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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평주택시장과 정부의 역할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2016년 08월호

각자 필요에 맞는 집을 사려고 얼마를 내는 것이 합당한가는 스스로 판단할 문제다. 평당 4천이든 5천이든 그만큼 내는 사람이 많으면 그 수준의 가격이 형성된다. 이런 가격형성 과정이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정부가 간섭할 이유도 없다. 부자들이 얼마나 비싼 집에 사는가보다는 가난한 사람들이 건강한 주거생활을 하는가의 문제에 정책적 관심과 노력이 집중돼야 한다.

 

수많은 경제사회적 문제들의 핵심은 개인과 공공의 역할분담을 어떻게 하는 것이 적절한가로 요약될 수 있다. 개인의 자유와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어느 정도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따라 정부 개입의 범위와 내용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사유재산에 바탕을 둔 자유시장체제를 근간으로 하고 있고, 이 원칙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지만 주택만은 예외라고 공언하는 사람들이 많다.


예를 들어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과 신규 분양가가 크게 오르자 한 보수 일간지는 ‘지금과 같은 저성장 국면에서 부동산 가격만 폭등하는 것은 비정상’이니 ‘정부는 과열 징후가 있는 지역에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투기 세력이 없는지 가려내야 한다.’는 사설을 실었다. 통상적인 경제사회 영역에서 인정되는 개인의 자유와 책임의 수준이 주택시장에서는 달리 규정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10년 전 참여정부의 정책브리핑을 듣는 듯하다. 

 

2007~2015년 기간 중 소비자물가지수는 22% 올랐고 근로자가구소득은 평균 33% 증가했다. 잘나가는 사람들은 그보다 훨씬 부자가 됐을 것이다. 이 기간 중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평균 7% 올랐지만, 서울 강남구 아파트는 3% 내렸다. 사람들이 부유해지고 물가가 오른 데 비해 강남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지금쯤 강남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각자 필요에 맞는 집을 사려고 얼마를 내는 것이 합당한가는 스스로 판단할 문제다. 평당 4천이든 5천이든 그만큼 내는 사람이 많으면 그 수준의 가격이 형성된다. 이런 가격형성 과정이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정부가 간섭할 이유도 없다. 비싼 자동차는 저렴한 자동차에 비해 10배 또는 그 이상 가격이 높다. 옷, 가방, 화장품, 일부 식품 등 대부분의 상품이 그렇다. 비싸고 좋은 상품을 소비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사람은 그렇게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저렴한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고가 고급 상품을 소비할 어떤 본래적 권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주택도 싼 동네가 있고 비싼 동네도 있으며, 비싼 집이 있지만 저렴한 집도 있다. 누구나 강남 새 아파트에 살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자동차나 옷, 가방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으면서, 왜 유독 강남 아파트에 대해서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타박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강남 아파트 가격이 올라서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해당 지역 서민들의 전ㆍ월세 부담은 급증하는 부작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있지만, 집값과 임대료가 꼭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금융위기 이후 수도권 매매가격은 약보합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서도 전세가는 쉼 없이 올랐다. 서울 강남 3구의 아파트는 약 30만호로 전체 주택 호수의 2.1%다. 이 정도라면 강남 아파트가 비싸도 전체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준이다. 참여정부는 강남 아파트 가격상승이 주변지역에 전이된다는 걱정을 했지만, 오로지 강남 아파트 가격만 오르고 다른 지역 가격은 잠잠했던 ‘배 아픔’이 참여정부 주택정책의 동력원이었다. 부자들이 얼마나 비싼 집에 사는가보다는 가난한 사람들이 건강한 주거생활을 하는가의 문제에 정책적 관심과 노력이 집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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