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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평[특별기고] IPCC의장 선거를 돌아보며
정홍상 기상청 차장 2016년 02월호

지난해 10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총회에서 우리나라의 이회성 고려대 에너지환경정책기술대학원 교수가 의장으로 선출됐다. IPCC는 국제사회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방향을 정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기구로 지구상 거의 모든 국가라 할 수 있는 195개 회원국 대표들이 참여한다. 이들이 공정한 절차에 따라 투표한 결과 미국, 스위스, 벨기에 등 경쟁 후보들을 물리치고 우리나라 후보가 당당히 선출됐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


IPCC의장 진출은 거의 1년에 가까운 선거활동 노력의 결실이었다. 기상청, 환경부, 외교부 등 정부 부처와 재외 공관, 한국국제협력단(KOICA),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 주요 기관, 민간 전문가들이 성공적으로 협업한 결과이기도 하다.


개발도상국의 상황과 고민을 이해할 수 있는 후보


선거활동은 공식적으로 2014년 10월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이회성 교수의 의장 진출을 추진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작됐다. 곧이어 IPCC를 담당하는 기상청을 중심으로 외교부, 환경부와 함께 범정부 추진단을 구성했다. 정부추진단은 부처 간 정보를 신속하게 공유하고 협업을 원활하게 해 나가는 통로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민간자문위원회도 구성했다. 민간자문위원회는 기후변화 전문가, KOICA, KOTRA, KDI 등의 기관, 전직 대사 등으로 구성됐고 위원장은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이 맡았다.


IPCC는 기후변화 과학자들의 포럼으로 엄밀하고 객관적인 과학적 근거를 중시한다. 따라서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인상은 주지 않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한편 다른 후보 국가들도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는 상황이었고 우리의 외교 공관망이나 해외원조 등이 상대적으로 열세인 점을 감안하면 선거활동은 더 강력하게 펼쳐야 했다.


중점적으로 선거활동을 펼칠 대상은 선진국들보다는 개발도상국들이라고 판단하고 이러한 기조를 선거활동 내내 유지했다. 기후협상에서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나라는 40여개국에 불과하며 나머지 150개국 이상은 개발도상국이다. 개발도상국은 수적으로 다수일 뿐 아니라 우리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도 더 높다. 선진국들은 미국 또는 유럽 후보가 나와 있는 상황이므로 우리 후보를 지지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설득논리도 개도국을 주로 염두에 두고 만들었고 각종 면담 약속도 개도국 대표들을 우선으로 잡았다.


선거활동 초기엔 각 회원국에서 어떠한 인사들이 어떠한 협의과정을 거쳐 IPCC의장 지지 후보를 결정하는지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부분을 정확하게 알아야 선거활동을 효과적으로 진행해 표로 연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각 회원국 정부 인사들을 만나는 기회에 물어보거나 재외공관의 보고내용 등을 참고해 나라별로 정리했다.


경쟁구도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었다. IPCC 선거 규정상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가 없으면 최다 득표 2인을 두고 2차 결선투표를 실시해 당선자를 확정한다. 후보가 6인이나 되므로 사실상 2차 결선투표까지 갈 것으로 예상했다. 각 회원국에서 1차 투표의 지지는 외교적 고려가 많이 작용하지만 2차의 경우엔 사전에 경쟁구도를 예상하기 어려워 대표에게 일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비록 1차 투표에서 우리를 지지하지 않은 국가더라도 호소력 있는 논리로 효과적으로 설득하면 2차 투표에서 표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설득논리는 무엇보다 우리 후보가 범지구적 동의기반(consensus)을 만들어 나가는 데 적합한 인물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앞으로 국제사회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는 개도국들의 적극적 참여 여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후보는 1950~1960년대에 성장했으며 당시 한국은 최빈국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실제로 경험한 사람이라야 진정으로 개도국의 상황과 고민을 이해할 수 있고 개도국의 참여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 후보가 IPCC에 20년 이상 실무그룹의장과 전체회의 부의장 등으로 기여해 오면서 증명해 보인 우수한 역량과 경험도 강조했다.



하루 24시간 부족했던 총회장 선거활동…“한국 노력 가장 인상적”


선거활동은 지역적으로 흩어져 있는 복수의 부처와 재외공관들이 같이 호흡을 맞춰 해 나가야 하는 작업으로 각 구성원들이 기간 내내 높은 열의를 가지고 잘 협업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노력을 기울였다. 부처 간 중요한 정보는 바로 공유하도록 했고, 중요한 기관은 직접 방문해 기관장을 만나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활용 가능한 계기는 최대한 활용하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어 대구 물포럼이나 인천에서 열렸던 녹색기후기금(GCF) 이사회도 활용했고 산림청에서 참여한 사막화방지 국제회의에서도 산림청 측에 부탁해 설득하도록 했다. 우리나라에 주재하는 외국대사관들도 방문해 설명하고 지지를 부탁했다. 남태평양지역 국가들에 대해선 특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통가에서 개최된 이 지역 기상장관회의에 참여해 이들 국가가 잘 모르고 있던, IPCC가 제공하는 출장비를 청구하는 절차까지 설명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남태평양지역에서 종전보다 크게 늘어난 7개국이 우리를 지지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도움을 얻어 기후변화 관련 국제심포지엄을 열고 주요 개발도상국 대표를 국내에 초청해 설득하기도 했다.


결과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한 총회 현장에서의 선거활동은 2주 정도 전부터 관계 부처 간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준비했다. 현장에선 매일 아침 대책회의를 통해 회원국별 지지 여부를 점검하고 활동방향을 상의했다. 대표단 모두가 아침부터 밤까지 그야말로 열심히 뛰었다. 투표일 하루 전 점심시간에는 이 후보가 정견 발표를 할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 많은 지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선거 후 많은 회원국 대표들이 축하 인사를 건네면서 우리 대표단의 선거활동이 가장 잘 이뤄졌고 인상적이었다고 말을 건네 흐뭇했던 기억이 있다.



IPCC 의장활동 지원하고 국내 전문가들의 적극적 참여 유도


파리협정 이후 국제사회가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 공조노력을 강화해 나가면 IPCC 역할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이회성 신임 의장이 IPCC를 잘 이끌어 성과를 내고 좋은 평판을 받도록 지원해 나가는 것이 남은 과제이다.


IPCC는 전문가의 연구 및 협의 등 지식집약 활동 위주이므로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 반면 비용 대비 효과는 매우 크다. 즉 개발도상국에 대한 도로나 병원 건설 등 원조사업과 비교하면 지원 비용은 훨씬 적게 들면서 그 효과, 즉 IPCC 보고서 내용은 향후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방향에 큰 영향을 준다. 또한 이 의장이 앞으로 IPCC의장 역할을 잘 수행하면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과 국가 이미지를 더 높일 수 있고 다른 국제기구의 수장으로 한국인이 선출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정부는 IPCC 관행에 따라 의장활동에 필요한 소수의 전문 보조인력 고용 등에 대한 재정 지원과 외교적 측면 지원을 해 나가야 한다. IPCC 전문 분야별로 국내 전문가들이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제공 등 제도적 장치도 갖춰 나가야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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