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판지다, 실뭉치, 겉울음, 까탈스럽다, 주책이다, 엘랑’ 등 6개 항목이 올해부터 표준어로 인정됐다. 그동안 ‘술상을 걸판지게 차리다’는 ‘술상을 거방지게 차리다’로 써야 했다. 아는 이도 거의 없는 ‘거방지다’가 ‘걸판지다’에 대응하는 표준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걸판지다’도 표준어가 되면서 이젠 편하게 쓸 수 있게 됐다.
‘실뭉치’와 ‘실몽당이’도 비슷한 경우다. ‘실뭉치’는 비표준어였고 ‘실몽당이’만 표준어였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실뭉치’가 압도적으로 많이 쓰인다. 뜻도 훨씬 쉽게 다가온다. 그래서 이번에 ‘실뭉치’도 번듯하게 표준어 자격을 얻었다. ‘까탈스럽다’도 그동안 ‘까다롭다’에 막혀서 공문서나 교과서 등에서의 사용에 제약이 있었으나 일상생활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현실을 인정받아 표준어의 자격을 얻게 됐다. 앞으로는 ‘까다롭다’와 별다른 구분 없이 자유롭게 사용해도 된다.
‘겉울음’은 눈물 없이 우는 울음을 뜻하는 ‘건(乾)울음’의 비표준어로 다뤄져 왔다. 하지만 실제 용례를 보면 ‘겉울음’은‘속울음’의 반대되는 뜻으로도 쓰이고, 건성으로 우는 울음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래서 ‘겉울음’을 ‘건울음’과는 뜻이 다른 별도의 표준어로 인정하게 된 것이다.
꼭꼭 참고만 있다 보면 간혹 속울음이 겉울음으로 터질 때가 있다.
눈물도 안 나면서 괜히 슬픈 척 겉울음 울지 마.
‘주책이다’는 ‘주책없다’의 비표준어로 규정돼 왔다. ‘주책’의 본래 뜻은 ‘일정하게 자리 잡힌 주장이나 판단력’이다. 그래서 ‘주책(이) 없다’라고 하면 ‘이랬다저랬다 하여 몹시 실없다’는 뜻이 된다. 그런데 ‘주책을 부리다, 주책이 심하다’에서의 ‘주책’은 본래 뜻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용법이다. ‘주책이 심하다’는 ‘주책이 없다’와 뜻이 비슷한데, ‘심하다’와 ‘없다’는 상대되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때의 ‘주책’은 본래 뜻과는 정반대인 ‘일정한 줏대가 없이 되는 대로 하는 짓’으로 풀이를 할 수밖에 없다. 과거에 ‘주책이다’를 비표준어로 규정했던 것은 ‘주책’의 본래 뜻만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책’의 새로운 의미를 기준으로 삼으면 ‘주책이다’를 틀린 말로 볼 근거가 사라진다. 그래서 이번에 ‘주책이다’도 표준어로 인정하게 된 것이다.
우리 아이가 철이 덜 나서 주책없이 입을 놀린 거니 용서해 주세요.
그런 말을 서슴없이 하다니 너도 참 주책이다.
노래 가사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는 ‘서울에는 가지를 마오’로 고쳐 써야 했다. ‘엘랑’은 ‘에는’의 비표준어였기 때문이다. ‘엘랑’은 ‘에+ㄹ랑’으로 분석되는데, ‘에는’과는 어감상 차이가 있다. 그리고 ‘ㄹ랑’은 ‘엘랑, 에설랑, -고설랑, -질랑’ 등 여러 가지 말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다. 여러모로 ‘엘랑’을 굳이 비표준어로 묶어 둘 이유가 없다고 봐서 표준어로 인정하게 된 것이다.
어떤 말이 새로 표준어가 됐다고 해서 다른 말이 비표준어가 되는 일은 없다. 언어 사용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복수 표준어 추가는 어문규범을 현실화하고 언어생활의 편의를 높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