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ENG
  • 경제배움
  • Economic

    Information

    and Education

    Center

칼럼
나라경제 논단 & 특별기고[특별기고] 정부3.0 스마트컨슈머 통한 수요자맞춤형 비교정보 제공 확대돼야
박세구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정보국장 2016년 10월호



최근 오토캠핑이나 주말 레저활동이 늘면서 스포츠용 차량(SUV)이 인기를 끌고 있다. 스포츠용 차량은 일반적으로 승용차의 장점인 안락한 승차감과 함께 오프로드 주행능력 및 다용도 기능을 갖춘 4륜구동 차량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싼타페·티볼리·투싼·모하비·QM5·쏘렌토 등 다양한 스포츠용 차량이 판매되고 있다. 시판되고 있는 여러 스포츠용 차량의 성능이나 소비자평가를 비교해 보고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은 어디에서 정보를 찾고 있을까? 보통의 소비자라면 포털사이트에서 ‘자동차 비교’나 ‘SUV 비교’ 등으로 먼저 검색해볼 것이다. 그리고 검색결과에 나타난 뉴스기사, 자동차잡지의 리뷰, 동호회 사이트의 이용후기, 블로그·카페의 비교내용 등 여러 정보들을 읽어본다. 하지만 이용후기도 제각각이고 비교내용도 판매가격이나 최고출력, 연비 등 스펙정보에 그치고 있는 데다 정보출처도 일단 의심스러워 정보내용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 이에 필요한 정보를 더 검색해 보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객관적인 품질비교 시험검사나 평가비교정보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이처럼 비교정보는 소비자들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거나 이용하려고 할 때 대부분 찾아보고 있지만 믿을 수 있는 비교정보를 찾기는 매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비교정보, 합리적인 구매선택에 도움··· 2012년부터 ‘스마트컨슈머’ 통해 비교정보 제공

2007년 「소비자기본법」의 시행으로 소비자정책 패러다임이 소비자보호에서 소비자주권 강화로 전환되면서 소비자정보 제공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소비자정보의 제공은 소비자와 사업자 간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정보격차를 줄여 소비자로 하여금 합리적인 구매선택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소비자의 권익을 증진시킬 수 있다. 특히 비교정보는 오늘날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가는 소비자들에게 왜곡된 정보와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정보를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다. 또한 비교정보는 소비자들이 구매선택에 직접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여러 정보를 탐색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여준다. 이와 같은 비교정보의 유용성은 OECD의 비교정보에 대한 정의를 보더라도 알 수 있다. OECD는 비교정보에 대해 ‘제품 또는 서비스의 비용, 품질, 기타 속성을 비교하는 정보로서 소비자의 선택과 정보 과부하 문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는 비교도구’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처럼 비교정보는 소비자의 소비생활에 매우 유용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 각국에서도 다양한 비교정보를 생산해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오래 전부터 여러 기관·단체에서 다양한 비교정보를 생산해 제공해 왔다. 한국소비자원은 설립 직후인 1980년대 후반부터 ‘어느 회사 제품이 좋은가.’라는 품질비교정보를 생산해 매년 책자로 발간했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비교정보가 제공되기 시작한 것은 2012년 1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주관하고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스마트컨슈머’라는 소비자종합정보망 사이트가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2012년 3월 ‘스마트컨슈머’에서는 등산화 비교정보를 1호 정보로 제공했다. 제품별 시험검사 결과만을 열거하고 최종 제품선택은 소비자에게 맡기는 기존 정보제공 방식에서 벗어나 ‘스마트컨슈머’에서는 시험결과, 구매가이드, 피해대처요령, 이용후기 등 등산화 구매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하고, 특히 가격과 품질 측면에서 우수한 제품을 ‘추천제품’으로 제시했다. ‘스마트컨슈머’에 등산화가 비교정보로 제공된 이후 서버가 마비될 정도로 소비자들이 사이트를 방문했는데 이는 그동안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제대로 된 비교정보를 얼마나 기다려 왔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서비스 개시 이후 5년이 지난 현재 ‘스마트컨슈머’에는 한국소비자원, 민간 소비자단체 등에서 생산된 322개의 비교정보가 제공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토교통부의 아파트실거래가, 한국석유공사의 유가, 금융감독원의 금융상품 수익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병원평가정보 · 비급여진료비 등 68개 기관 102개 사이트의 비교정보가 통합제공되고 있다. 명실공히 ‘스마트컨슈머’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비교정보 제공사이트라고 할 수 있다.


비교정보 생산 인프라 미국 등에 비해 매우 열악··· 예산ㆍ인력 지원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해외 각국에서도 다양한 비교정보가 제공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로는 미국 소비자연맹의 ‘컨슈머리포트(Consumer Reports)’, 영국 소비자협회의 ‘휘치(Which?)’, 호주 소비자협회의 ‘초이스(CHOICE)’, 독일 상품테스트재단의 ‘테스트(TEST)’ 등을 들 수 있다. 미국 소비자연맹은 1936년부터 비교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2012년 기준으로 약 2억200만달러를 비교정보 생산을 위해 사용하고 있으며, 100명 이상의 실험전문가, 25명 이상의 조사전문가, 전국적으로 150명 이상의 비밀고객(secret shopper)이 비교정보 생산에 참여하고 있다. 영국 소비자협회는 1959년부터 비교정보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약 3,300만파운드를 비교정보 생산에 투입하고 캠페인·마케팅·고객서비스·조사·재정 등의 업무 영역에서 거의 500여명의 인력이 비교정보 생산에 참여하고 있다. 호주 소비자협회는 1960년부터 비교정보를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약 1,100만달러의 예산과 319명의 인력이 비교정보 생산에 투입되고 있다. 독일 상품테스트재단은 1966년부터 비교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약 2,700만유로의 예산과 310여명의 인력이 비교정보 생산에 투입되고 있다.


오랜 역사와 충분한 예산과 인력을 보유한 해외기관들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비교정보 생산에 투입되는 예산이나 인력을 보면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한국소비자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한국소비자원의 비교정보 생산 및 확산 관련 예산은 약 10억4천만원, 투입 인력은 약 40여명에 불과하다. 이처럼 비교정보 생산 인프라가 취약하다 보니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고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자동차, 가전제품 등 내구재에 대한 비교정보 생산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실제 ‘스마트컨슈머’에 게시된 이들 품목 관련 비교정보를 보면 냉장고·블랙박스·와이퍼·타이어 등 일부 품목에 국한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의 소비자들이 스포츠용 차량에 대한 비교정보를 얻으려면 미국의 ‘컨슈머리포트’ 사이트를 찾아봐야 하나 국내에서 판매되는 제품과 다른 경우가 있어 비교가 쉽지 않다. 참고로 미국의 ‘컨슈머리포트’ 사이트에서는 미국에서 시판하는 스포츠용 차량의 가격, 스펙 등 일반 구매정보뿐만 아니라 품질비교, 로드테스트, 소비자평가 및 만족도 등 다양한 비교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피해예방에 유용한 소비자정보는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지만 구매선택에 필요한 비교정보는 그리 많지 않은 실정이다. 비교정보는 소비자의 합리적인 구매선택에 유용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제품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특히 요즘처럼 온라인상에 온갖 정보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비교정보에 대한 소비자 및 기업의 수요는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수준의 비교정보 생산 인프라에서는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비교정보가 양적·질적 측면에서 적정 수준에 이를 때까지는 예산 및 인력에 대한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소비자 및 기업이 필요로 하는 비교정보 생산이 확대될 수 있도록 관련 예산 및 인력 지원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기대해 본다.

보기 과월호 보기
나라경제 인기 콘텐츠 많이 본 자료
확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