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부산 보수동에서 품고 온 헌책을 펼쳤다. 선조대의 문장가인 송한필의 오언시가 눈에 들어왔다. ‘어젯밤 비에 꽃이 피더니/오늘 아침 바람에 꽃이 지네/(중략)/오고감이 비바람에 달렸구나.’
누구였을까, 이 시에 첨언을 한 이는. ‘피는 것도 어렵고 지는 것도 어려워. 그렇다고 비바람을 탓하지는 말자.’
꽃이 피는 게 쉬울 리 없고, 지는 일 또한 만만할 리 없다. 삶도 그렇다. 연분홍 동백꽃 몇 송이에 환하게 몸살이 개던 날. 다만 나는, ‘꽃 피었던 자리 어디였나’ 더듬어보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