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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남구 기자의 도시농부주말농장의 시작, 춘삼월 시농제를 열다
정남구 한겨레 논설위원 2016년 04월호

경칩 직후에 밭에 갔더니, 옆 밭 할머니가 나와 계신다. “마늘 싹 올라왔어?”

 

할머니가 웃으며 물으셨다. 우리 밭엔 마늘 싹이 보이지 않았다. 지난겨울 마늘을 심고 왕겨로 두껍게 덮어뒀다. 하지만 비닐을 씌우지 않았더니 싹이 올라오는게 아주 늦다. 결국 마늘 싹을 보지 못하고 3월 12일 소박하게 시농제(始農祭)를 했다.

    

올해 함께 농사지을 이들이 처음으로 밭에 다 모였다. 일을 나눴다. 나는 산자락에 지어놓은 재래식 화장실을 먼저 수선했다. 다른 이들은 자재 창고를 열어 농기구와 씨앗 상자를 깔끔히 정리했다. 밭에서 마른 고춧대와 옥수수대를 뽑아내고, 머위와 취나물밭에 키 큰 쑥대를 베어냈다. 밭에 날아든 비닐 조각과 노끈 따위도 주웠다. 호스 따위의 버릴 것이 마대자루로 몇 개나 나왔다. 한 자루씩 나눠서 집에 가져가 처리하기로 했다.


   


올해는 무얼 심을까? 길가 쪽 밭에는 이런저런 꽃을 심기로 했다. 한 가족에 몇 평씩 밭을 구획지어 각자 농사를 짓 고, 나머지 밭에선 함께 짓기로 했다. 딸기, 왜당귀, 도라지, 더덕, 아피오스, 취나물, 머위는 여러해살이다. 더덕과 도라지는 캐고, 딸기밭은 옮기자고 의견을 모았다. 우선 봄엔 감자를 많이 심기로 했다.

 

올해 농사를 짓는 데 가장 큰 고민거리는 ‘비료’다. 땅에 유기물이 적으니, 퇴비를 넣고 땅을 뒤집기로 했는데 만들어 놓은 퇴비가 없다. 도리가 없다. 올해는 밭 한쪽에 퇴비장을 마련해 풀을 베어 쌓고 왕겨도 좀 더 사고, 재래식 화장실의 삭은 인분도 섞어 퇴비를 좀 마련해야 할 것 같다. 한 회원이 유박(참깨, 들깨 등의 기름작물에서 기름을 짜고 난 찌꺼기)을 대량으로 살 수 있게 됐다고 기쁜 소식을 전했다. 유박은 토질 개선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하지만 효과가 빨리난다. 다행이다.

 

텃밭 농사의 가장 큰 즐거움은 함께 나눠 먹는 밥이다. 원두막에 각자 싸온 밥과 반찬을 내놓고, 막걸리를 한잔씩 나눠 마셨다. 산신과 토지신께 절하는 것은 생략하고, 고수레(음식을 먹기 전에 먼저 조금 떼어 ‘고수레’ 하고 허공에 던지는 일)에 마음을 담았다.


겨울 농사를 짓지 않았지만 밭은 그 사이 무언가를 키워냈다. 냉이가 곳곳에 아주 많다. 올해 새로 농사일에 합류한 가족의 어린 딸이 모종삽으로 냉이를 캤다. 한 소쿠리나 된다. 냉이와 생김새가 조금 다른 것을 캤는데, 다가가니 이것도 냉이가 맞냐고 묻는다. 냉이와 거의 비슷하게 생긴 지칭개다. 먹을 수 있는 나물이지만 쓴맛이 강하다. 저 아이들도 머잖아 고들빼기, 씀바귀, 뽀리뱅이를 구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원두막을 지었지만 지붕이 높아서 비가 세게 내리면 피하 기 어렵다. 어떻게 비닐집을 하나 지을 수는 없을까? 지난해 부터 계속 고민해온 일이다. 마침, 근처 밭에 비닐집 하나를 더는 쓰지 않으려는 모양이다. 저걸 사서 우리 밭에 옮겨다가 작게 비닐집을 지어보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면 모종을 직 접 키워낼 수도 있다.

 

올 농사에 다들 기대가 크다. 그런데 마늘이 아직도 싹을 내보이지 않으니 얼어버린 것 아니냐고 다들 근심을 한다. 밭을 덮은 왕겨를 들추고, 흙을 파보았다. 마늘 싹이 3㎝쯤 자라 있다. 며칠 날씨만 따뜻하면 땅 위로 고개를 내밀 태세다. 다 들 얼굴이 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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