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미래목표에 대한 진지한 토론과 합의를 전제로 중앙과 지역이 함께 준비할 과제들을 정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정부와 지역이 미래에 대한 책무를 공유하고 소통할 때만 가능하다. 과정이 더디고 힘들더라도 이를 위한 논의구조를 기대한다. 현안 해결을 위한 보통의 회의체 이상이 돼야 할 것이다.
2011년 마지막 날, 보육료 지원확대 방안이 충분한 사전논의 없이 국회에서 의결된다. 0~2세 무상보육을 전면적으로 실시하기로 한 것인데 이는 소득하위 70% 미만에만 이뤄지던 보육시설 지원이 모든 계층으로 확대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급기야 소위 ‘보육대란’으로 일컬어지는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오게 된다. 어린이집 이용자가 폭증(월 51만명→77만명)한 것이다. 가뜩이나 OECD 평균보다 우리의 시설이용 비율이 훨씬 높았는데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진 것이었다. 맞벌이 부부 자녀들의 어린이집 순위가 밀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한다.
한편 중앙과 지역이 반씩 부담하는 지원구조로 각 6,500억원, 총 1조3천억원의 엄청난 소요가 발생하게 됐다. 날벼락을 맞은 지자체들이 극심하게 반발하며 지원거부 의사를 표명한 것은 불문가지. 정부 내 관련 부처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후 보육지원 확대로 야기된 제반 문제들을 수습하기 위해 정부와 시도지사, 시군 간 치열한 논쟁과 논의가 이어진다. 그리고 수도 없는 회의와 설득을 거쳐 2012년 10월 간신히 추가예산 분담 및 반일제 등 제도보완방안이 만들어진다.
이 사안의 발단이 정부는 아니었지만 지역과 관련한 중요정책의 시행이나 변경에 있어 사전적인 소통과 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나아가 소요재원에 대한 치밀한 대책이 미흡할 경우 어떤 혼란이 야기되는지 생생한 교본이 됨직하다. 3~5세 무상교육 프로그램인 누리과정 시행에서의 갈등이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그 대상이 유아라는 점에서 재원 문제부터 해결한 후 필요한 보완을 서두르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 교육재정 전체를 감안한 합리적 논의가 어렵다 보니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규모와 내역이 새롭게 조명돼야 할 지방교육재정에 대해 오히려 더 늘려 달라는 요구가
산재하고 있는 실정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요즘 강원도에서는 학교통폐합 문제로 야단이다. 내용인즉 교육부 권고기준에 따르면 도내 전체 초중고의 45.5%, 약 절반의 학교가 없어진다고 한다. 농어촌 인구감소로 통폐합은 이미 1980년대 초부터 이뤄져 왔으며, 그 불가피성을 부인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필자도 예산부서에서 통폐합 및 폐교활용 업무를 했었다. 그렇지만 급속한 인구감소로 곳에 따라 지역의 소멸을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록 권고라 할지라도 학교의 존재에 대한 조금은 다른 차원의 고려가 있었는지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다른 쪽에서는 살 만한 농촌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마을지원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말이다.
우리의 미래는 밝음보다는 어둠의 그림자가 더 크다. 만성적 저성장, 빠른 고령화, 양극화, 커져만 가는 복지부담, 공동체의 와해. 매우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도전들이 눈앞에 버티고 있다. 과거의 관행이나 기준으로는 무엇 하나 해결하기 버겁다. 앞 사례들처럼 사안별, 상황적 접근이나 대응이 가져올 수 있는 혼란과 비용을 계속 감당하기에는 다가올 시기가 참으로 엄중하다. 국가 미래목표에 대한 진지한 토론과 합의를 전제로 중앙과 지역이 함께 준비할 과제들을 정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이는 정부와 지역이 미래에 대한 책무를 공유하고 소통할 때만 가능하다. 과정이 더디고 힘들더라도 이를 위한 논의구조를 기대한다. 현안 해결을 위한 보통의 회의체 이상이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