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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혁신 스타트업한국형 포켓몬GO 부재는 ‘정부 탓’? ‘캐릭터 탓’?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2016년 09월호

‘포켓몬GO’ 열풍이 불면서 자꾸 5년 전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과 캐릭터를 적용한 게임(KT 올레의 ‘캐치캐치’)이 나왔을 정도로 한국의 AR기술이 앞서 있었는데 캐릭터 부재와 정부지원이 모자라서 실패했다는 기사가 언론을 장식한다. 이런 기사를 보면 좀 거슬린다. 그동안 우리나라만 AR을 응용한 모바일앱이나 게임을 출시했던 것은 아니다. 제대로 찾아보지 않아서 그렇지 그동안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종류의 앱이나 게임이 제법 많이 나왔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의 ‘돈치넷’이라는 스타트업이 내놓은 ‘세카이 카메라’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주위를 비추면 관련 정보가 떠오르는 이 앱은 무려 2008년 9월에 샌프란시스코의 스타트업 이벤트에서 선보여 당시 실리콘밸리 사람들조차 깜짝 놀라게 했다. 이때는 아이폰이 나온 지 1년밖에 안 되고 애플이 앱스토어를 처음으로 열 즈음이었으니 돈치넷이 얼마나 빨랐는지 알 수 있다. 나도 증강현실, AR이란 개념을 이 앱을 통해서 처음으로 알게 됐다.


돈치넷은 추가 투자도 받아 세카이카메라를 키우려고 노력했으나 결국 2014년 1월 서비스를 접었다. AR기술을 스마트폰을 통해 열어 젖히는 데는 성공했으나 사람들이 매일 세상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비추며 정보를 찾게 하는 생활필수앱으로 만드는 데는 실패한 것이다. 혁신적인 기술로 시작했다고 그대로 상업적인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쨌든 일본의 이 스타트업은 2008년 말 당시 정말 창의적인 발상과 실행으로 세계 IT업계의 주목을 받는 데 성공했었다. 그에 비해 요즘 언론에 나오는 올레 캐치캐치는 조금 일찍 나왔는지는 모르나 한국에서도 써본 사람이 거의 없고 외국에서는 아예 아무도 모른다. 전혀 화제가 되지 못했다. 세계인들이 감탄할 정도의 화제를 일으킨 창의적이고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 냈는데 그것을 살리지 못했다면 우리가 IT선발주자이면서도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고 한탄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좀 아닌 것 같다. 지나치고 진부한 언론의 호들갑이다. 진짜 지금 한탄해야 하는 것은 어찌 보면 일본이다. 일본은 AR기술을 스마트폰에 가장 먼저 적용한 세카이카메라라는 제품을 2008년에 내놨고,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강력한 캐릭터인 포켓몬이라는 IP (Intellectual Property)를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일본은 세계적인 게임대국이다. 포켓몬GO는 일본에서 이미 나왔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정작 이 두 가지를 연결해 글로벌 메가히트상품으로 만들어낸 것은 구글에서 분사한 작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나이앤틱’이었다. 그것도 이 포켓몬GO의 아이디어가 처음 나온 것은 구글의 만우절 프로젝트였다.


작은 장난 같은 아이디어라도 잘 받아주고 키워내는 구글의 문화, 일단 하기로 했으면 빠르게 밀어붙이는 구글과 닌텐도의 대기업답지 않은 의사결정과 실행력, 구글의 임원이라는 안정적인 자리를 떠나 재창업에 도전하는 창업가의 열정, 그런 도전을 믿고 안정된 회사를 그만두고 스타트업으로 따라가는 구글의 인재들, 이런 도전을 밀어주는 실리콘밸리의 자본생태계 등이 포켓몬GO 성공의 요인이다. 한국과 일본의 기업생태계가 따라잡기 힘든 실리콘밸리의 장점이 잘 보이는 사례인 것이다. 우리가 선진기술을 가지고 있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면 이런 문화와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할 시기다.


그리고 포켓몬GO의 성공에서 미국이나 일본 정부의 역할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민간에서 알아서 잘해서 이런 성공이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포켓몬GO 같은 게임이 한국에서 나오지 못한 것을 가지고 또 정부의 부실한 지원책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핀트가 좀 어긋났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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