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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글로벌 비즈니스 리포트IT시대에도 발휘되는 일본의 콘텐츠 파워
이세경 KOTRA 일본 도쿄무역관 과장 2016년 09월호

미래에서 온 최초의 소리라는 뜻의 이름을 지닌 ‘하츠네미쿠’는 크립톤퓨처미디어가 발매한 음악제작 소프트웨어로 현재 일본을 상징하는 하나의 콘텐츠다. 크립톤퓨처미디어는 하츠네미쿠의 근간인 IT기술 특성의 이해를 기반으로 저작권 독점이 아닌 캐릭터 활용의 자유도, 가능성을 높여 음악과 일러스트레이션, 음악과 춤, 음악과 패션 등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창출하는 허브가 되고 있다.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는 증강현실 모바일게임 포켓몬고. 구글의 사내 벤처로 시작한 나이앤틱의 기술과 닌텐도의 20년 차 포켓몬 캐릭터들이 만나 일을 벌였다. 발매 첫날인 7월 6일 앱스토어 최고 매출을 기록, 이제는 50여개 국가에서 포켓몬 고를 만날 수 있다. 이 정도의 글로벌파급력이 가능했던 것은 일본에서 태어난 20년 차 캐릭터 포켓몬에 향수를 느끼며 추억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포켓몬 고 열풍으로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한 일본의 콘텐츠 파워, 지금 이 순간에도 일본에서는 IT시대의 새로운 콘텐츠가 성장하고 있다.


‘하츠네미쿠’, 캐릭터 활용도 높이자 창작물 따라와

일본 차세대 콘텐츠 제목 중 하나인 ‘하츠네미쿠(初音ミク)’. 미래에서 온 최초의 소리라는 뜻의 이름을 지닌 하츠네미쿠는 크립톤퓨처미디어(이하 크립톤사)가 발매한 음악제작 소프트웨어 이름이다. 크립톤사의 이토 히로유키 사장(이하 이토 사장)은 2007년 8월 보컬로이드 소프트웨어인 하츠네미쿠를 발매했다. 그는 하츠네미쿠 발매 이전 자사에서 발매했던 두 종류의 보컬로이드에 대한 사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하츠네미쿠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성우 목소리를 선택하고, 그 목소리에 어울리는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그 캐릭터가 바로 청록색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인상적인 미소녀 하츠네미쿠다.


크립톤사는 하츠네미쿠 발매 당시부터 일러스트에 의한 캐릭터 특성을 명확히 했다. 캐릭터 덕에 음악제작 취미를 가진 사람뿐만 아니라 영상이나 음성, 귀여운 모습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 역시 하츠네미쿠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하츠네미쿠가 내 노래를 불러줬으면 좋겠어.’라는 생각에서 작곡을 시작한 사람도 생겨나 발매 이후 2년간 무려 8만건의 음악이 탄생했다.


동영상 투고사이트가 큰 인기를 얻고 있던 것도 하츠네미쿠 확산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음악작품을 동영상으로 게시하려면 캐릭터 이미지가 필요했는데, 하츠네미쿠는 그런 환경 변화에 딱 맞아떨어지는 상품이었다. 하츠네미쿠가 세상에 나온 이후 무서운 기세로 창작의 연쇄가 시작됐다. 음악은 물론 사람들은 미쿠 캐릭터를 기반으로 그림을 그렸으며, 그 일러스트를 사용한 애니메이션까지 나오는 등 하루에도 몇 건씩 새로운 창작물이 탄생했다. 크립톤사의 이토 사장은 이 기세를 유지하기 위해선 크리에이터가 창작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발매 당시부터 하츠네미쿠는 공식 일러스트를 공개해 규칙범위 내에서라면 누구나 자신의 창작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해뒀다. 문제는 2차 창작물이었다. 개인 블로그에 게시된 하츠네미쿠 일러스트 창작물을 마음대로 사용하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크립톤사는 2차 저작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고사이트‘Piapro’를 개설하고, 이용자 약관으로 타 회원이 사이트 게시물을 활용하는 것을 동의하도록 했다. 그 외 규칙은‘타인의 저작물 사용 시에는 원 저작자에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할 것’, 이것뿐이다. 이러한 플랫폼의 구축으로 많은 사람들이 안심하고 하츠네미쿠를 활용해 창작하게 됐다. 2차 창작을 쉽게 함으로써 새로운 가치가 태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하츠네미쿠는 ‘쿨 재팬’의 상징으로도 인식되고 있다. 쿨 재팬은 일본의 문화와 정신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현상을 의미하는 동시에 2010년부터 경제산업성 중심으로 본격 추진돼 온 콘텐츠, 패션, 의식주, 지역특산품 등의 대외문화홍보 수출정책을 뜻하기도 한다. 국내 인구 감소, 산업성장 정체 등으로 내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일본 매력 전파를 통한 해외수요 확보, 관련 산업 일자리 창출 등을 목적으로 하는 선순환 프로세스 창출정책이라 말할 수 있다.


최근 경제산업성 홋카이도 경제산업국은 크립톤사와 협력해 홋카이도의 글로벌 홍보와 하츠네미쿠의 전 세계적 전개를 목적으로 미쿠 캐릭터 중 하나인 유키미쿠(雪ミク, 스노우미쿠)의 중동 두바이 진출을 발표했다. 유키미쿠는 홋카이도를 응원하는 미쿠 캐릭터인데, 매년 홋카이도에서는 눈 축제기간에 스노우 미쿠행사가 개최되고 있을 정도로 하츠네미쿠와의 관계가 깊다.


쿨 재팬 정책의 일환인 이번 두바이 진출은 현지 재벌샤라프 그룹의 대형 쇼핑몰 아이스 카페 ‘Chill out’과 유키미쿠의 콜라보레이션이 성사된 것이다. 지난 7월 20일부터 카페에서 유키미쿠와 홋카이도 소개와 관련제품 판매 등이 이뤄졌다. 이는 중동지역에서 하츠네미쿠를 중심으로 하는 홋카이도 홍보 및 관광 수요 획득을 위한 거점 만들기의 시발로, 2020년 도쿄올림픽과 두바이 엑스포를 향한 홋카이도와 두바이의 상징적인 교류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이를 계기로 향후 관광, 무역 등 비즈니스 교류 심화 역시 기대되고 있다.


IT시대 저작권에 대한 새로운 시각 필요

일본을 상징하는 하나의 콘텐츠가 된 하츠네미쿠. 핵심은 최신 IT기술이 음악, 미술과 같은 이질적인 산업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혁신을 이뤄냈다는 것이다. 하츠네미쿠는 2016년 동영상 공유사이트 니코니코동화의 대규모 오프라인 이벤트 니코니코 초회의에서 유명 가부키배우 나카무라 시도와 함께 가부키 공연에 도전했다. 또한 일본 대표가수 아무로 나미에의 공연에도 함께하는 등 끊임없이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츠네미쿠의 근간인 IT기술 특성의 이해를 기반으로 크립톤사의 이토 사장이 저작권 독점이 아닌 캐릭터 활용의 자유도, 가능성을 높인 부분은 관련된 콘텐츠가 배로 증가하는 환경을 만들어냈다. 무언가를 복제하는 비용이 한없이 제로에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판권을 제어하는 것은 어차피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전혀 다른 여러 가지를 곱함으로써 새로운 지평이 열릴 수 있다. 하츠네미쿠가 음악과 일러스트레이션, 음악과 춤, 음악과 패션 등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창출하는 허브가 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민간에서 태동한 문화, 콘텐츠의 해외전개 지원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자국 브랜드를 확산시키고자 하는 일본정부의 쿨 재팬 정책 또한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다. 민간기업에 직접 출자가 가능한 정부기관 쿨 재팬기구 설립부터 해외 비즈니스모델 구축 지원, 지자체와 기업 간의 콜라보레이션까지, 일본 정부는 정책을 기업의 비즈니스에 연결하는 부수적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미 자생력을 지닌 기업에는 정부의 이러한 지원이 무엇보다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는 일본 하츠네미쿠 사례를 통해 한국 콘텐츠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발견할 수 있다. IT시대에 한국 콘텐츠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 역시 저작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아울러 쿨 재팬 정책처럼 자생력을 갖춘 기업의 사업 확장을 위해 정부가 직·간접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기업, 나아가 산업의 뿌리를 강하게 만들 수 있는 밑거름으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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