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 중에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의 침대’라는 일화가 있다. 아테네 길목에서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아 자신이 만든 쇠침대에 누이고는 침대길이보다 큰 사람은 다리를 자르고, 침대보다 작은 사람은 억지로 늘려서 죽이는 악행을 저지른 프로크루스테스의 이야기다. 이 일화를 들을 때마다 변화하는 시대와 맞지 않는, 몸에 맞지 않는 ‘낡은 규제’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묘하게 중첩되곤 한다.
최근 과학기술·ICT를 바탕으로 다양한 융합상품 및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기존 오프라인 위주의 상품·서비스가 온라인을 통해 유통되며 전반적인 산업구조가 융·복합, 온라인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동안 폐쇄적인 전자상거래 규제와 부처 간 수직적 규제환경으로 이용자 불편을 초래하고 융합신산업 창출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는 융합신산업 창출과 창조경제 실현의 주무부처로서 전자상거래, 융합신산업 분야 등의 범부처 규제를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고 규제개혁을 추진해왔다.
전자상거래 이용, 가입에서 결제까지 간편하고 쉽게!
전자상거래 규제 분야는 지난 10년간 공인인증서, 복잡한 본인확인 절차 등 이용자 불편을 유발하는 업무관행이 고착화돼 규제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2014년 9월 열린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를 통해 규제개선에 대한 범부처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 후 미래부를 중심으로 금융위원회·산업통상자원부 등 10개 정부부처와 쇼핑몰·카드사 등 관련 업계로 구성된 민관합동 전자상거래 규제개선TF 운영을 통해 전자상거래 전반에 걸친 규제를 실질적으로 개선했다.
첫째, 쇼핑몰 회원가입 시 본인확인 절차를 폐지하고 결제 시에도 간편결제 아이디, 비밀번호 입력 절차를 카드사용자 본인확인 절차로 인정함으로써 공인인증서 등 복잡하게 운영됐던 그간의 본인인증 관행을 해소했다.
둘째, 해외거주 외국인 및 재외교포의 경우 휴대폰인증, 아이핀 등 내국인만 이용할 수 있는 본인확인 수단이 없어 국내 온라인쇼핑 이용이 불편했으나, 이메일 확인 등을 통해 국내 온라인쇼핑 이용이 가능하도록 개선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외국 수준의 간편결제서비스가 도입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그간 걸림돌로 작용했던 30만원 이상 제품 결제 시 공인인증서 사용의무 규정을 폐지하고, 보안·재무적 능력을 갖춘 PG사(온라인결제대행사)의 신용카드정보 저장을 허용했다. 이러한 규제개선에 따라 현재 20개 이상의 다양한 간편결제서비스가 국내에 도입됐고, 2015년 기준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전년 대비 20.9%, 외국인의 국내 온라인 쇼핑몰 이용금액은 283.5% 이상 증가했다.
ICT 분야 규제의 선제적 개선으로 융합신산업 기반 조성
융합 신산업은 국가경제를 이끌어갈 차세대 성장동력이다.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주파수 등과 같은 ICT기술을 바탕으로 여러 산업 간 결합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 이에 미래부는 ICT 분야의 선제적 규제개혁을 통해 융합신산업 창출의 기반을 조성하는 데 규제개선 역량을 집중했다.
먼저, 「클라우드 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지난 9월 시행해 국내 클라우드산업의 발전 환경을 조성했다. 클라우드는 HW·SW 등 각종 ICT 자원을 직접 구축하지 않고 통신망에 접속해 이용하는 새로운 ICT 인프라다. 기존 전산시설 설치 및 유지비용을 줄이고 공간의 제약 없이 기존 ICT서비스를 이용 가능하게 한다. 동법 제21조에선 기존 타 법령상에서 물리적인 전산시설을 갖춰야만 인·허가가 가능했던 규정을 개선해 클라우드를 통해 기존 전산시설을 대체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또한 공공 부문에서 클라우드 도입을 촉진하도록 해 초기 사업수요를 마련하고 국내 클라우드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으로 2018년까지 약 2조원의 클라우드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사물인터넷산업 활성화를 위해 사물인터넷 실증단지를 조성했다. 사물인터넷 실증사업은 사물인터넷 인프라·기술을 보건의료, 스마트시티 등 핵심 업종에 융합해 초기 사물인터넷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신제품·서비스의 개발 및 조기 사업화를 촉진하기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다. 이는 새로운 산업 분야인 만큼 기업들이 초기에 투자하기 쉽지 않으므로 정부가 앞장서서 연구개발에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기 위함이다. 2015년에 대구와 부산에 각각 헬스케어, 스마트시티 실증단지를 조성했으며 실증사업과 함께 법제도 규제개선사항을 발굴해 개선하는 현장 중심의 규제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물인터넷·자율주행차·드론 등 다양한 융합신산업의 기반이 되는 주파수 규제를 완화했다. 기존의 일반적인 주파수 분배방식은 용도를 정해 분배하고 주파수 이용을 위한 엄격한 기술기준을 적용했으나, 융합신산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대역에서 자유롭게 사용 가능한 용도자유대역 주파수를 추가 분배(약 8Ghz)하고 용도자유대역에선 전파출력 허용기준을 기존보다 약 10배 완화(10mW→100mW)했다. 이러한 선제적인 주파수 공급으로 스마트홈, 초고속 영상전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2020년까지 약 48조원 규모의 신산업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 분야에선 연구개발 성과가 창업으로 이어지고 경제적 효과로 발전될 수 있도록 연구소기업에 대한 제도개선과 지원을 강화했다. 연구소기업은 공공연구기관이 개발한 기술을 직접 사업화하기 위해 일정 지분 이상을 투자해 설립한 기업이다. 공공기술과 민간자본과의 협력을 통해 창업과 고용창출로 이어지는 성공적인 산학연 협력모델이다. 미래부는 연구소기업의 애로해소를 위해 연구소기업에 참여하는 연구원의 휴직기간을 3년에서 최대 6년으로 확대하고, 연구소기업 등록취소 유예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했다. 등록취소 기준지분율요건도 20%에서 10%로 완화했다. 이러한 규제개선과 성장단계별 맞춤형 지원을 병행해 연구소기업 설립이 전년대비 5배 이상 증가하고 총매출액이 전년 대비 20% 증가하는 성과가 발생했다.
지금까지 미래부는 융합신산업 창출과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규제개혁을 추진했다. 2016년에는 국민불편 해소와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규제개혁을 추진함과 동시에 그간의 규제개혁 성과가 현장으로 확산돼 국민과 기업이 체감할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규제개혁을 강화할 예정이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종말을 아는가?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를 만나 자신의 쇠침대에 눕혀져 머리와 다리가 잘려 죽고 만다. 낡은 규제는 결국 자신을 옥죄는 올가미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