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과 통신은 일상생활과 밀접하기 때문에 잠시라도 서비스가 중단되면 국민 전체가 큰 불편을 겪게 된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를 비롯한 규제기관의 고민도 여기서 비롯된다. 산업을 활성화하려면 규제를 풀어야하는데 지나친 규제완화는 국민의 불편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산업 활성화와 이용자 보호’라는 양자 간의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42년 만에 칸막이식 방송광고 규제개선… 광고총량제 도입
방송사의 재원은 크게 수신료 수입과 광고판매액 두 가지로 구분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4:6 정도로 광고판매액의 비중이 큰 만큼 방송광고에 대한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그러나 IPTV 등 유료방송이 등장하고 인터넷광고가 활발해지면서 전체 광고시장에서 지상파방송이 차지하는 점유율이 22%로 축소됐고 ‘지상파 위기론’이 등장했다. 이에 방송사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한 재원확보 차원에서 방송광고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시행됐다. 광고시장은 신문사 및 광고단체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 간의 대립이 첨예하기 때문에 1973년 처음 방송광고에 대한 규제가 도입된 이래 방송광고정책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2015년 전면적으로 방송광고에 관한 규제개선을 추진하면서 방송사, 신문사, 시민단체 등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저마다 다른 의견을 제시했으며, 방통위는 간담회나 공청회 등 다양한 통로를 활용해 방송광고 개정에 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했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광고종류별 칸막이 규제가 도입된 지 42년 만에 지상파방송과 유료방송을 대상으로 방송광고 총량제가 도입됐다. 즉 이전에는 방송광고를 프로그램광고, 토막광고, 자막광고, 시보광고 등으로 유형을 나누고 광고유형별로 시간과 횟수를 규제했으나 광고총량제를 도입해 방송프로그램 편성시간당 일정비율로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방송광고의 종류와 시간, 횟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시청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매체 간 차별성을 유지하기 위해 지상파방송사에는 유료방송보다 더 낮은 광고총량을 설정했다. 아시다시피 방송사에서 송출하는 모든 프로그램을 방송사가 직접 제작하는 것은 아니다. 방송국 내부에서 기획한 프로그램을 외부 프로덕션에 맡겨 제작한 후 심의를 거쳐 방송으로 내보내는 것을 외주제작이라고 하는데 방송제작에서 외주제작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크다. 특히 KBS, MBC, SBS와 같은 지상파방송사의 경우 외주제작비율은 2015년 기준 50%를 상회한다.
한편 한류가 활성화되면서 인기 작가의 원고료 및 스타 배우의 출연료가 급등해 드라마 제작비가 천문학적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외주제작사는 간접광고(PPL)를 판매할 수 없어 재원조달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방송법」을 개정해 기존에는 방송사업자만 할 수 있었던 간접광고 판매를 외주제작사도 할 수 있도록 했다. 외주제작사가 작품 제작단계에서 광고주에게 직접 간접광고를 판매하게 되면 방송프로그램을 더욱 안정적으로 제작할 수 있는 재원을 확보하고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질 것이다. 또 잘 만든 방송프로그램에 포함된 간접광고는 국내 매출뿐만 아니라 관련 상품의 해외수출을 견인하고 지속적인 한류 관광수입까지 창출할 수 있다. 앞으로도 간접광고에 대한 규제개선을 통해 고품질 방송프로그램이 제작돼 방송 한류가 지속적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위치정보는 특정한 물건이나 개인의 장소에 관한 정보를 의미한다. 위치정보산업은 기존의 내비게이션이나 지도검색뿐만 아니라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포켓몬 고’ 게임이나 드론, 자율주행차와 같이 정보통신을 활용한 창조적인 융합서비스로의 가능성이 높은 분야다. 하지만 구글 등 대규모 글로벌 기업이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국내는 영세사업자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경쟁력이 취약한 실정이다.
비식별화 위치정보 활용 가이드 마련
방통위는 위치정보가 사물인터넷이나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구현을 위한 핵심자원임을 고려해 위치정보 이용 활성화를 지원하는 종합계획을 마련했다. 우선 위치정보산업에 대한 진입규제를 완화하고 기업의 행정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규제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개인위치정보를 사용하지 않는 위치기반서비스 사업에 대한 신고의무를 면제하고, 소규모·영세 사업자를 위한 간이신고제도를 신설하는 한편 사업허가기간도 2개월 이내로 단축했다.
또한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등 응용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특정개인을 구분할 수 없도록 처리한 비식별화 위치정보 및 사물 관련 위치정보의 활용방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아울러 ‘포켓몬 고’ 게임과 같은 차세대 위치기반서비스 모델을 발굴하기 위해 ‘우수 앱&웹 공모전’을 실시하고, 수상업체를 대상으로 전문 컨설팅 또는 특허 출원 등 실질적인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향후 이런 규제개선 및 지원정책을 통해 위치정보를 사업자원으로 활용하는 스타트업이 늘어나고 창조적 산업을 위한 생태계 기반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최근 들어 맞춤형 광고 등 신규 온라인서비스와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매체가 확산되면서 개인정보의 범위가 기존의 신상정보에서 기기정보, 위치정보, 개인행태정보 등 비식별정보로까지 확장됐다. 방송통신 분야는 해킹으로 인한 대규모 개인정보 침해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유출된 개인정보를 이용한 명의도용, 보이스피싱 등 2차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방송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인정보를 제대로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시 마련된 ‘범정부 개인정보보호 정상화 대책’에 따라 방통위는 개인정보 유출 기업의 임직원에 대한 처벌 강화, 노출된 개인정보의 삭제의무 강화, 주민번호 등 민감한 개인정보의 암호화 조치를 강화했다. 하지만 제4차 산업혁명과 초연결사회를 앞두고 무조건 개인정보를 활용하지 못하게 묶어둘 수는 없다. 방통위는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신규 온라인서비스에서 산업 활성화와 이용자의 개인정보보호를 균형 있게 규율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에 대한 비식별화 조치를 유도하고, 비식별화된 정보에 대해서는 활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언급한 사례 이외에도 방통위는 급속히 변하는 환경에 따라 불필요해지거나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를 적극적으로 개선함으로써 방송통신사업자의 행정적·재정적 부담을 덜어주고 국민의 불편을 해소해 편익을 제고하고자 노력했으며, 규제개선을 통한 기업의 투자 촉진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 앞으로도 방통위는 산업 활성화와 이용자 보호의 균형을 잃지 않으면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규제를 개혁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