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는 유럽 내 가장 빠른 인터넷 속도뿐 아니라 인구 수 대비 최다 IT 기술자를 보유하고 있어 IT 분야 다국적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아웃소싱 목적지로 꼽힌다. 또한 태블릿PC 시장에선 아이패드나 갤럭시탭이 아닌 자체 개발 브랜드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최근 몇 년간의 건실한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루마니아는 EU 회원국 중에서는 여전히 소득수준이 상당히 낮은 편에 속한다. 한 해의 작황이 GDP에 큰 영향을 미치는 농업국가로서 부쿠레슈티 시내만 벗어나면 말이 끄는 달구지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겉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루마니아는 IT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루마니아는 유럽 내 가장 빠른 인터넷 속도뿐 아니라 인구 수 대비 최다 IT 기술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 덕분에 루마니아는 유럽 내 IT 분야 다국적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아웃소싱 목적지로 꼽히기도 했으며, 태블릿PC 시장에선 아이패드나 갤럭시탭이 아닌 자체 개발 브랜드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물론 아직 IT산업의 모든 분야가 고루 발달하지 못했고 도농 간 정보격차도 크지만, 루마니아의 IT 분야는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슈거리를 제시하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및 IT 서비스 분야에 경쟁력 지녀
외자계 기업들이 대부분인 루마니아 시장에서 토종 IT 기업들은 몇몇 손에 꼽을 수 있는 대표 성공사례들을 보여주며 루마니아의 경제기반을 견고히 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특히 루마니아의 IT산업은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및 IT 서비스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고 시장규모도 크다. 2014년에는 해당 분야에서 4조유로 이상의 기준 매출액을 기록했으며, 그중 컴퓨터 프로그래밍ㆍ컨설팅 등이 매출액의 약 75%를 차지하고 있다. 루마니아는 유럽의 주요 IT 아웃소싱서비스 제공 지역으로 휴렛팩커드(Hewlett-Packard),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오라클(Oracle), SAP, 인텔(Intel), 와이프로(Wipro) 등 IT 분야 주요 다국적 기업들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
아웃소싱 분야, 특히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IT 벤더들의 콜센터 분야는 루마니아의 성공스토리 중 하나다. 인도나 필리핀만큼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고객접점센터 아웃소싱 관련 외국인직접투자에서는 세계 9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객 서비스아웃소싱에서 더 나아가 비즈니스프로세스 아웃소싱, 지식프로세스 아웃소싱, 정보기술 운영, 기술연구(R&D) 등 더 복잡한 영역까지 확장해가고 있다.
다국적 IT 기업들이 선호하는 지역은 수도인 부쿠레슈티 그리고 클루쥐-나포카, 티미쇼아라 순이다. 클루쥐-나포카와 티미쇼아라는 서유럽에 가깝다는 지리적인 여건 덕분에 IT 기업들의 인기를 얻었고, 그중 클루쥐-나포카는 주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외국기업 유치에 힘써 온 것이 결실을 맺었다.
주요 다국적 IT 기업 중 하나인 SAP는 부쿠레슈티와 티미쇼아라, 클루쥐-나포카 세 도시에 인근 국 아웃소싱(nearshoring) 센터를 오픈하고 2017년까지 직원을 증원할 예정이다. 루마니아에 이미 약 2,500명의 종업원을 두고 있는 오라클의 루마니아법인은 유럽 및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영국 다음으로 최대 규모의 자회사다.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통신업체인 알카텔루슨트(Alcatel-Lucent)는 2015년 12월 티미쇼아라에 유럽 최대 글로벌 네트워킹 운영본부를 열기도 했다.
이처럼 루마니아가 유럽 내에서 IT 아웃소싱 지역으로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많은 IT 기술자와 노동자들의 낮은 임금수준 때문이다. 여기에 루마니아인들의 뛰어난 어학실력 역시 한몫하고 있다. 1989년 공산정권 붕괴 이후 교과과정이 바뀌어 러시아어 대신 영어를 배우고 자란 세대들은 영어가 매우 능숙할 뿐만 아니라 루마니아어가 다양한 언어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다수의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 다른 이유로는 IT 인프라를 꼽을 수 있다. 사실 IT 인프라는 보급률 면에서는 향후 확충이 필요하지만 인터넷 속도 면에서는 서유럽 국가들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를 자랑하고 있다. 실제로 2014년 기준 인터넷브로드밴드 서비스보급률은 벨기에와 네덜란드가 97%인 데 비해 루마니아는 63%에 불과했지만 인터넷 다운로드 속도는 유럽에서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까지 IT 분야에 24억유로 투자 예정
IT 소프트웨어 및 IT 서비스 시장에 비해 IT 하드웨어 시장은 규모가 상당히 작다. 매출액은 4분의 1에 못 미치는 수준이고 종업원 수도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보급률 역시 부족하다. 2014년 EU 27개국의 가구 평균 PC보급률이 82%였던 데 비해 루마니아는 69% 수준이었고, 16~74세 인구 중 최소 한 번은 PC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인구의 비중도 63%에 그쳤다. 또한 이 인구는 지방이 도시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돼 도시와 지방 간 디지털 격차도 매우 큰 상황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하드웨어 시장의 성장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회복과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변화, 인터넷보급률 상승, 제품단가 하락에 힘입어 2015년에는 가정용 컴퓨터 및 주변기기 판매량이 9% 성장하고 특히 태블릿PC는 13%의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태블릿PC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갤럭시탭이나 아이패드가 아니라 토종 기업 브랜드 제품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토종 기업들은 가격 민감도가 높은 루마니아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낮은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태블릿PC를 선보이며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텔레보이스그룹(Televoice Grup)의 에볼리오(Evolio), 비주얼 팬(Visual Fan)의 올뷰(Allview), 에보다 디스트리뷰션(E-boda Distribution)의 에보다(E-Boda), 스킨미디어(Skin Media)의 우톡(Utok) 등 태블릿PC 현지 브랜드들은 2015년 태블릿 전체 매출액의 무려 66%를 차지했다. 데스크톱 시장에서도 토종 전자제품 전문 유통기업인 알텍스(Altex)와 도모(Domo)가 자체 브랜드(PB) 데스크톱 PC 브랜드인 미리야(Myria)와 엑스퍼트디지털(Expert Digital)을 판매하고 있는데, 이 두 브랜드가 2015년 데스크톱 PC판매량의 20%를 차지했다.
IT 하드웨어 분야에서의 토종 기업들의 성공배경으로는 무엇보다도 글로벌 브랜드보다 상당히 저렴한 가격의 제품 개발과 주요 전자제품 전문 소매점들과 직접 연결된 국내 제조 기업들의 존재를 꼽을 수 있다. 또 하나 IT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루마니아가 2007년에 정식 EU 회원국이 되면서 IT 분야에 EU기금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루마니아 정부가 수립한 ‘루마니아 디지털어젠다 국가전략 2014~2020’에 따르면 IT 분야에 24억유로의 투자를 예정하고 있고, 이 금액 중 8억5천만유로는 EU기금으로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루마니아는 EU 회원국 중 IT 분야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잠재적 성장 가능성이 높은 루마니아의 IT 분야에서 많은 한국 기업이 성공의 열쇠를 찾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