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에 발표된 ‘추가 표준어 목록’에 ‘짜장면’이 포함되면서 그동안 ‘자장면’으로만 적어야 했던 것을 지금은 ‘짜장면’으로도 적을 수 있게 됐습니다. ‘자장면’으로만 적도록 하는 동안 국민들 사이에서는 아래와 같은 불만이 널리 퍼져 있었습니다.
외래어와 관련한 언중의 언어습관을 살펴보면 예사소리나 거센소리 글자로 적으면서도 된소리로 발음하는 사례가 ‘자장면’ 말고도 매우 많습니다. ‘게임(game), 달러(dollar), 모차르트(Mozart), 버스(bus), 사이버(cyber), 도쿄(Tokyo), 파리(Paris)’ 등과 같이 적으면서도 /께임, 딸러, 모차르트, 뻐쓰, 싸이버, 도꾜, 빠리/ 등과 같이 발음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한글 표기와 현실 발음 간에 차이가 나는 것은 ‘자장면’만이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외래어를 한글로 적을 때는 표준어규정이나 한글맞춤법을 적용하지 않습니다. 외래어는 ‘외래어표기법’에 따라 적어야 합니다. 그런데 외래어표기법에서는 된소리 글자를 쓰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래서 ‘자장면’으로만 적도록 했던 것입니다.
우리가 주로 접하는 외국어의 자음체계는 ‘g-k, d-t, b-p, v-f’의 관계에서 보듯이 대체로 ‘유성음(울림소리)-무성음(안울림소리)’의 대립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어의 자음체계는 ‘ㄱ-ㅋ-ㄲ, ㄷ-ㅌ-ㄸ, ㅂ-ㅍ-ㅃ’의 관계에서 보듯이 ‘예사소리-거센소리-된소리’의 대립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무성음입니다. 이런 불일치 때문에 외국어의 유성음을 예사소리로 발음하기도 하고 된소리로 발음하기도 하며(예: boat-/보트/~/뽀트/), 외국어의 무성음을 거센소리로 발음하기도 하고 된소리로 발음하기도 하는(Paris-/파리/~/빠리/) 혼란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런 혼란을 줄이려고 외래어표기법에서는 유성음은 예사소리로, 무성음은 거센소리로 적도록 하고 된소리 글자는 쓰지 않도록 원칙을 정했습니다.
어떤 외래어의 본래 발음은 뚜렷이 우리말의 된소리에 가까운 것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외래어를 적을 때마다 그 말의 본래 발음이 무엇인지 일일이 파악해서 적어야 한다면 어지간한 외국어 지식을 갖추지 않고서는 바르게 적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외래어표기법은 외국어 학습을 위한 것이 아닌, 국어 생활의 편의를 위한 것인데 오히려 국어생활을 불편하게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외래어표기법에는 이미 굳어져서 널리 퍼진 표기는 비록 원칙에서 어긋날지라도 제한적으로 그 표기를 인정한다는 조항도 있습니다. ‘gum’을 ‘검’으로 적지 않고 관용에 따라 ‘껌’으로 적는 것이 그 예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관용 표기를 인정한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관용 표기를 많이 인정할수록 규범 전체의 안정성을 해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동안 ‘짜장면’을 인정하지 않다가 비로소 관용 표기로서 인정하기로 한 것입니다.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적절한 결정이었습니다. 비록 그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할지라도 ‘자장면’만 인정하는 것이 언중의 국어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데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은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짜장면’을 인정하라는 언중의 높은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은 고무적인 일입니다. 다만 ‘자장면’이라고 하면 맛이 없게 느껴진다는 식의 주관적인 논거로 사회적 약속인 표기법을 흔드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입니다. 참고로, 2004년 제정된 타이어와 베트남어에 대한 한글 표기세칙에서는 예외적으로 된소리 표기를 인정합니다. 따라서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했던 ‘푸켓, 호치민’은 ‘푸껫(Phuket), 호찌민(Ho Chi Minh)’으로 적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