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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경제뉴스 행간 읽기사상 최저로 떨어진 기준금리…구조개혁 병행되지 않으면 자산거품만 야기할 수도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2016년 07월호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1년 만에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6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1.25%로 0.25%p 낮춘 것이다. 사상 최저 수준이다. 기준금리라는 건 무엇이고, 한은은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기준금리를 조정하는 것일까?

   

기준금리는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의 기준으로 삼는 금리

금리(이자율)는 원금에 대한 이자의 비율이다. 이자는 돈을 빌린 사람이 일정기간 동안 돈을 빌려 쓴 대가다. 금리는 곧 ‘돈의 값’이라고 할 수 있다. 금리는 단기적으로는 금융시장에서 돈의 공급과 수요(시중 자금 사정),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 등에 따라 결정된다. 장기 금리는 경제주체들의 경기 및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다.

금리는 가계의 저축, 기업의 투자, 물가수준, 나라 간의 자금이동 등 실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금리는 자금을 필요로 하는 곳에 적절히 배분해주는 자금 배분 역할을 한다. 또 침체된 경기를 부양시키거나 과열된 경기를 진정시키는 경기조절기능도 한다.


이처럼 금리가 중요한 까닭에 각국의 중앙은행은 경기 동향이나 경제 실정에 맞춰 금리 수준 결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 금융시장의 금리를 변동시킴으로써 전체적인 자금의 수요와 공급, 배분을 조절하게 된다. 기준금리는 한은이 금융회사들과 거래를 할 때 기준으로 삼는 금리로, 통화정책의 기준이 되는 단기금리다. 한은이 시중 금리를 조절하는 데 활용하는 핵심 수단 중 하나다. 기준금리를 올리면 시중 금리도 올라가고, 기준금리를 내리면 시중 금리도 내려간다. 기준금리의 대상으로 삼는 금융상품은 만기 7일짜리(7일물) RP(환매조건부채권)이다. 기준금리가 연 1.25%라는 것은 한은이 7일물 RP 금리를 연 1.25%에 맞추도록 통화량을 조절하겠다는 뜻이다. 기준금리 외에 공개시장조작(공개시장 운영), 지급준비율, 재할인율, 대출 제도도 한은이 가진 통화정책 주요 수단이다.


기준금리는 다섯 가지 경로를 통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시중금리가 낮아지고 이에 따라 투자지출과 소비지출이 늘어난다. 또 기준금리 인하는 주식과 채권, 부동산 가격(자산 가격)을 끌어올린다.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상승하면 ‘부의 효과(wealth effect)’가 생겨 역시 실물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 부의 효과는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의 가치가 커지면 그 영향으로 투자와 소비가 늘어나는 효과를 말한다. 또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국내 금융상품의 수익률이 낮아져 외국인들의 국내 투자가 줄어들고, 국내에 들어와 있던 외국인 투자자금이 외국으로 빠져나가(달러 공급 감소) 자국 통화가치를 하락(환율 상승)시킨다. 환율 상승은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수출을 늘리게 된다. 이밖에 기준금리 인하는 대출을 늘리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높여 역시 실물경제에 영향을 준다. 반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총수요가 줄어들어 과열된 경기를 안정시킬 수 있다.


화폐 공급량의 변화가 금리의 변화를 가져와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통화정책의 전달경로(transmission mechanism)’이라고 한다. 기준금리 인하의 경기 부양 효과가 커지려면 금리 하락에 대해 기업의 투자지출이 탄력적인 반응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총수요가 늘고 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 한은이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이주열 총재가 밝혔듯 우리 경제의 하방 리스크(경제가 안 좋아질 위험)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0.5%에 그쳤다. 경제를 이끄는 삼두마차인 소비와 투자, 수출이 모두 좋지 않다. 소비와 투자가 위축된 가운데 수출은 지난해 1월부터 지난 5월까지 17개월 연속 뒷걸음치고 있다. 해외 투자은행이나 국내 민간연구소는 물론 한은, KDI 등이 줄줄이 올 성장률 전망치를 2%대 중·후반으로 하향 조정한 상태다. 대우조선해양 등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으로 경기가 나빠질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그래서 0%대인 선진국에 비해 아직 인하 여유가 있는 기준금리를 낮춰 선제적으로 경기를 방어해보자는 의도를 담고 있다.

 

규제 완화하고 기업투자 여건 마련해야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가 반드시 경기를 살린다는 보장은 없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기준금리 인하가 실물경제를 살리는 게 아니라 자산가격의 거품만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준금리 인하 이후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는 등 벌써 그런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자산 버블은 더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 기준금리 인하의 경기부양 효과는 ‘경제주체들의 기대(expectation)와 반응’에 달려 있다. 가계와 기업이 지갑을 열어야 경기가 살아난다. 그러나 가계와 기업이 미래를 어둡게 볼 경우 금리가 조금 낮아진다고 해서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길 기대하긴 어렵다. 이른바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이다. 유동성 함정은 시중에 돈이 넘치는데도 투자와 소비가 늘지 않아 마치 경제가 함정(trap)에 빠진 것처럼 보이는 상태다. 한은이 그동안 기준금리 인하를 꺼려왔던 이유이기도 하다.


기준금리 인하는 구조개혁 정책과 함께 시행돼야 효과가 커진다.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인들이 ‘야성적 충동’으로 적극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미래를 이끌 수 있는 기술과 상품 개발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일자리를 안정시키고 사회적 안전망을 좀 더 강화하며, 출산율을 높여 소비가 늘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구조조정의 성패에 한국 경제의 미래가 달렸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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