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자고로 푹 자야 맛이다. ‘쇠잠’은 소가 쿨쿨 자듯이 ‘깊이 든 잠’을, ‘꽃잠’은 ‘깊이 든 잠’ 또는 ‘신랑 신부의 첫날밤의 잠’을 가리킨다. ‘귀잠, 꿀잠, 속잠, 통잠, 한잠’ 등도 깊이 든 잠을 가리키는 말들이다. 이렇게 깊이 잠들려면 모름지기 잠자리가 편해야 하는데, 두 발 쭉 펴고 마음 놓고 편안히 자는 잠을 ‘발편잠’이라고 한다.
정작 집을 떠나기로 작정하고 본즉 더욱 마음이 조여서 하루라도
이 지붕 밑에서는 발편잠을 잘 수 없었다. - 한설야 「탑」
이와 달리 남의 발이 닿는 쪽에서 몸 하나 겨우 누여서 자는 잠은 ‘발칫잠’이라고 하는데, 이와 비슷한 말로 ‘갈치잠, 칼잠’은 비좁은 공간에서 모로 누워 자는 잠, ‘개잠, 새우잠, 시위잠’은 몸을 웅크리고 자는 잠, ‘덕석잠’은 이부자리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자는 잠을 가리킨다.
먼동이 틀 무렵에야 앉은자리에 꼬꾸라져서 개잠을 한숨 자려는데
동자치 어멈의 딸 두점이가 종종걸음으로 내려와서 문을 두드린다.
- 김용식 「규중비사」
잠자리가 불편하면 아무래도 ‘선잠’을 잘 때가 많은데, 선잠을 가리키는 말에는 ‘개잠, 괭이잠, 노루잠, 벼룩잠, 토끼잠’처럼 동물의 잠자는 습성을 빗댄 것이 많다. 하나같이 무슨 소리만 났다 하면 자다가도 퍼뜩 일어나 도망칠 것 같은 동물들이다. 이 밖에도 깊이 들지 않은 잠을 가리키는 말로는 ‘겉잠, 여윈잠, 수잠, 사로잠, 뜬잠, 풋잠’ 등이 있다. ‘그루잠, 두벌잠, 개(改)잠’은 깨었다가 다시 드는 잠을 가리키는 말이다.
성녀는 푹 잠이 들까 보아 제 손으로 허벅다리를 꼬집어 뜯으며
토끼잠을 자야만 하였다. - 변희근 「빨간댕기」
이렇게 선잠을 자고 나면 낮에 잠시 ‘쪽잠’이라도 자야 그나마 피곤함을 덜 수 있다. ‘아시잠, 초벌잠, 어뜩잠, 한잠’ 등 도 잠깐 눈을 붙이는 잠이다. 특히 눈치 보면서 몰래 자는 잠은 ‘도둑잠’이라고 한다.
쪽잠이나마 누워서 잘 형편이면 그나마 낫다. 실상은 누울 형편이 되지 못해 ‘앉은잠’을 자거나 ‘꾸벅잠’을 자는 일도 많다. 앉은잠 중에서도 ‘고주박잠’은 등을 구부리고 앉아서 자는 잠을 가리키고, ‘말뚝잠’은 꼿꼿이 앉은 채로 자는 잠을 가리킨다. 너무 피곤해 잠을 주체할 수 없을 때에는 아무 데라도 쓰러져 ‘멍석잠’을 자기도 하고, 옷을 입은 채 아무것도 덮지 않고 아무 데서나 쓰러져 ‘등걸잠’을 자기도 한다.
오늘 아침은 배창자가 주린 것도 아닌데 나는 졸음에 겨워
등걸잠에 빠져들고 있었다. - 김원일 「노을」
잠자리에 드는 시간에 따라서도 다양한 표현이 있다. 저녁에 일찍 자는 잠을 ‘일잠’이라 하고, 아침 늦게까지 자는 잠은 ‘아침잠’, 새벽에 깊이 자는 잠은 ‘새벽잠’이라 한다. 막 곤하게 든 잠을 ‘첫잠’이라 하고 잘 만큼 잔 후에 또 자는 잠을 ‘덧잠’이라 한다. 봄날에 노곤하게 자는 잠을 가리키는 말로 ‘봄잠’이 있는 것을 보면 ‘춘곤증’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싶다.
지금까지 설명한 잠들은 모두 어찌 됐건 진짜 졸려서 자는 ‘참잠’이다. 거짓으로 자는 체할 때는 ‘꾀잠’ 또는 ‘헛잠’을잔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