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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경제뉴스 행간 읽기기본소득제, 도입해야 할까?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2016년 08월호

 

지난 6월 5일, 스위스 국민들은 국민투표를 통해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일정액의 기본소득을 무상으로 주는 것에 반대했다. 기본소득은 핀란드 영국 네덜란드 등에서도 논의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기본소득제란 무엇이고 스위스 국민들은 왜 ‘공짜’를 거부했을까? 우리나라도 기본소득제를 도입해야 할까?

 

‘알파고 쇼크’ 이후 관심 높아진 기본소득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은 재산이나 소득이 많든 적든, 일을 하든 안하든 정부가 국민 모두에게 똑같이 지급하는 돈이다. 모든 국민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보장하자는 취지다. 기본소득은 △가구가 아니라 개인에게 지급되며 △다른 소득 여부와 관계없고 △취업하려는 의지가 있다거나 노동을 했다는 등의 증명이 필요 없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사회보장제도와 차이가 있다.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은 청년층의 실업률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높아졌다. 특히 지난 3월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가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과의 대결에서 승리한 게 기폭제가 됐다. 인류가 개발한 AI나 로봇 같은 첨단기술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노동의 종말’을 초래하면 구글과 같은 거대 정보기술(IT) 기업과 이를 소유한 극소수만이 엄청난 부를 쌓을 것이고, 사회 양극화는 극에 달할 것이란 두려움에서다. 따라서 정부가 기본소득을 줘 최소한의 인간적 생활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앙드레 고르 등은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사회구조의 변화에서 찾는다. 그는 「경제이성비판」이란 책에서 한 사회의 생산력은 점진적으로 발전하고, 더 적은 노동으로도 같은 양의 상품을 생산할 수 있어 노동의 양으로 임금이 결정되면 (임금이 점점 적어져) 사회 구성원들이 삶을 지탱할 수 없다고 적었다. 그는 대안으로 사회의 모든 개인에게 조건 없이 지급하는 소득을 주장했다.


국내 정치권에서도 기본소득제 도입을 주장하는 정치인들이 적지 않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6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기본소득 도입을 거론했다. 여야 국회 연구모임인 ‘어젠다 2050’도 첫 의제로 기본소득제를 선택했다.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은 “앞으로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해가는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며 “기본소득제도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노동과 소득이 분리되는 세대에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에 시달리지 않고 정부가 주는 돈으로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환상적’일까.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누군가가 그 돈을 대야 한다. 기본소득제의 문제는 크게 △지속가능한가 △도덕적 해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두 가지 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기본소득제는 지속가능성이 낮다. 어느 수준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느냐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오랜 기간 유지하기 어렵다. 기본소득을 줄 수 있는 정부의 수입보다 지출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스위스 정부는 기본소득제를 시행하는 데 연 2,080억프랑(약 248조원)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현 정부지출 규모인 연 670억프랑의 세 배에 이른다. 둘째, 기본소득제의 또 다른 문제는 ‘일할 동기’를 빼앗는다는 것이다. 놀고 먹어도 생활할 수 있는데 누가 땀 흘려 일하려 할 것인가? 이렇게 되면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만연할 가능성이 높다.

 

재원의 한계로 기본소득과 현행 사회복지 중 하나만 가능해

기본소득제나 현재의 사회복지제도나 관건은 재원이다. 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그 돈을 마련할 것인지도 함께 얘기해야 한다. 그래야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스위스 국민들이 기본소득에 반대한 것은 지금보다 세금을 최소 두세 배 더 내야하는 데다 현재의 사회복지제도 중 상당부분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사실 스위스나 핀란드 등은 실업률을 낮추고 사회복지비용도 줄이는 차원에서 기본소득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핀란드 정부는 실업률이 높은 이유를 임시직 임금보다 실업급여가 커서 국민들이 일하기를 꺼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만약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주면 저임금 일자리라도 일을 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실업률이 떨어질 것이란 기대다. 또 현재의 복지체계는 복지 계획과 관리감독에 많은 돈이 쓰이면서 ‘진짜 복지’에 쓰는 돈은 얼마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모든 복지정책을 기본소득 하나로 단순화될 경우 복지 관련 공무원들의 수를 줄이고 행정비용도 크게 아낄 수 있다.


우리나라의 보건·복지·노동 분야 예산은 공적연금 지급이나 보건 분야 예산을 포함해 올해 약 123조원이다. 이를 인구수(5,160만명)로 나누면 1인당 연간 약 240만원씩 기본소득을 나눠줄 수 있게 된다. 월 20만원 정도다. 1인당 매달 100만원씩 연 1,200만원을 지급하려면 620조원이 필요하다. 올 전체 예산(약 387조원)의 1.6배다. 정부가 아무 것도 안하고 기본소득을 주는 것만으로도 돈이 모자란다는 뜻이다. 국민들로선 기본소득과 현재의 사회복지제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평범한 진리가 기본소득제에도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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