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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글로벌 비즈니스 리포트성장률 계속 하락하는 미국, 언제 반등할까?
장용훈 KOTRA 미국 뉴욕무역관 현지부관장 2016년 06월호

미국 경제성장률이 최근 9개월간 급락하고 있다. 지난 4월 28일 미 상무부는 미국경제가 올해 1분기에 0.5%(잠정치)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2015년 2분기에 3.9% 성장한 이후 3분기에 2.0%, 4분기에 1.4%로 성장률이 계속해서 하락하다가 이제는 0%대에 도달한 것이다.


미국경제가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견실한 성장을 하고 있다고 언론이 연일 기사를 발표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올해 1분기에 아주 초라한 성적이 발표되면서 이제는 미국에 경기침체가 올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실업률 5%로 완전고용에 가까워…실물경기는 여전히 ‘꽁꽁’


올해 1분기 미국 기업들의 실적은 지난 6년 반 동안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S&P 500 인덱스는 전년 대비 9.8% 하락했다. 미국 기업들은 2015년 2분기부터 전년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했는데 마이너스 성장 폭이 늘어나다 올해 1분기에 마이너스 10%에 달하는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세계경제를 떠받치던 미국경제가 이렇게 취약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정부는 경제가 회복되고 활성화되고 있는 것을 증명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로 실업률을 내세우고 있다. 4월 실업률은 5.0%를 유지해 100명의 노동가능인구 중 95명이 일자리를 갖고 있는 완전고용에 가까운 상태다. 이렇게 미국인들의 고용이 금융위기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에 있는데도 왜 미국경제는 활발하게 돌아가지 않는 것일까?


미국경제는 순항할 것인가? 혹자는 성장동력을 잃었다고 평가하고, 혹자는 2분기에 자동차 판매와 고용 호조가 경제를 다시 회복시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미국경제의 68%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인들의 소비가 괄목할 만하게 증가하기 전에는 미국경제가 단기간에 성장률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서민들이 즐겨먹는 패스트푸드 햄버거(맥도널드, 웬디스 등) 제품으로 최근 출시된 4달러짜리 콤보밀이 인기를 끌고 있다.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과 2009년에 샌드위치 체인점 ‘서브웨이’가 6달러짜리 샌드위치를 파격적으로 출시해 대대적인 인기몰이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제는 4달러짜리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을 정도로 패스트푸드점들의 경기도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의류 판매점에서는 연중 40~75%에 이르는 세일을 단행하고 있다. 그러나 의류업체들의 실적은 좋아지지 않고 있다. 온라인 구입이 증가하는 영향도 있지만 대형 백화점들과 의류 체인점들은 지난해부터 점포 수를 줄이는 작업에 돌입했고,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작은 쇼핑몰들도 점포가 다시 비워지기 시작하고 있다.


도시 외곽지역 길거리에 있는 점포 8~10개 정도의 작은 상가는 일반적으로 델리, 드라이크리닝, 중국집, 피자집, 선물용품점, 이발소, 미장원(네일살롱), 주류 판매점, 양품점 등과 같이 일반 소비자들의 필수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점포들로 구성돼 있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과 2009년에는 이 중 6~7개 점포가 문을 닫았는데 이후 임대료가 대폭 낮아지면서 세입자가 거의 모두 찼다. 그런데 최근에는 장사가 안 돼 1~2개, 많게는 3개 정도가 문을 닫는다고 창문에 써 붙이고 있다. 한인 세탁소 주인이 금융위기 때보다 경기가 못하다고 불평할 정도로 실물경기는 아직도 해빙기가 오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



‘기그시장’으로 변한 고용시장…소비 줄이고 저축 늘리는 미국인


미국 연방준비은행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소비보다는 저축에 더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3월에 소득은 전월 대비 0.4% 상승했는데 소비는 0.1% 증가한 반면, 저축은 5.4% 증가해 2월(4.1%)보다 저축률이 더 높아졌다. 특히 1분기 중 상품소비는 0.1% 증가했는데 내구재소비는 마이너스 1.6%를
기록해 기업들의 판매와 재고실적에 곧바로 부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미국인이 일자리를 가졌는데도 왜 소비를 하지 않는 것일까? 미국 노동자들의 임금이 인플레보다 높게 상승하고 있음에도 아직은 낮은 수준인 것도 큰 이유지만, 고용시장이 프리랜서나 임시직 근로자 위주의 ‘기그(gig)시장’으로 변해가는 것이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금융위기 이후 고용시장의 회복은 실리콘밸리에 있는 IT업체들이 주도했다. 이들은 주로 재택근무를 즐기면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기술력 있는 프리랜서로 고용의 많은 부분을 채웠다. 최근에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우버택시의 운전자들도 “일하기 싶을 때 원하는 시간만큼 일할 수 있다.”는 슬로건에 맞춰 일하고 있다. 모두가 프리랜서인 파트타임 자영업자들이다.


자영업자들은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직장에 얽매이지 않으며 집에서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등 겉으로는 멋있게 보이지만, 이들은 자영업자이기에 의료보험, 사회보장세, 비즈니스보험 등을 자신이 모두 부담해야 한다. 예를 들어 4인 가족의 의료보험료는 플랜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1년에 평균 1만8천달러 정도 된다. 한국 돈으로 2천만원이 넘는다.


자영업자들의 재정관리를 돕는 소프트웨어 제작사인 인투이트사는 지난 25년간 프리랜서가 2배 증가했으며 2020년에는 미국 노동자의 43%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정부가 발표하는 실업률(U3)은 5.0%지만, 파트타임과 한계고용 등을 실업으로 간주하는 실업률(U6)은 9.8%에 달해 U3보다 거의 2배 높다. 고용시장이 좋다고는 하지만 고용의 질이 양적인 수치만큼 좋은 것은 아닌 것이다.


아직 임금상승률은 느린 상태고 고용의 질은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평생 잊을 수 없는 금융위기를 경험한 미국인들은 불요불급한 경우가 아니면 지출을 최대한 줄이고 저축을 더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경제가 성장한다고 말하지만 지출이 미덕인 미국인 본래의 모습으로 아직은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인들이 지출이 미덕이라고 생각하고 지출하는 날이 바로 미국경제의 성장률이 반등하는 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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