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분기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다. 내외수 경기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김영란법 시행, 파업 · 물류대란, 갤럭시노트7 단종, 태풍 차바 등 예기치 못한 악재가 계속 터지고 있다. 정부는 경기의 추가하락을 막기 위해 올해 4분기에 10조원 규모의 재정을 보강하는 등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다.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지만 단기적으로는 경기의 추가 하락 방지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인 대응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두 가지 단편적인 정책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지만 현재 진행 중인 산업구조조정이 가장 중요한 과제임은 분명하다. 지난 9월 30일 정부는 철강산업과 석유화학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한 이후 조선, 해운, 건설 등 과잉공급 업종들에 대한 대책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 발표내용에 대해 업계에서는 크게 공감을 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추진 컨트롤타워가 없어 보인다는 것과 업계 현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정부와 업계 모두 자기방어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잘되면 내 탓, 못되면 남의 탓’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이렇게 이야기하면 반박할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정부도 산업구조조정과 관련해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정부가 밝힌 구조조정원칙을 보면 정책 혼선을 줄이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의 구조조정은 시장이 구조조정 능력을 회복할 때까지 추진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것임을 밝히고 있다. 또한 구조조정의 목적이 단순한 재무조정이 아닌 미래의 성장 가능성, 즉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현실은 어떨까? 구조조정이라는 단어가 일반 근로자에게 주는 첫 느낌은 인력감축이다. 우리와 같은 경직된 노동시장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과잉설비 감축도 법정관리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리지 않는 한 대부분의 기업에서 자율적 · 선제적으로 시행하기 쉽지 않다. 하루하루 버티기 힘든 상황에서 미래를 대비한 연구개발 투자는 언감생심이다. 결국 버틸 때까지 버티다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면 정부지원만을 바라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 지경이 되면 정부에 온갖 화살이 집중된다. 정부는 뭐라도 해야 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지만 책임질 일은 하기 싫어한다. 결국 미루게 되고 단기적인 재무성과에 집착할 수밖에 없게 된다. 지금도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식으로는 미래가 없다.
이제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정부 스스로도 정부가 나서면 뭐든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정부가 시장의 힘을 이길 수 없음을 업계에도 인식시켜 나가야 한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2009년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파산을 신청했으나 495억달러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구조조정을 실시해 회사를 회생시킨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회사를 두 개로 분리해 회생 가능성을 높이고 청산금액 최소화, 민간 전문가들의 구조조정 주도, 신속하고 과감한 구조조정, 손실부담원칙 적용, 노조와의 협력 등이 GM 구조조정의 성공비결로 꼽히고 있다.
상시적 구조조정체계 구축, 선제적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은 재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정부는 실효성 있는 사회안전망의 확충과 규제개혁을 포함한 구조조정의 여건을 조성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구조조정을 통한 생존은 기업의 몫이라는 인식을 모두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