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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통계, 세상과 소통하다다초점렌즈와 통계
최정수 통계청 통계정책과장 2016년 11월호


우리가 매일 보는 신문에서 숫자나 통계를 까만 매직펜으로 지운다고 상상을 해보자. 실제로 한번 해봐도 좋을 것이다. 일단은 신문에 기하학적인 디자인 패턴이 그려질지 모른다. 그런 다음 뉴스 콘텐츠를 읽어보면 정보로서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을 바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통계는 뉴스를 정보로 만들어주는 강력한 역할을 한다. 요즘 방송과 신문에서 유행하는 ‘팩트체크’류의 기사와 보도도 통계를 바탕으로 진실인지 아닌지를 입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평균’, 가장 쉬워 보이지만 함정에 빠지기도 쉬운 통계
빅데이터 시대가 도래하면서 통계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측면에서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숫자와 통계라고 하면 친숙함보다 낯설고 어렵다는 인식이 앞서 있는 것이 사실이다. ‘평균’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또 쉽게 접하는 통계 개념이고 GDP를 포함해 수많은 통계정보를 생산하는 데 이용되는 도구다. 하지만 이 평균은 또한 가장 쉽게 혼동될 수 있고 많은 오해가 발생하는 진원지이기도 하다.


1950년대 미국의 한 신문에 어느 대학의 특정 학과에 다니는 여학생 중 33%가 교수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뉴스가 나간 뒤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그 과에 재학 중인 여학생이 단 3명이었다는 사실이 나중에 알려졌다. 평균을 냈다는 측면에서 논리적·수학적으로는 맞는 내용이었지만 샘플수가 너무 적어 통계적으로는 전혀 의미가 없는 정보였다. 오류를 넘어 악용의 소지까지 있는 것이 평균의 함정이다.

가끔 공공기관을 ‘신의 직장’으로 언급하면서 그들의 높은 평균연봉을 비판하는 기사가 신문에 실린다. 이런 직장에 근무하는 대부분의 직원들은 언론에서 언급되는 평균보다 자기 급여가 낮은 것에 대해 의아해하기도 하고 일견 억울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소득 같은 경우 소수의 사람들이 평균에 미치는 효과는 엄청나다. 예를 들어 빌게이츠와 같은 사람이 표본에 포함돼 있으면 평균의 왜곡은 극대화된다. 이럴 경우에는 평균보다는 분포를 반으로 나누는 지점을 의미하는 ‘중앙값’을 함께 봐야 한다.


영국 재정연구원 원장을 지낸 옥스퍼드대 앤드류 딜노트(Andrew Dilnot) 교수가 지은 왜 내 월급은 항상 평균보다 적은 걸까?(The Tiger That Isn't)」란 책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등장한다. “우리는 평균이라는 말을 아주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기자들과 정치인들은 평균을 가운데 있는 것으로 여기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보통’, ‘전형적’, ‘합당한’을 의미하는 것도 아님을 알아야 하며, 다수의 생각으로 받아들이지도 말아야 한다.” 정확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전기요금 단가는 물가지수에, 사용량에 따른 전기요금은 가계소비지출에
지난달 열린 국정감사에서뿐만 아니라 늘 오해를 낳고 있는 소비자물가지수 관련 논란도 평균의 함정으로 설명할 수 있다. 물가지수는 소폭 올랐는데 실제 시장에 가서 물건을 사 보면 가격이 많이 오른 것을 보고 소비자들이 불만을 표출하곤 한다. 물가지수는 우리가 자주 구매하는 481개의 품목을 시장거래액 비중에 따라서 가중치를 다르게 해 평균을 낸 통계다. 소비자가 구매한 물건이 이 품목에 포함돼 있지않을 수도 있고, 또 일부 품목이 오르고 다른 상품은 가격이 내려 평균적으로 변화가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할 때 오해가 발생한다.


소비자물가지수는 가계에서 소비하는 상품들의 가격변동을 측정하는 것이 목적이다. 추세의 변화를 시계열로 파악하기 위함이다. 통계청은 소비자물가지수 작성과 관련해 조사품목은 5년 주기로 개편하고, 조사상품은 수시로 갱신해 현실 반영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식료품과 전기요금 등 소비자의 구매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을 대상으로 별도로 생활물가지수를 작성해 체감물가를 파악하고 있다.


지난여름 폭등한 전기요금이 물가지수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는 물가지수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한 데서 기인한 것이다. 물가지수는 물품이나 서비스의 가격(P) 변화만 측정하는 것이다. 지난여름 전기요금 단가(P)는 오히려 인하됐는데 폭염으로 인해 가정의 전기 사용량(Q)이 급증해서 요금(P×Q)부담이 늘어난 것이다. 따라서 인하된 전기요금 단가(P)는 물가지수에 반영하고 사용량에 따른 전기요금(P×Q)은 물가지수가 아니라 통계청의 가계소비지출 통계에 반영하는 것이 옳다.


통계, 그중에서도 국가통계는 작성하는 목적과 기준, 그리고 조사방법이 명확하게 규정돼야 한다. 이런 요소들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극심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도서(島嶼; 섬) 관련 통계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섬이 많은 우리나라는 섬이 몇 개나 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행정자치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등 정부부처마다 산정하는 섬의 개수가 다르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광역과 기초자치단체가 파악하는 섬의 개수가 서로 다른 것이 현실이다. 섬에 대한 통일된 정의가 없는 것이 혼선의 원인 중 하나다. 어떤 기관은 암초를 섬에 포함시키기도 하고 간척사업으로 육지와 연결된 섬을 통계에 넣거나 빼기도 한다. 국가통계 작성 및 승인기관인 통계청은 향후 관련부처와 협의를 통해 도서 관련 통계 관리 기준을 정비하고 섬 통계의 정합성 제고를 위해 적극 나설 계획이다.


통계청과 국토교통부의 주택보급률이 차이가 나는 것도 통계작성 기준과 목적의 차이 때문이다. 주택보급률은 주택 수를 가구 수로 나눈 값이다. 통계청은 UN의 권고에 따라 5년마다 실시하는 인구주택총조사에서 다가구를 단독주택으로 분류해 1채로 계산한다. 반면에 국토교통부는 다가구주택의 구분거처(각호)를 일반주택과 동일하게 계산한다. 즉 다가구주택의 각호는 연립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의 각호와 동일하게 한 가구가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지어져 있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주요통계는 통계청이 작성하지만 각 기관의 고유업무수행을 위한 통계는 개별기관의 책임 아래 작성하는 분산형 제도로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중복 통계의 문제도 있고, 서로 다른 기준으로 통계가 작성돼 혼선이 발생하기도 한다. 사회 발전에 따라 통계 수요가 늘면서 통계의 오남용 문제 해결도 큰 과제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통계청은 국가통계승인제도 등 통계의 품질관리와 통계조정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통계청의 더 엄격한 통계품질 관리와 명확한 기준 설정 등 조정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요즘 렌즈를 삼등분으로 나눠 도수를 달리해 원거리와 중간, 근거리 모두를 잘 볼 수 있게 만든 다초점렌즈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통계 역시 세상을 보는 창이자 렌즈에 비유할 수 있다. 다초점렌즈를 낀 것처럼 우리가 통계를 읽고 이용하면서 가까운 거리에서는 통계의 함정을 피할 수 있는 지혜를 얻고, 중간 거리에서는 통계의 작성 기준과 목적을 명확히 파악해 먼 거리까지 세상과 미래를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는 통찰을 얻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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