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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그들은 바쁘다 시즌2지진·화산재해에 불철주야 맞서다
박근호 국민안전처 지진방재과 주무관 2016년 07월호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물 중 하나인 포세이돈은 바다의 신으로도 알려져 있지만 ‘대지를 뒤흔드는 자’라는 별칭에서 알 수 있듯이 지진의 신이기도 하다. 포세이돈은 바다 밑의 궁전에 살면서 청동의 말굽과 황금 갈기를 가진 명마를 타고 바다를 건너다니며 삼지창으로 바다와 육지를 들어 올려 지진과 해일, 화산폭발을 일으킨다고 한다.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신의 장난과 같은 지진재난에 365일 불철주야 맞서고 있는 국민안전처 지진방재과가 있다.

 

행정부 유일의 지진 화산재해 대응조직

국민안전처 지진방재과는 2010년 탄생했다. 과도기에 지진방재과에서 지진방재팀이 됐다가 다시 현재의 지진방재과로 조직이 개편되는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국내는 물론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국외 지진 및 화산재해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구성된 행정부 유일의 조직으로, 각 부처에서 분산 추진하고 있는 지진·화산방재대책의 범정부적 총괄·조정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동안 지진방재과에서는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와의 협업을 통한 지진·화산방재 정책업무의 시너지 효과를 높여왔으며, 지진·화산재해대응체계 구축, 지진방재종합계획의 수립 및 공공시설물 내진보강기본계획 등 미래재난에 선제적 대응을 위한 실천력도 확보했다. 그런 지진방재과도 위기의 순간이 없지 않았다. 서울에서 세종으로 이사를 하던 4월 16일 토요일 새벽부터 일본 규슈 구마모토 현에서 강진이 발생한 것이다. 우리나라 부산, 경남, 제주 등 남해안 일대에 3,900여건의 지진 유감신고가 접수되면서 지진방재과가 발칵 뒤집어졌다. 인터넷은 물론 신문, 방송 등 주요 언론에서 ‘우리나라 지진 알림 시스템이 없다.’거나 ‘우리나라 내진대책이 미흡하다.’는 등의 톱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했고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불안에 휩싸였다. 지진방재과 직원들은 모두 정부서울청사 상황실로 소집됐고 다음날 아침에 바로 관계부처 및 전문가회의를 개최하고 일본지진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므로 국민들이 일상생활에 너무 불안해하지 않기를 바라는 취지에서 보도자료를 냈다. 하지만 설상가상으로 같은 날 밤 태평양 건너 에콰도르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했고 주요언론에서는 소위 ‘불의 고리’ 환태평양조산대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지진을 심각하게 취재하기 시작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지진방재과에서는 그동안 추진해 오던 지진대책에 대해 원점부터 재검토하고자 대수술에 들어갔다. 국민안전처 주관으로 ‘범정부 지진방재대책 T/F’를 구성하고 약 2개월간의 밤샘 작업을 거쳐 ‘지진방재 개선대책’을 마련했다. 새로 마련된 ‘지진방재 개선대책’은 5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총리 주재 ‘제9차 국민안전 민관합동회의’에서 최종 확정됐다. 먼저, 일본 구마모토 지진발생시 부산, 경남 등 일부지역에서 진동을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대국민 알림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아 혼란을 초래했다는 언론 지적에 따라, 국내뿐 아니라 국외 지진 발생 시 진도 4 이상 감지되는 지역 주민에게 지진 발생상황과 사후적 행동요령 등을 담은 긴급재난문자(CBS)를 제공하기로 했다. 또한 재난자막방송도 현재 규모 3.5 이상의 지진에 한해 실시하고 있으나, 일반 국민이 진동을 감지할 수 있는 규모 3.0의 지진까지 확대키로 했다.


둘째, 민간 건축물에 대한 내진대책을 마련했다. 건축물의 내진설계는 2008년 '지진재해대책법' 제정으로 기존 시설 내진보강 의무화도 추진했으나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다. 이러한 현실을 획기적으로 보완하기 위해 신규건축물은 저층 건축물이 지진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점을 고려해 내진설계 대상을 현행 3층 이상에서 2층 이상으로 확대하고, 민간 건축물의 내진 보강 시 재산세·취득세 감면대상을 현행 연면적 500㎡ 미만의 1~2층 건축물에서 건축 당시 내진설계 의무대상이 아니었던 기존 건축물 전체로 확대키로 했다.


셋째, 지진 대응체계 강화 및 교육 훈련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구마모토 지진과 같이 국외에서 발생한 지진에 우왕좌왕했던 점을 고려해 국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국외 지진에 대한 대응기준을 마련하고, 지진대피시설 등에 대한 일제 점검을 실시해 재난대비태세를 점검하는 한편 지진대비 임무 숙지와 신속한 대응을 위해 국민안전처, 관계부처, 지자체 등이 참여하는 합동훈련도 확대·실시할 계획이다.


넷째, 과학적 지진대비 인프라를 확충할 계획이다. 지진발생시 신속한 의사결정 지원을 위한 과학적 인프라를 확대 구축하고 특히, 기초연구에 관심을 갖고 장기적인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즉, 지진가속도 계측기 설치대상을 확대하고, 지진대응시스템상의 인명과 건축물 피해예측 기능 이외에 산사태 등 지반피해도 예측할 수 있도록 개선해 의사결정을 지원할 계획이다. 기초 R&D 투자도 확대해 나가려 한다.

 

2개월 밤샘작업 끝에 만든 ‘지진방재 개선대책’

지진방재과 직원은 정길호 과장을 비롯해 총 9명이다. 지진방재과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정길호 과장은 현재의 지진방재과가 탄생하기까지 지진 분야의 산 증인이자 일등공신이다. 1997년부터 현재까지 지진업무에 몸을 담으면서 '지진·화산재해대책법'을 제·개정하고 조직을 만들었으며, 종합대책과 IT기반의 과학적 지진재해대응시스템을 구축했다. 김형호 서기관은 지진정책계 업무를 총괄하고 있으며, 지진방재과 근무경력은 얼마 되지 않지만 30여년간의 공직 경력이 말해주듯 업무를 단시일 내에 파악하고 직원들의 융화 및 업무조정은 물론 과 내 관서운영비의 집행 등 살림도 책임지고 있다. 이샘 사무관은 지진대응계장을 맡고 있다. 2015년 경력채용으로 국민안전처에 첫발을 내딛었으며 뛰어난 대응력을 바탕으로 이번 구마모토 지진에 선봉에 서서 ‘지진방재 개선대책’이 잘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한 공이 크다. 물론 그 공적으로 장관표창을 수여받는 영예를 안았다. 윤의석 사무관은 지진대책계에서 공공 및 민간의 내진대책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업무의 중요도만큼이나 하는 일도 많지만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다. 박근호 주무관은 지진방재 종합계획, 지진해일 주민대피계획 및 화산재 피해경감 종합대책 등 지진·지진해일 및 화산정책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박조희 주무관은 지진재해대응시스템 및 지진가속도계측자료 통합관리시스템을 전담하고 있다. 국·내외의 크고 작은 지진발생 시 시스템에서 표출된 자료를 활용해 정책적 판단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노경원 주무관은 지진 및 화산매뉴얼 업무를 맡고 있다. 국민안전처에는 총 4개의 매뉴얼이 있는데 그 중 2개가 지진방재과 담당이다. 2015년 8월에 서울시교육청에서 국민안전처로 전입한 설재희 주무관. 지진대책계에서 주어진 역할을 150% 이상 발휘하고 있다. 요즘 솔로 탈출을 위해 버둥대보기도 하지만 ‘내 맘 같지 않네.’라며 푸념하는 것이 애틋하다. 마윤경 주무관은 과 서무다. 4월 18일자로 경찰청에서 국민안전처로 전입했는데, 하필이면 일본 구마모토 지진으로 전 직원이 비상근무에 들어가는 날 전입하게 돼 무려 2개월 가까이 홀로 사무실을 지켜야 했다.


지난 4월 구마모토지진을 계기로 지진방재과 직원들은 지진업무에 대한 마인드가 한층 강화됐다고 감히 자부한다. 2개월 동안 휴일 없이 특히, 올해 첫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어린이날 황금연휴까지 반납해가면서 불철주야 뛰어다닌 결과로 만들어진 ‘지진방재 개선대책!’ 지진방재과 모든 직원들 땀과 노력의 결실이라 더욱 값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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