노력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을 수 있다면, 지금처럼 입학에만 집착해 대학 입시에 매달리는 부작용은 상당 정도 완화될 수 있다. 대학 간 질적 격차를 완화하고, 입학은 수월하지만 졸업은 보다 까다롭게 만드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미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 보이는 모습이기도 하다.
이와 더불어 한 가지 더 고려해 볼 수 있는 방안은 대학 편입을 확대하는 것이다. 처음 입학한 대학이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그 대학에서 열심히 노력한 성과를 기초로 보다 좋은 대학으로 이동할 수 있는 ‘제2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대학 입시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부담은 완화되고 대학 교육의 경쟁력도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편입자 비율 美 28.2%, 韓 2~3%
우리보다 앞서 나가는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2004년 미국 청소년에 대한 추적조사 자료(National Longitudinal Survey of Youth 1979년 코호트)를 분석한 라이트와 스트레이어(A. Light and W. Strayer)의 연구 결과는 흥미롭다. 4년제 대학을 경험한 사람 중 최종적으로 학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은 60.8%였고, 2년제 대학을 경험한 사람 중 전문학사를 취득한 사람의 비율도 20.1%에 불과했다. 대학 졸업이 상당히 까다롭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대학 편입도 활발하다. 최종적으로 학사학위를 취득한 사람 중 편입을 경험한 사람은 28.2%나 됐다. 13.1%는 다른 4년제 일반대학에서 편입한 경우이고, 15.1%는 2년제 대학을 경유해 편입한 학생이었다.
편입생이 일반 학생보다 오히려 졸업 이후 노동시장 성과가 좋았다는 것이 이 연구의 핵심 분석 결과다. 학사학위를 가진 사람 중 다른 4년제 일반대학에서 편입을 한 사람은 6.1%의 추가적인 임금 프리미엄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년제 대학에서 편입한 사람은 유의한 임금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일반대학의 경우 편입생의 임금이 더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대학 학생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기회 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가장 극대화시켜 줄 수 있는 대학을 찾아 나간다. 따라서 대학을 교체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보다 맞는 대학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고, 이로 인해 대학을 옮기지 않은 사람에 비해 보다 임금이 높아지는 편입의 직접적 효과를 누리게 된다. 연구자들은 이유를 그렇게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필자가 최근에 발표한 논문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일반대학 졸업생 중 편입 출신자의 비율은 기껏해야 2~3% 수준에 불과했다. 미국의 28.2%와 비교한다면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 편입자의 비율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편입 출신자의 노동시장 성과도 편입을 하지 않은 일반 졸업생에 비해 높지 않았다. 다른 일반대학에서 편입한 사람이든 아니면 전문대학 졸업 후 편입한 사람이든, 편입자는 비편입자에 비해 다양한 측면에서 노동시장 성과가 대체로 더 낮은 추세를 보였다. 분석 연도와 노동시장 지표에 따라 유의하게 마이너스 부호를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이 역시 미국에서의 분석 결과와는 다른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대학 재학생들이 편입의 좁은 문을 뚫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편입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비교 대상으로 삼는 것은 편입한 대학의 기존 일반 학생이 아니라 편입하기 전 대학의 동료 학생들일 가능성이 높다. 편입을 하지 않고 편입 전 대학의 다른 동료들과 유사한 진로를 택한 경우보다 편입을 통해 더 높은 수익이 기대된다면, 편입을 선택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이러한 효과는 논문의 분석 결과에서 강하게 확인되고 있다.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일반대학에 편입한 사람은 그렇지 않고 전문대학 졸업 후 노동시장에 바로 진입한 사람에 비해 좋은 직장을 구할 확률이 높고 임금수준도 유의하게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편입자 성과 높일 방안 필요
개인적으로는 편입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지나치게 과열된 대학 입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대학 편입을 확대해 교육시장을 유연화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 편입비율이 현재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라는 점 역시 대학 편입의 확대 필요성을 지지해준다. 하지만 대학의 입장에서 볼 때 편입 출신자가 일반 졸업생에 비해 노동시장 성과가 높지 않고 오히려 마이너스 부호를 나타내는 추세를 보인다는 점은, 대학 편입 확대에 대한 주장을 주저하게 만든다.
우리나라에서는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추측컨대 편입을 허용하는 대학에서 해당 전공과정을 이수하기에 충분한 역량과 준비를 갖춘 인재를 선발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을 수 있다. 혹은 그러한 학생을 선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맞는 적절한 교육을 제공하는 데 실패했을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대학 교육의 공정성과 효율성 차원에서 대학 편입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러한 우려가 불식되지 않는 한 대학 편입의 확대는 또 다른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