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10% 정도로, 국제적으로 비교해 보더라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그나마 존재하는 노동조합들도 주로 대기업이나 공공 부문에 집중돼 있는데, 상대적으로 노동조건이 좋은 이들 노동조합 조직원들이 더 많은 임금인상을 위해 투쟁하는 모습은 일반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곤 한다.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파업으로 인한 막대한 손실, 그리고 자신들의 고용 안정을 위해 기업의 구조조정에 반대하고 노동 강도를 강화시킬 수 있는 생산 방식 변화에 저항하는 모습들 등으로 노동조합은 기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주범으로 몰릴 법하다. 하지만 과연 실제 그런가?
“거의 항상 조직화된 근로자에게 유리하고, 기업의 대차대조표상으로는 해로운 조직” 저명한 노동경제학자 프리먼(Richard B. Freeman)과 메도프(James L. Medoff) 가 1984년 저술한 「노동조합은 무슨 일을 하는가?(What Do Unions Do?)」는 노동조합과 관련된 고전적인 저서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경제학자들이 노동조합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이들은 노동조합이 갖는 두 얼굴의 양면적인 측면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물론 노동조합은 노동시장에서 독점적 기구다. 단합된 힘을 기초로 시장균형 수준 이상으로 임금을 인상시킨다. 이로 인해 노동조합이 조직되지 않은 기업의 근로자와 임금격차가 발생하고, 불평등이 증대된다. 노동조합이 높은 임금과 더불어 고용 안정성을 추구하면, 기업에서의 작업이 마치 ‘깃털 침대 위에 누워 있는 것처럼 편안하게 되는(featherbedding)’ 과다고용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기업의 경영 유연성이 약화되면서 생산성이 하락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조합이 근로자들의 ‘집단적 목소리(collective voice)’를 결집해 ‘제도적으로 대응(in-stitutional response)’하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기업의 생산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기업의 자의적 의사 결정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고, 직장에서 근로자가 자신의 의견을 주장할 수 있는 발언력을 높여 준다. 이로 인해 근로자의 사기가 진작되고 이직률이 감소해 생산성이 증가할 수 있다. 노동조합 출현이라는 위기에 대응해 기업은 보다 합리적인 인사제도를 만들고 작업과정에 대한 보다 세밀한 감독시스템을 도입하는 경향이 있고, 이로 인해 경영조직의 빈틈이 감소함으로써 생산성이 향상될 수도 있다. 이 책에선 당시까지의 실증연구 결과들을 검토하면서, 노동조합이 조직된 사업장은 그 밖의 다른 조건이 유사한 비조직 사업장에 비해 생산성이 더 높은 경향이 있다고 정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은 왜 노동조합 결성을 반대하는 걸까? 기업에 중요한 것은 생산성이 아니라 최종적인 이윤이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의 출현으로 생산성은 향상된다 하더라도, 임금이 상승하고 자본투하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이윤이 증가할지는 불투명하다. 당시까지의 실증분석 결과를 보더라도 노동조합은 기업의 이윤을 저하시키는 경향이 있다. “거의 항상 조직화된 근로자에게 유리하고, 많은 측면에서 국가 경제 차원에서도 도움이 되지만 기업의 대차대조표상으로는 해로운 조직”이라고 노동조합이 갖는 패러독스를 저자들은 표현하고 있다.
韓, 노동조합이 기업의 생산성 향상시켜 노동조합이 과연 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지는 노동경제학 실증분석의 주요한 이슈 중 하나다. 프리먼과 메도프의 저서가 발표된 후 20년간의 연구 결과를 모아 출판된 「노동조합은 무슨 일을 하는가?: 20년의 전망(What Do Unions Do?: A Twenty-Year Perspective)」이라는 책에서 허쉬(Barry T. Hirsch)는 노동조합의 생산성 효과에 대한 그 이후의 연구성과들을 정리하고 있다. 다양한 실증분석 결과들을 종합하면서 그는 노동조합이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는 프리먼과 메도프의 주장이 그 이후의 실증분석 결과들에 의해 잘 지지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노동조합이 생산성에 미치는 효과는 거의 제로에 가까워 어떤 경우는 플러스의 값을 또 다른 경우는 마이너스 값을 보인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과는 노동시장 환경이 다른 한국에선 노동조합이 생산성에 미치는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까? 사실 이에 대한 연구 결과들은 많지 않은데, 이 중 남성일 교수와 전재식 박사가 2013년 발표한 「노동조합은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가? - 경로별 요인 분해를 통한 분석」은 체계적 분석이 돋보인다. 여기선 한국상장회사협의회의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1,278개 기업들의 1990~2009년 경영 관련 자료들을 취합했다. 기본적인 분석 모델은 패널자료에 대한 고정효과 모형을 이용해 노동조합이 만들어짐에 따라 개별 기업의 생산성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추적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분석 결과는 흥미롭다. 전체적으로 볼 때 노동조합은 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조합이 존재할 경우 1인당 매출액은 17~18% 정도, 1인당 부가가치는 15~19% 정도 증가했다. 생산성을 향상시킨 경로에 대한 설명은 다소 복잡하다. 노동이나 자본과 같은 개별 생산요소의 효율성은 감소한 반면, 이러한 마이너스 효과를 상쇄하고 남을 정도로 전체 총요소생산성이 증대했다. 노동조합의 출현으로 노동과 자본의 투입량 자체가 변화해서 생산성이 변화하는 효과는 미미했다. 이처럼 총요소생산성이 크게 증대한 이유가 프리먼과 메도프가 주장하는 ‘집단적 목소리와 제도적 대응’의 효과인지, 아니면 기업의 R&D 투자 증대 등 다른 요인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 등도 아직은 불투명하다. 여전히 남아 있는 한계와 의문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이 생산성에 미치는 효과가 전체적으로 상당한 정도의 플러스 값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은 이 논문의 중요한 발견이다.
노동조합을 이기적인 독점체로만 보는 것은 편협한 시각이다. 노동조합이라는 조직을 통해 근로자들의 집단적인 목소리를 향상시키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기업에 부담이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근로자들의 집단적 목소리가 가장 필요한 중소기업, 비정규직 근로자, 특수형태고용 계층 등에서는 노동조합을 조직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어떻게 하면 이들을 노동조합의 보호막 속으로 끌어들이고, 노동조합이 생산성 향상에 미칠 수 있는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 참고문헌 · Freeman, Richard B. and James L. Medoff, What Do Unions Do?, New York: Basic Books, 1984 · Hirsch, Barry T., “What Do Unions Do for Economic Performance?,” JOURNAL OF LABOR RESEARCH, Trinity University, 2004 · Bennet, James T. and Bruce E. Kaufman, eds., What Do Unions Do?: A Twenty-Year Perspective, Transaction Publishers, 2011 · 남성일·전재식, 「노동조합은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가? - 경로별 요인 분해를 통한 분석」, 『산업관계연구』, 제23권 제4호, pp.45-66,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