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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로드리고의 카메라 로드작은 마을과 공명하는 히로시게미술관
최우용 건축가 2016년 11월호





우키요에(浮世繪)는 일본 무로마치 시대에서 에도 시대(14~19세기)에 걸쳐 제작된 회화를 말한다. 우키요에의 한자표기 ‘浮世(부세)’는 ‘뜬세상’이란 뜻. 정처 없이 떠다니는 세상을 그린 그림, 세상의 이런저런 잡다한 모든 그림이 우키요에였다. 그래서 우키요에는 풍속화에서부터 춘화, 미인도, 귀신그림, 그리고 전쟁그림 등 매우 다양한 주제를 그림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 다양한 주제만큼이나 그림을 그리는 목적 또한 다양했다. 책에 들어가는 삽화로, 판매를 위한 초상화나 기록화 등으로, 그리고 성적 자극과 흥분을 위한 춘화로도 그려졌다. 사진기가 없었던 당시에 실감 나는 이해를 위한 종합적인 시각 매체의 역할을 하는 그림이 우키요에였다. 초기에는 육필화(肉筆?), 즉 직접 손으로 그리는 경우가 많았으나 점차 대량생산이 가능한 목판화(木版畵)로 대체됐다.

 

17세기 유럽으로 수출된 일본 도자기는 ‘자포네즈리(Japonaiserie)’, 즉 일본 문물을 선호하는 취향을 형성시켰고, 19세기 유럽으로 건너간 우키요에는 ‘자포니즘(Japonism)’, 즉 일본 취향을 포함한 일본 미술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촉발시켰다. 우키요에의 강렬한 선과 대담한 색채는 유럽 화단에 강렬한 영향을 미쳤는데, 특히 인상주의 화가인 마네, 모네, 드가, 그리고 반 고흐 등은 우키요에에 심취했고 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우키요에는 근대 서구에 일본이란 존재를 각인시킨 결정적 요인이었다.

 

히로시게미술관은 우키요에의 대가인 우타가와 히로시게(歌川廣重, 1797~1858년)를 기념하기 위해 지어진 미술관이다. 미술관은 토치기현 나스시오바라시의 작은 마을 바토마치(馬頭町)에 있다.

    

 

2000년 건축가 쿠마 켄고가 설계한 히로시게미술관의 지배적 인상은 목재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건축가는 이 지역 일대에서 생산되는 ‘야미조(八溝)’라는 삼나무를 루버형태로 만들어 미술관 전체를 감쌌다. 삼나무는 일본이 원산지인 나무로 수분과 습기에 강하고 특유의 향이 있어 내충성이 좋다. 해양성 기후인 일본에서 식육 생장하기 유리하고 또 실용적인 목적으로 사용하기에 적당한 수종이다. 건축가는 이 지역에서 생산되고 또 건축 재료로도 적당한 이 나무를 쉽게 지나치지 않았다. 얇게 켜내어 루버로 만든 삼나무가 벽면을 감싸고 또 지붕도 감싸고 있다.

 

멀리서 보면 벽면보다 깊숙하게 튀어나와 있는 지붕처마가 만들어내는 그림자로 벽면은 어둡게 그늘져 있는데, 그래서 은은한 황금빛의 커다란 지붕이 둥둥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목재의 색이 밝기 때문에 무겁거나 불안해 보이지 않는다. 길게 내민 처마 밑을 걸어가면 몸의 바로 옆과 위를 감싸고 있는 따뜻한 질감의 나무 루버와 둥근 조약돌로 가득한 마당, 그리고 미술관 옆 산비탈의 풍경이 합쳐지며 마음이 편해진다. 삼나무로 뒤덮인 박공지붕의 단순한 미술관은 한적한 동네에 안착해 있다.

 

미술관 내부로 들어가도 지역적인 재료의 사용은 계속된다. 바닥은 인근 마을에서 채석되는 아시노석(芦野石)을 사용했으며, 전시관 내부의 벽지는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시(和紙; 화지는 일본 전통 종이로 우리의 한지와 비슷)를 사용했다. 건축가가 보여주는 지역에 대한 이해와 애착은 형태와 재료, 그리고 그것들을 만들어내는 물성과 생산 방식에 걸쳐 매우 밀도가 높음을 확인할 수 있다.

 

히로시게미술관은 그 놓인 지역에서 생산되는 자재를 바탕으로 단순하면서도 조용한 형태로 완성돼 일본 우키요에 대가의 작품을 넉넉히 받아주면서 주변 환경과도 은은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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