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경제가 불안정한 원인은 연금ㆍ정치ㆍ금융 등에서 제대로 된 개혁이 이뤄지지 않고 경제활동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테메르 신임 대통령은 브라질의 국정개혁 청사진이 담긴 「미래를 향한 다리」라는 보고서를 통해 브라질 경제회복의 장기과제로 인프라투자 확대, 대외개방 확대, 노동시장 개혁, 세제개혁 등을 꼽았다.
브라질의 첫 여성 대통령인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지난 8월 31일 탄핵됐다. 남은 임기는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받아 2018년 말까지 수행한다. 탄핵사유는 정부의 재정적자를 축소시키려는 분식회계와 각종 부패 스캔들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경제실패로 인한 중산층의 몰락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브라질 경제는 국내·외 기업의 투자증가로 공급과잉이 있었지만 방만한 재정정책과 부정부패로 얼룩진 정치의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브라질 코스트’를 발생시켰다. 결국 브라질은 글로벌 경기침체를 이겨내지 못하고 수출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경기부양 위해 외국인투자 유치에 적극 나선 신정부
신임 테메르 대통령은 2011년부터 지우마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부통령으로서 같이 일했고, 지난 5월 하원의 탄핵절차가 개시되자 대통령직 권한대행으로 정부를 이끌어 왔다. 따라서 지우마 대통령의 경제정책 실정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의 성공은 단기적으로는 브라질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브라질 경제구조를 개혁하는 데에 달려 있다.
단기적인 경기부양 대책으로 신정부는 외국인투자에 주목하고 있다. 재정적자 폭을 줄이는 것이 지상과제인 현시점에서 브라질 정부는 재정정책을 바로잡을 재원이 없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6년 2분기 브라질 국내저축률은 15.8%로 낮아 국내 자본축적이 어렵고, 중앙은행 기준금리가 14.15%에 달하기 때문에 금융정책에도 큰 사회적 비용을 감안해야 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결국 브라질 정부는 외환보유고(3,688억달러)를 이용해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방안까지 검토했었다.
브라질 정부는 현재 국영기업 민영화, 민관 파트너십프로젝트, 인프라사업에 정부입찰조건(외국 기업이 브라질 기업과 컨소시엄 구성 없이도 단독입찰 가능)을 완화하며 국내·외 민간업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2년간 브라질 정부는 340억달러를 투입해 도로,공항, 항만, 철도, 전력, 유전 등의 인프라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곡물, 고기류 등의 유통이 가능한 도로·철도 건설, 50개 항만 및 지방공항의 민영화, 63개 민영 터미널 건설에 외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할 예정이다. ‘브라질경제는 닭의 날갯짓과 같다.’라는 말이 있다. 경제가 조금 날다가 툭 떨어지기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같은 브릭스(BRICs) 국가인 중국과 비교해 봐도 브라질은 들쑥날쑥한 불안정한 경제성장률을 보이는 반면 중국은 성장속도만 줄었을 뿐 꾸준한 플러스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브라질경제가 제대로 날개를 펴지 못하는 원인은 연금, 세무, 노무, 정치, 토지, 금융 등에서의 제대로 된 개혁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장동력을 잃은 개혁이 경제활동의 발목을 잡고 있다.
테메르는 브라질의 국정개혁 청사진이 담긴 「미래를 향한 다리」라는 보고서에서 브라질 경제회복의 장기과제로 인프라투자 확대, 대외개방 확대, 노동시장 개혁, 세제개혁 등을 꼽았다. 세제개혁은 그중에서도 가장 복잡하고 악명 높기로 유명한데 92가지나 되는 세금제도를 통합하거나 단순화하는 작업으로 모든 브라질 정권의 가장 큰 과제였다. 테메르 신정부는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재정지출을 20년간 동결하고 연금도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유럽, 아시아와 양자·다자 간 무역협정에도 적극적인데 브라질 산업구조를 개방과 경쟁의 장으로 만들어 산업의 비효율을 줄이려는 목적이 있다.
마지막으로 제도개혁은 기득권층의 반발을 낳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테메르 신임 대통령이 계획하고 있는 중요한 장기과제다. 제도개혁은 지지율이 80%를 넘었던 룰라 대통령도 기득권층의 반발을 이기지 못하고 일부만 손을 보았던 만큼 테메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올 상반기 산업생산 4회 연속증가 등 경제회복세
브라질경제는 다행스럽게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테메르 신정부에 대한 국내·외 투자가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고, 올해 상반기 브라질 산업생산이 4회 연속 증가함은 물론 무역수지 흑자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6년 1분기 외국인직접투자 역시 전년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국제 원자재가격이 상승 기조이고 연초 두 자릿수를 상회하던 물가상승률은 6월 이후 8%대로 하락했으며, 7월 민간소비도 전년동월 대비 증가했다. 상파울루무역관이 실시한 브라질 주요 바이어 조사결과에서도 테메르 정부는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질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그동안 이어온 경기침체와 헤알화 약세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본사에서 달러로 부품, 원자재를 사다가 브라질 공장에서 완제품을 생산해 헤알화로 판매하기 때문에 환차손을 보고 경기침체로 매출감소를 겪은 것이다. 기업들은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높아진 수입가격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는 건 꿈도 꾸지 못한다. 우리 수출 기업으로부터 외상으로 물건을 받은 브라질 바이어는 경기침체로 물건을 못팔게 되니 미결제액이 쌓이고, 우리 수출 기업도 그 다음부터는 후속 수출건이 있어도 바이어의 신용도 하락으로 무역보험을 들 수 없으니 공세적인 판촉활동을 할 수 없는 악순환이 반복돼 왔다. 하지만 앞서 살펴봤듯이 새롭게 들어선 테메르 신정부는 경기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조만간 브라질경제가 선순환으로 전환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