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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경제학 소믈리에사립학교가 공립학교에 비해 성과가 더 좋다? - 바우처 제도와 동일 학군 비교
남기곤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 2016년 10월호

우리나라는 고등학교 단계부터 사립학교의 비중이 높다. 2013년 통계를 보면 사립학교에 재학 중인 고등학생 비중은 44%인데, 이는 OECD 국가들의 평균치인 19%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미국의 경우에도 사립학교에 다니는 학생의 비율은 8%에 불과하다(OECD, 「Education at a Glance 2015」). 최근 들어 자율형 사립학교가 허용되면서 우수한 학생들이 사립학교에 진학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교육불평등이 더욱 가속화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사실 고등학교 교육을 공립으로 운영할 것인지 아니면 사립과 병행할 것인지, 사립의 경우 정부 의존형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독립적인 자율적 형태로 할 것인지 여부는 사회적 선택의 문제다.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보다는 어떤 것이 보다 사회 전체의 후생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지가 선택의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경제학 분석은 이러한 교육 문제에 대해서도 유용한 통찰력을 제공해준다.


美 바우처 제도 이용한 자연실험, 엇갈린 결과 나타나
립학교가 공립학교에 비해 학생들의 교육에 보다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까? 물론 교육성과란 다차원적인 구조를 가지는 것이라서 이를 하나의 변수로 압축해서 분석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사항은 역시 학업성적이므로 경제학자들의 분석도 여기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곤 한다.


1980년대부터 외국의 학계에서는 사립학교 학생들의 학업성적이 공립학교 학생들에 비해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돼 왔다. 물론 사립학교 학생들이 공립학교 학생들에 비해 평균적으로 가정형편이 좋고 입학 당시 능력도 우수한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된 여러 요인들을 회귀분석을 통해 통제한 상태에서 사립학교의 효과를 분석하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립학교는 학생들의 성적 향상에 유의한 플러스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결과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회귀분석을 통해 통제할 수 있는 요인들이란 고작해야 부모의 학력이나 소득수준, 학생의 입학 당시 성적이나 성과 인종 등 기본적인 인적속성 정도다. 비싼 등록금을 감수해 가면서까지 사립학교에 입학시키는 학부모의 교육에 대한 열의, 학생의 인지능력은 물론 성실성·인내력과 같은 개인의 성향 등이 양적인 변수로 환산될 수는 없다. 이처럼 교육성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무수히 많은 요인들을 회귀분석을 통해 통제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이다. 기존 연구들에서 사립학교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은 이러한 요인들이 회귀분석에서 누락됐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미국 바우처(voucher) 제도의 독특한 특성을 분석에 활용하고 있는 일련의 연구들은 사립학교 효과에 대한 기존 연구들의 한계를 극복하는 시도로 주목받아 왔다. 미국 등에서 교육개혁의 하나로 추진된 바우처 제도는 저소득 계층의 자녀에게 사립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재정적인 보조를 해주는 장치다. 만약 지원자가 정원을 초과할 경우 추첨을 통해 입학자격이 부여된다는 특성으로 인해 이 제도는 경제학자들의 관심을 끌어왔다.


추첨을 통해 사립학교에 입학하게 된 학생집단과 그렇지 못하고 공립학교에 남아야 하는 학생집단이 구분된다. 무작위적인 방식으로 두 집단이 나뉘었으므로, 이 두 집단 사이에는 학부모의 특성이나 학생들의 인적속성상 차별성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단지 한 집단은 운이 좋아 사립학교 교육을 받았고, 다른 집단은 그렇지 못해 공립학교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차이만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 두 집단 사이에 학업성적이 입학 이후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분석하면 순수한 의미의 사립학교 효과가 추출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연구에서는 자료와 분석방식에 따라 엇갈린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사립학교가 학생들 성적 향상에 여전히 유의한 플러스 효과를 미친다는 연구도 있고, 그렇지 않고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연구도 있다.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에 발표된 라우즈(Rouse)의 논문에서는 사립학교 학생이 공립학교 학생에 비해 수학 과목에서는 성적 향상을 보이지만 읽기 과목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어쨌든 기존 회귀분석을 이용한 연구들이 대부분 사립학교 학생들의 성적이 유의하게 더 높다고 보고하고 있는 경향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韓, 동일 학군 내 비교 시 사립학교 효과 없어
잘 생각해 보면 한국의 고교평준화 제도야말로 사립학교 효과를 분석할 수 있는 최적의 자연실험 소재다. 동일한 학군 내에서 사립학교에 배정을 받는가 아니면 공립학교에 배정을 받는가는 무작위적으로 결정된다. 따라서 학군만 통제를 하면 사립학교가 공립학교에 비해 학생들의 학업성적을 향상시키는 데 보다 효과적인지를 판별하는 것이 가능하다.


필자와 성기선 가톨릭대교수가 『노동경제논집』에 공동으로 발표한 논문의 기본 아이디어는 바로 이러한 내용이다. 1997년 서울 일반학군에 입학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1학년 성적에 비해 3학년 성적이 어떻게 변했는지, 사립학교 학생이 공립학교 학생에 비해 보다 많은 성적 향상이 있었는지를 분석했다. 가장 핵심적인 관건은 학군을 통제해 동일한 학군 내에서 사립학교와 공립학교 간의 학생 성적 향상분을 서로 비교하는 것이었다. 분석결과 사립학교는 공립학교에 비해 학생의 학업성적 향상에 별다른 유의한 효과를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군을 통제하기 전에는 유의한 플러스 값을 보이는 듯했던 사립학교 효과가 학군을 통제하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게 되는 모습을 보였다. 단순한 상관관계가 진정한 인과관계와는 괴리될 수 있음을 시사해주는 사례다. 물론 이 연구만으로 우리나라에서 사립학교의 효과가 이러저러하다고 단정해서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분석대상이나 분석시기, 자료의 제약 등을 감안한다면 보다 많은 연구의 축적을 기다릴 필요가 있다. 기존 방식의 답습이 아닌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기초한 보다 많은 모험적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 참고문헌
- Rouse, Cecilia Elena, “Private school vouchers and student achievement: An evaluation of the Milwaukee Parental Choice Program,”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Vol.113, No.2, 1998, pp.553~602

- 남기곤 · 성기선, “Are Private Schools More Effective than Public Schools?: Experience from a Natural Experiment in Korea,” 『노동경제논집』, 제32권 제3호, 2009, pp.9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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