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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경제뉴스 행간 읽기글로벌 헤지펀드의 중국 공격, 한국경제까지 흔들 수도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2016년 03월호

 

세계 금융시장에서 ‘거대한 물밑 싸움’이 한창이다. 중국 정부와 글로벌 투기자본 간 전쟁이 그것이다. 공격 측은 조지 소로스를 비롯한 헤지펀드다. 중국과 홍콩 시장에서 ‘돈냄새’를 맡은 헤지펀드들은 마치 이리 떼처럼 위안화 물어뜯기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소로스를 ‘금융계의 악어(financial crocodile)’라고 비난하며 ‘달러 폭탄’으로 맞서는 중이다. 최종 승부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만약 중국 정부가 무릎을 꿇는다면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나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같은 폭풍이 몰려올 수도 있다.


중국 정부, ‘위안화 하락’에 베팅한 투기자본과 전쟁 중


두 거대세력 간 싸움의 약한 고리는 위안화다. 헤지펀드는 위안화 가치 약세에 베팅하고 있다. 위안화를 대거 공매도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헤지펀드의 대부로 불리는 소로스가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중국 경제의 경착륙이 불가피하다.”면서 불을 댕겼다. 빌 애크먼, 데이비드 아이혼, 카일 배스 같은 쟁쟁한 월가 큰손들이 소로스의 뒤를 따르고 있다. 공매도는 가지고 있지 않은 주식이나 채권, 외환 등을 파는 것이다. 매각한 채권 등의 가격이 하락하면 떼돈을 벌지만 예상과 달리 가격이 오르면 쪽박을 찰 수도 있다.


 

공매도가 쏟아지면 관련 상품의 가격은 급락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 나라의 경제가 흔들린다. 헤지펀드들이 자본거래가 자유로운 홍콩에서 위안화와 홍콩 증시 상장 주식을 대거 매도하면서 위안화 가치와 홍콩 증시는 급락했다. 홍콩 달러화 가치는 미국 달러화와 연동된다. 미 1달러당 7.75~7.85 홍콩달러 구간(밴드) 내에서 움직이도록 하고 있다. 이른바 ‘달러 페그(peg)제’다. 그런데 헤지펀드를 비롯한 외국 자본이 홍콩 시장에서 빠져나오면서 홍콩 달러화 가치는 밴드 상단 수준까지 급락했다.



헤지펀드들이 위안화 약세에 베팅한 것은 중국 경제의 전망으로 볼 때 위안화 가치가 현재 과대평가돼 있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앞으로 위안화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 지금 비싼 값에 팔고(공매도 하고), 나중에 위안화 가치가 떨어질 때 시장에서 사서 되갚아 큰 수익을 내보자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경제는 2008년 이후 정부 주도의 투자로 성장하면서 여기저기 군살이 붙은 모습이 역력하다. 과잉투자가 해소되기까지는 진통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중국 정부는 이에 맞서 홍콩 시장에 ‘미 달러화 폭탄’을 터트렸다. 인민은행이 보유외환을 풀어 엄청난 규모의 달러를 판 것이다. 덕분에 위안화 가치는 가까스로 방어하고 있지만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2월 한 달에만 1천억달러 이상 감소했다. 최근 18개월 동안 줄어든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무려 7천억달러다. 인민은행이 달러를 팔면 달러 가치는 떨어지고 위안화 가치는 오르게 된다.



정부와 글로벌 투기자본 간 전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소로스는 1992년 자신이 세운 퀀텀펀드를 통해 영국 파운드화를 공격했다. 당시 파운드화 가치가 약세를 띨 수밖에 없다고 보고 이번처럼 파운드화를 대거 공매도했다. 영국 중앙은행(BOE)은 통화가치 방어에 나섰지만 결국 막대한 환차손만 입고 유럽환율조절체제(EMS)에서 탈퇴하는 수모를 겪었다. 소로스는 한달 만에 15억달러를 벌어들였다. 이후 소로스는 ‘BOE를 굴복시킨 인물’이라는 평판을 얻었다. 1997년에도 소로스를 비롯한 헤지펀드들은 태국 바트화 등에 대규모 공매도를 감행, 아시아 전역을 외환위기로 몰고 갔다. 한국도 그 희생양이 됐다.

 

 

새우등 터지지 않으려면 경제의 건전성 유지해야


 

정부와 헤지펀드 간 싸움에서 헤지펀드가 항상 이기는 건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말레이시아 마하티르 정부는 자본을 통제함으로써 헤지펀드의 공세를 가까스로 물리쳤다. 소로스는 지난 1998년에도 홍콩 시장을 공격했지만 별 재미를 보지 못했었다. 헤지펀드들의 홍콩시장 공격은 한국에도 불똥을 튀기고 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 주식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ㆍH지수)가 급락하면서 이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ELS(주가연계증권)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 정부와 헤지펀드 간 전쟁이 어떤 결말로 끝날지 현재로선 예단할 수 없다. 만약 중국 정부가 패배한다면 미국의 세계 지배력이 강화되겠지만 세계경제엔 재앙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 경제엔 더 그렇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도 우리에겐 치명타다. 중국 수출상품의 가격 경쟁력은 높아지고 우리 수출상품의 가격 경쟁력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1994년 1월에도 중국 정부가 위안화 환율을 달러당 5.8210위안에서 8.7219위안으로 크게 올리자(위안화 가치를 대폭 떨어뜨리자) 중국은 매년 10% 정도의 고성장을 지속한 반면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빈사 상태에 빠진 적이 있다. 이게 아시아 위기의 한 원인이다. 환율은 그만큼 무서운 무기인 것이다.



정부와 시장 간 싸움의 승패는 한 국가 경제에 있어 정말로 중요하다. 정부가 시장을 이기면 나라경제가 온전할 수 있지만 정부가 패배한다면 1997년 외환위기 당시처럼 국민들의 삶은 나락에 빠질 수 있다. 그렇다면 한 나라가 헤지펀드들의 공격을 물리치고 거시경제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어떤 일들이 필요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헤지펀드들이 공격할 수 있는 빌미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약한 고리를 튼튼히 하고 평소 시장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 또 싸움에 대비해 동원할 수 있는 전략적 자산들을 확보하는 한편 싸움이 붙었을 경우 총력전을 펴는 것도 필요하다. 중국과 헤지펀드 간 전쟁의 와중에 우리가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면 만반의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책임자들의 판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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