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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혁신 스타트업우리 스타트업 생태계에 엑싯이 없는 세 가지 이유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2016년 11월호



스타트업을 돕는 일을 하면서 항상 고민하는 주제가 있다. “한국에서는 왜 대기업의 스타트업 인수합병(M&A)이 잘 이뤄지지 않을까”라는 물음이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선순환이 되기 위해서는 엑싯(exit)이 활발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주로 M&A를 통해 스타트업 엑싯이 이뤄지는 데 반해 한국에서는 아주 드물다. 특히 몇백억원 이상 큰 규모의 엑싯은 가뭄에 콩 나듯 한다. 왜 그럴까.


얼마 전 벤처투자자 출신인 후배와 이 문제에 대해서 대화하고 조금 해답을 얻었다. 그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면 이렇다. 우선, 국내 대기업 입장에서 스타트업을 인수할 필요가 없다. 국내 많은 분야가 대기업의 과점 상태라 경쟁이 부족하다. 그래서 굳이 대기업 입장에서 스타트업을 인수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다. 그냥 갑을 관계로 계약해서 하청업체처럼 쓰면 된다. 필요하면 주요 인재를 빼오면 되고 비슷한 제품을 모방해서 내놓으면 된다. 그게 인수하는 것보다 쉬운 경우가 많다. 어차피 스타트업이 기존 기업들에 도전하는 데 있어 다양한 업계의 텃세와 규제 등이 막아주는 데다 그 스타트업이 성장하도록 끈기 있게 투자해주는 벤처캐피털도 한국에는 별로 없다. 대기업에 위협이 되지도 않고 경쟁 대기업도 인수하려 하지 않는데 굳이 내가 왜 인수하겠는가.


그렇다면 해외기업들이 한국스타트업을 인수해주면 어떨까? 해외기업이 들어와서 인수경쟁을 일으키면 국내 대기업들도 한국스타트업을 인수할지 모른다. 미국기업들은 이스라엘스타트업들을 무척 자주 인수한다. 하지만 해외기업 입장에서 한국기업은 매력적인 인수대상이 아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한국기업을 인수한 뒤에 그 가치가 올라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다. 회사를 외국회사에 팔고 나서 창업자들은 정해진 계약기간이 지나면 열심히 회사를 떠난다. 한국피인수회사의 창업자가 글로벌회사에 들어가서 엑싯 전보다 더 능력을 발휘해 일원이 되는 경우가 별로 없다. 그러다 보니 한국기업의 인수 후 성공률이 떨어진다[구글에 인수된 내비게이션앱 스타트업인 웨이즈(Waze)처럼 이스라엘스타트업들은 미국 기업에 인수된 후 더 잘되고 성공한 경우가 많다].


외국기업에 회사를 팔지 않으면 애국자라는 민족주의적 시각도 있어 글로벌 M&A에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한다. 또 한국에는 스타트업을 돕는 M&A 전문가가 부족하다. 미국, 특히 실리콘밸리에는 수많은 투자은행, 로펌, 회계회사들이 전문가로서 M&A를 도와준다. 글로벌기업마다 사업개발팀이 있어 회사의 성장에 도움이 될 만한 M&A 대상회사들을 수시로 챙기고 좋은 회사가 있으면 거래를 진행한다. M&A건이 나오면 인수·피인수회사 양쪽에 이런 전문가들이 붙어서 협상을 프로페셔널하게 진행한다. 한국은 이런 회사나 전문가들이 적다. 더구나 글로벌 거래를 진행할 수 있는 전문가는 더 적다. 이스라엘스타트업의 글로벌 M&A가 활발한 것은 좋은 스타트업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워낙 월가와 실리콘밸리의 M&A 전문가들 중에 유대계가 많아서 그런 탓도 있을 것이다. 이들이 서로 밀고 끌어준다.


그럼 한국에서 스타트업 M&A가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새로운 도전자들이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규제와 각종 기득권의 텃세를 없애야 한다. 피인수회사나 창업자도 회사를 팔면 그만이 아니라 인수회사의 가치를 올려주기 위해 노력하는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 M&A에 걸림돌이 되는 복잡한 제도를 간소화하고 세금혜택을 주는 것도 방법이다. M&A를 주선하고 진행하는 전문회사, 전문가들이 늘어나야 한다. 이들이 만들어주는 무형의 가치에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는 문화도 생겨나야 한다. 한국 대기업에도 M&A를 계속 연구하고 진행하는 사업개발팀이 생겨야 한다. 한국에는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글로벌 수준의 사업개발팀이 있는 회사가 별로 없다.


스타트업 M&A가 많이 돼야 스타트업 생태계에 투자금이 재순환되고 자생력을 갖추게 된다. 창조경제정책으로 초기 스타트업을 많이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정부가 앞으로 계속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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