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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혁신 스타트업카카오를 위한 변명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2016년 07월호

   

대기업이 된 카카오가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말이 많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Online to Offline)분야에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들어가 시장을 개척 중인데 카카오가 택시, 대리운전, 미용실 예약 등 분야에 들어와서 막강한 자본력을 업은 마케팅으로 스타트업을 밀어내고 있다는 비난이다. 골목상권에 들어가 문어발처럼 사업을 확장하는 재벌대기업과 닮은꼴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대기업이 하면 반드시 스타트업을 이기고 O2O시장을 순식간에 장악해버릴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적어도 인터넷업계에서는 스타트업을 당하지 못하고 나가떨어진 대기업이 많았다.


지금은 재벌기업 취급을 받는 카카오도 원래는 스타트업이었다. 그렇게 오래된 일도 아니다. 2010년 3월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톡은 당시의 대기업이던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내놓은 ‘마이피플’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다음은 당시 최고 인기를 끌었던 걸그룹 소녀시대를 기용한 TV광고까지 포함해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하지만 결국 카카오톡에 무릎을 꿇었고 합병돼서 회사 자체가 사라졌다. 이런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대기업은 생각만큼 쉽게 스타트업을 이길 수 없다. 다음과 같은 이유다.


우선 대기업은 스타트업에 비해 선택과 집중을 하기 어렵다. 스타트업은 회사의 모든 리소스를 한가지에만 집중하는 조직이다. 전직원이 밤낮없이 핵심 제품 하나만을 놓고 연구하고 고민하고 끊임없이 개선해 나간다. 반면 대기업은 보통 이미 돈을 잘 벌어주는 기존 사업이 있다. 다음의 경우에는 검색, 뉴스, 카페, 게임 등 하는 것이 너무 많았다. 마이피플이라는 새로운 메신저서비스가 중요하다고 해도 회사 전체의 역량을 집중해서 밀어주기는 쉽지 않았다.


두번째로 대기업은 스타트업에 비해 의사결정 속도가 느리다. 초기 카카오가 카카오톡에 사용자가 원하는 새로운 기능을 집어넣을 때는 팀에서 그냥 토의해서 합의한 뒤 바로 실행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의 경우는 다르다. 해당 사업팀장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내용이 제한돼 있다. 여러가지 사업을 동시에 맡고 있는 임원의 허가를 얻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번째로 대기업직원들은 일에 대한 동기 부여가 스타트업직원보다 높지 않다. 성공에 대한 보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대기업이라고 해도 스타트업과의 전쟁에서 쉽게 이길 수 없다. 나는 오히려 카카오가 걱정된다. 5년 전 스타트업이었던 카카오는 모바일메신저 전쟁에서 다음, 네이버, SKT(틱톡) 등 대기업을 멋지게 이겼다. 카카오는 그리고 다음과 합병해서 지금의 대기업이 됐다. 하지만 지금의 카카오는 오히려 너무 많은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느라 집중력을 잃고 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 매출성장과 수익은 둔화되고 있다. 예전의 다음과 비슷하다.


물론 나도 카카오가 한국에서 작은 스타트업들과 경쟁하기보다는 글로벌무대에서 구글, 페이스북과 맞짱을 뜨면서 경쟁하는 혁신적 서비스를 내놓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렇다고 카카오가 내수사업을 하면 안 된다고 막을 수 없다. 대기업이 하는 것은 무조건 악이고 작은 기업이 하는 것은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는 말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결국은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만 하면 된다. 민첩한 스타트업과 경쟁해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대기업이 알게 되면 결국은 손을 들고 오히려 스타트업에게 투자하거나 인수를 시도하게 될 것이다. 카카오는 이미 ‘김기사’, ‘파크히어’ 등 스타트업을 많이 인수해 왔다. O2O시장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카카오는 계속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인수해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스타트업을 응원한다. 대기업이었던 다음을 누르고 시장을 평정한 예전의 스타트업 카카오처럼, 대기업 카카오와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시장을 압도하는 스타트업들이 계속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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