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은 현실을 반영한다. 하지만 현실은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이론은 일부만을 반영한 우화 같은 것이다. 세금과 관련된 이론도 마찬가지다. 복잡한 조세제도를 이론에 다 담을 수는 없다. 조세이론은 복잡한 조세제도를 가이드하는 등대가 될 수 있다. 조세이론 중 가장 핵심은 최적조세(optimal taxation)로 경제학에선 매우 오래된 주제다.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세금의 초과부담을 언급한 바 있다. 국민이 1만원의 세금을 납부한다고 가정할 때 국민은 세금 명목으로 지불하는 1만원 외에도 세무사에게 지불하는 비용, 세금을 걷는 공무원 월급으로 나가는 행정비용 등으로 1만원보다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는 세금 이외에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초과부담이라고 정의했다. 이러한 초과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세제도가 바로 최적의 조세제도가 되는 것이다. 일찍이 프랑스의 루이 14세 때 재상 콜베르는 조세징수의 기술을 거위 털을 뽑는 기술과 같다고 비유했다. 같은 양의 털을 뽑으면서도 거위가 소리를 덜 지르게 뽑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 역시 최적조세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탄력성 크기의 역으로 과세, 가능할까?
경제학자들이 생각하는 최적조세는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문제의 답이다. 먼저 사회(계획자) 혹은 정부(조세당국)가 달성하고 싶어 하는 목표가 있다. 예컨대 국민의 행복추구 같은 것이 정책목적이 될 수 있다. 경제학에선 이러한 목표를 사회후생이라고 부른다. 동시에 정부가 처한 제약이 있다. 보통 동일한 세금을 걷는다는 제약을 건다. 동일한 세금을 걷으면서도 사회후생을 가장 크게 만들 수 있는 조세가 최적의 조세라고 볼 수 있다. 최적조세이론은 1927년에 램지가 발전시킨 바 있다. 램지는 최적조세에 있어 램지규칙(Ramsey rule)을 제안했다. 이에 따르면 물건이나 서비스에 부과되는 소비세만 있는 경우 탄력성 크기의 역으로 과세하는 것이 최적조세가 된다. ‘탄력성이 크다’는 것은 조세가 부과돼 가격이 올랐을 때 사람들의 선택이 많이 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최적조세는 가격변화에 대한 반응이 작은 재화에는 높은 세율을, 반응이 큰 재화는 낮은 세율을 부과해 세금 부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현실에서는 생필품이 대체로 탄력성이 낮은데 가격이 올랐다고 소비량을 많이 바꿀 수는 없다. 반대로 사치품은 탄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램지규칙을 따른다면 생필품은 높은 세율로, 사치품은 낮은 세율로 과세해야 왜곡을 가장 줄인다는 점에서 최적조세를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반대의 경우가 많다. 램지규칙에 따라 소비세 과세체계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찾아볼 수 없다. 우리나라도 생필품 중에 면세품목이 많다. 각종 농수산물은 부가가치세 면세품목이다. 사치재에 대해선 개별소비세(과거 특별소비세)라는 이름으로 좀 더 높은 세금을 부과한다. 이처럼 비현실적인 램지규칙이 도출되는 것은 세상에는 소비세밖에 없다는 가정 때문이다. 소비세를 포함해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세금 중에서 최적의 세금을 선택할 수 있다면 최적조세는 정액세가 된다. 정액세는 정해진 금액을 경제활동과 무관하게 내는 세금으로 경제주체의 선택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러한 정액세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표적인 정액세는 인두세다. 미국은 헌법으로 인두세를 금지했다. 영국의 대처 총리는 1989년에 인두세를 도입했지만 거센 반발 때문에 철회했고 정권도 잃었다. 부자나 빈자나 동일하게 내는 역진성을 가지고 있는 정액세를 현실에서 도입하기는 쉽지 않다.
영의 한계세율 부과, 가능할까?
최적조세이론의 정수는 1971년에 발표된 멀리즈의 최적조세론이다. 멀리즈의 최적조세 중 가장 논쟁이 많은 지점은 이른바 가장 높은 소득자에 대해서 영의 한계세율(zero top marginal tax rate)을 부과하는 것이 최적이라는 주장이다. 예컨대 가장 돈을 많이 번 사람이 1억1만원, 두 번째로 소득이 높은 사람이 1억이라고 해보자. 멀리즈의 최적조세론에 따르면 가장 돈을 많이 번 사람의 마지막 1만원에는 과세를 하지 않는 것이다. 고소득자에게 높은 한계세율로 과세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줄이자는 것으로 이른바 효율성 비용(efficiency cost)을 최소화시키자는 것이다. 가장 능력 있는 사람이 최고의 노력을 통해 최상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과세를 하자는 주장이다. 이러한 한계세율체계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세율 구조와는 매우 다르다. 높은 소득자에게는 높은 한계세율을 낮은 소득자에게는 낮은 한계세율을 부과하는 것이 보통이다. 튜오말라는 그런 의미에서 멀리즈의 최적조세의 구조를 “놀랍고 논쟁적이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멀리즈 이후 후속연구 중 이를 부정하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는데 사에즈(Saez) 같은 경우에는 고소득자가 충분히 많고 고소득자가 세금에 대해 반응하는 정도가 크지 않다면 고소득자에 대한 한계세율은 현실과 같이 높아지는 것이 최적조세체계가 될 수 있음을 보이고 있다.
현실에서는 어떠한가? 대부분의 국가는 소득이 많을수록 높은 한계세율을 부과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낮은 한계세율은 6%, 높은 한계세율은 38%다. 경제적으로 봤을 때 고소득자에게 낮은 한계세율을 부과하는 것이 효율적일지는 몰라도 정치적으로 고소득자에게 낮은 한계세율을 부과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고소득자에 대한 한계세율은 전 세계적으로 점차 낮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림>을 통해 지난 30여년간의 한계세율을 살펴보면 최저 한계세율은 5~6%대에서 유지된 반면 최고 한계세율은 1980년대 초반 60%에 수준이었던 것이 2014년은 38%로 꾸준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멀리즈의 최적조세체계의 또 하나의 특징은 생산에 필요한 중간재에 대해 과세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중간재에 과세가 되면 기업들이 최적의 생산조합을 이용해서 생산할 수 없어 이른바 생산효율성이 낮아진다는 주장이다. 부가가치세는 최종 소비에 대해서 과세할 뿐 중간에 투입되는 재화에 대해선 과세하지 않는다. 이러한 논리는 자본소득과 법인소득에 대한 과세에도 확대·적용된다. 예컨대 법인세는 자기자본에 대한 과세에 해당하기 때문에 과세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적 귀결로 이어진다. 예컨대 다이아몬드와 사에즈의 경우 정반대로 자본소득에 과세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실은 어떨까? 최소한 법정 법인세율은 감소하고 있다. OECD 국가의 경우 1980년 후반 45~50% 수준이었던 법인세율이 2007년에는 OECD 국가의 평균 법정 법인세율이 28%까지 떨어졌다. 우리나라도 최근 1990년대 초반 34%이었던 법인세율이 몇 번의 세법 개정을 통해 22%까지 낮아졌다.
많은 경제이론과 마찬가지로 최적조세이론 역시 현실과 큰 격차가 존재한다. 하지만 국민과 정책 당국자에게 조세개편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유용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주고 있다. 실제로 큰 방향에서는 좀 더 효율적인 세제로 가기 위해 많은 나라들이 조세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다만 최적조세의 논의는 기본적으로 동일한 세수를 걷는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 참고문헌 - Ramsey, F. P., “A Contribution to the Theory of Taxation,” The Economic Journal , 37(145), 1927, pp.47~61 - Mirrlees, J. A. ()., “An exploration in the theory of optimum income taxation, ”The review of economic studies , 38(2), 1971, pp.175~208 - Tuomala, M., “Optimal income tax and redistribution,” Oxford University Press, 1990 - Saez, E., “Using elasticities to derive optimal income tax rates, ”The review of economic studies , 68(1), 2001, pp.205~229 - Diamond, P. A. & Mirrlees, J. A., “Optimal taxation and public production I: Production efficiency, ”The American Economic Review, 61(1), 1971, pp.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