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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경제학 소믈리에중국이 미국 이자율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이동은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 2016년 07월호

미국은 세계경제에서 여러 모로 특이한 지위에 있는 국가다.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일뿐만 아니라 달러라는 기축통화를 가지고 있고, 국채는 무위험 자산(risk-free)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이자율은 국제금융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고, 미국의 통화정책에 관한 뉴스는 항상 국제금융 투자자와 정책당국자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된다.


세계 제1의 미국 국채 보유국으로 부상한 중국
그런데 반세기 동안 유지돼 오던 미국 중심의 국제금융 시스템에 한 가지 변화의 요인이 생겼다. 다름 아닌 중국이다. 어느새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됐으며, 구매력평가 환율로는 미국을 이미 앞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980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10%의 실질성장을 해 온 중국은 2000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적극적으로 대외 부문을 개방하며 수출을 늘려나갔고, 세계최대의 소비국인 미국을 상대로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쌓아 왔다. 그런데 문제는 단순히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경상수지 흑자만을 쌓아 온 것이 아니라 경상수지 흑자로 유입된 달러를 이용해 미국 국채를 사왔다는 데 있다.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2016년 3월 현재 1조2,446억달러로 1조1,370억달러의 일본을 넘어서 세계 제1의 미국 국채 보유국이다. 정치·경제적으로 미국과 갈등관계에 있는 중국이 미국 정부의 제1채권국이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미국 국채의 외국인 보유비중 증가는 미국경제에 몇 가지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 그 첫 번째가 미국의 통화정책 전이 메커니즘의 변화다. 그 전조는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 규모가 급증하던 2000년대 중반에 처음 감지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는 2004년 중반부터 2006년까지 지속적으로 단기 이자율을 인상시켜 왔는데, 같은 기간 동안 장기 이자율은 그에 상응하게 높아지지 않은 것이다. 당시 연준 의장이던 그린스펀(Alan Greenspan)은 이를 두고 풀기 힘든 수수께끼(conundrum)라 부르기도 했다. 이에 대한 하나의 가설은 중국의 미국 국채 매입이 장기 국채 가격을 높여서, 단기 이자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장기 이자율이 높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가설이 맞다면, 향후 외국인 투자자의 미국채 거래 방향에 따라 미국의 통화정책이 장기 이자율로 가는 경로가 왜곡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두 번째 이슈는 보다 극단적인 가정으로, 중국이 미국채를 일순간에 매도할 경우 국제금융시장에 대혼란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위안화 절상을 요구할 때마다 중국 관료들이 심심치 않게 중국이 미국채를 매도할 수 있다는 위협을 가하기도 했으며, 특히 최근에는 중국이 미국 국채 보유를 서서히 줄이고 있는 것이 보여 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키기도 했다.


중국을 비롯한 외국 정부의 미국채 보유 증가가 미국 이자율에 미친 영향은 지금까지 얼마나 컸던 것일까? 대니얼 밸트란(Daniel O. Beltran) 등의 미 연준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 국채의 외국인 보유와 미국 국채 수익률(Foreign holdings of U.S.Treasuries and U.S. Treasury yields)」이란 제목의 논문을 통해 실증분석을 이용한 답을 내놓았고, 이는 2013년 Journal of International Money and Finance에 게재됐다. 이 연구에서는 1994년 1월부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6월까지 미국 재무부의 국제자본 이동 자료(Treasury international capital flows)를 이용해 외국 정부기관의 미국 국채수요 증가가 미국 장기 이자율 기간프리미엄(term premium)과 초과수익률(excess return)에 미친 영향을 회귀분석했다. 저자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중 외생적 위험프리미엄 증가와 미국 정부의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으로 인한 채권시장의 충격을 제어하기 위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시기만 분석대상에 포함시켰다고 밝히고 있다.


중국의 미국채 매입은 미국 5년 국채 이자율 약 2%p 하락시켜

이 연구의 실증분석이 이전의 선행연구와 구분되는 가장 중요한 지점은 외국 정부의 외환보유고 증가를 통한 미국채의 수요가 내생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고려한 것이다. 즉 외국 정부의 외환보유고 변화가 미국채 이자율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미국채 이자율 변화로 외국 정부의 미국채에 대한 투자 유인이 변할 수도 있다. 저자들은 이러한 내생성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외국 정부의 외환보유고 변화가 미국 장기 국채이자율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구변수를 추정했다. 추정 결과 외국 정부가 1천억달러 수준의 미국채를 매입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5년 만기 미국채의 이자율이 40~60bp 정도 하락하고, 공적분을 고려한 장기 추정에서는 20bp 정도 하락하는 것으 로 나타났다. 중국이 1995년부터 2010년 사이에 1조1천억달러 규모의 미국채를 매입해 왔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 논문의 결과는 중국 정부의 미국채 매입이 해당 기간 동안 미국 5년 국채 이자율을 약 2%p 하락시키는 역할을 해왔음을 보여준다. 이는 중국의 외환 보유고정책이 미국 거시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언론에서 이야기되듯이 중국이 미국채를 대량 매도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 된다면 미국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저자들은 이러한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가 얼마나 예측 가능하게 발생하느냐, 혹은 얼마나 급진적으로 이뤄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예를 들어 시장이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대규모 미국채 매도가 진행된다면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미국채 이자율이 급상승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이 무위험 안전자산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한 금융시장이 불안해질수록 민간 투자자들은 미국채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킬 것이고 이는 중국의 미국채 매도 효과를 상쇄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미국채의 무위험 지위를 위협할 수 있을 정도로 큰 불안이 야기된다면, 미국채 상승 폭이 훨씬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최근 외환보유고에서 미국채 비중을 점차 줄이고 있다. 그러나 상기 연구 결과를 적용해 보면, 현재 중국의 미국채 보유 감소는 점진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미국채 이자율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만약 언론에서 가정하듯이 중국이 미국채를 대량 매도해 미국채 가격이 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가장 큰 손해를 보는 국가는 가장 많은 미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극단적인 예를 들지 않더라도 확실한 것은 세계경제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 정부의 정책이 미국 이자율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지금까지 전 세계 투자자들이 미국 연준의 정책 결정 뉴스를 기다려 왔듯이 앞으로는 중국 정부의 정책 발표에 귀를 기울일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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