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륙에서 기원한 목조 가구식(post-and-lintel) 구조의 건축, 즉 나무로 기둥과 보 등과 같은 부재들을 만들고 이를 서로 짜맞춤해 집짓는 방식은 이웃한 지역으로 두루 퍼져나가 동아시아 건축의 원형을 이뤘다. 나무 짜맞춤 방식에서는 나무뼈대가 구조의 핵심이며 공간을 이루는 기본 골격이다. 이 방식에서 벽은 힘을 받는 부재가 아니기에 나무뼈대 사이사이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열고 닫기 쉬운 문과 창으로 채워진다. 그러기에 나무뼈대 방식의 집은 보다 가볍고 경쾌한 분위기를 형성하며, 건물 내외부의 경계가 흐릿해 자연과 삶은 보다 긴밀히 맞닿게 된다.
반면 서구의 집짓기는 석조 조적식(masonry) 구조의 역사다. 오래전 서구에 살던 사람들은 돌을 캐내어 다듬고 이를 차곡차곡 쌓아 올려 집을 지었고 이 방식을 수천 년 이어가며 장구한 석조건축의 역사를 완성했다. 돌을 쌓아 올리는 방식에서 돌벽은 면(面)을 형성하는데 이 돌벽면은 내력벽, 즉 힘을 받는 부재기에 문과 창 등의 개구부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게 된다. 돌벽 방식의 집은 중후하고 견고하며, 제한된 개구부로 실내는 비교적 어둡고 안과 밖의 경계는 칼로 썬 듯 명확 하다. 이 방식에서 자연과 삶의 접촉은 계획된 문과 창을 통해 선별적으로 이뤄진다.
나는 일본 도치기현(木縣) 나스마치(那須町)의 작은 마을 아시노(芦野)에 있는 ‘돌 미술관(石の美術館)’을 보러간다. 이 미술관은 국제적 인지도가 높은 일본 건축가 쿠마 켄고가 설계했는데, 다이쇼시대(大正時代, 1912~1926년) 지은 돌 창고 3동을 미술관으로 리노베이션한 건축물이다. 건축가는 기존 돌 창고들을 최대한 보존하고 각 동을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해 짜임새 있고 구성력 돋보이는 미술관으로 완성해냈다.
원래 있던 돌 창고 건축물은 이 지역에서 풍부하게 생산되는 석재인 아시노석(芦野石)으로 만들어졌다. 목조 가구식 구조의 건축물이 지배적인 일본 근대기에 석조 조적식 구조의 건축물이 세워진 사실이 이채롭다. 일본 개화기 당시 들어온 서구 건축에 그 연원이 있을 것이라 짐작된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통해 내구성 있는 창고를 짓기 위해선 나무뼈대 방식보다는 돌벽 방식의 집이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건축가는 돌 창고를 최대한 보존하고 이와 어울리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기존 석재인 아시노석을 미술관 전체에 지배적인 재료로 사용했다. 그러나 그는 기존 돌벽 방식의 집이 갖고 있는 무거운 분위기와 실내외의 단절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시공방식을 시도했다. 그는 구조적 문제가 없는 범위 내에서 얇게 켠 돌을 중간 중간 빼서 쌓는 방식을 시도했는데, 이 빈 공간 사이사이로 빛과 바람이 들어오게 된다. 내부로 산란된 빛은 따스한 볕으로 몸과 접하며 맞바람 치는 청량한 바람은 몸을 쓸고 여기에서 저기로 넘어간다. 꼭 막아야 하는 부위는 6mm 두께로 얇게 자른 대리석을 끼워 넣어 은은한 빛이 스며들게 했다. 또한 외부에는 돌 루버(louver; 얇고 긴 평판의 차양막)를 만들었는데, 건축가는 ‘부유하는 돌’의 이미지를 통해 ‘가벼운 돌’의 감성을 만들어내고자 했다.
일본 건축가 쿠마 켄고는 현대건축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통념과 관습으로부터 자유로운 건축을 구상하고, 관념적 이론에 앞선 실물을 통한 생생한 만들기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그는 이 작은 미술관에서 돌 건축물이 중후하고 견고하지만 어둡고 무거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가볍고 경쾌하며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통념화된 사유에서 벗어나는 지점에서 우리의 문화는 만개할 수 있음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