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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통계, 세상과 소통하다같은 듯 다른 듯 ‘유사통계’ 바로 보기
서운주 통계청 통계정책과장 2017년 04월호



글로벌 유수 컨설팅 업체의 문제해결을 위한 분석기법 중 하나인 MECE(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는 우리말로 해석하면 ‘중복도 누락도 없이’ 정도가 될 것이다. 어떤 대상을 분석하기 위해 사안을 분류할 때 서로 겹치는 부분이 없으면서도 빠지는 부분이 없도록 나눠야 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인간을 나눌 때 ‘남과 여’라는 성별로 나누면 MECE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하지만 ‘남자와 여자, 그리고 자녀’로 나누면 중복이 생긴다. 또 ‘노인과 아이’로 나누면 중간에 누락이 생기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통계에도 이처럼 M ECE 원칙이 단순하고 깔끔하게 적용된다면 통계작성의 효율과 이용 편의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무수히 많은 통계들이 작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복·유사통계가 전혀 없는 환경을 기대하는 것은 다소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중복통계는 조율을 통해 작성주체 등을 일원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반면 유사통계의 경우는 무작정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수만은 없다. 수많은 경제·사회 현상을 통계로 극도로 단순화할 경우 현상을 제대로 보고 분석하는 데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인구 5천만명 돌파, 통계청과 행정자치부 발표 시기는 왜 다를까?
사회가 복잡다단해지면서 오히려 보는 관점에 따라 유사하지만 정책 목적상 다양한 통계가 더 필요할 수도 있다. 이때 통계 작성목적과 기준, 범위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민간기업에서는 소비자의 심리나 소비패턴을 정확하게 파악해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통계를 작성한다. 만약 작성목적에 맞게 통계조사의 기준과 범위를 명확하게 설계하지 못한다면 기업 경영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국가정책 수립의 기반이 되는 국가통계의 경우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국가 전체로 더 폭이 넓고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고 정확하게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


국가통계의 경우에도 오랜 기간 중복통계 작성으로 인한 비효율과 유사통계로 인한 혼란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돼왔다. 통계청은 각종 경제통계를 통합해 조사·작성하는 등 통계의 중복을 피하기 위한 자체적 노력과 함께 타 부처 및 기관과의 중복통계 작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조정 역할을 지속적으로 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부처 간 작성목적이 상이한 상황에서 유사통계와 중복통계의 구분을 명확히 하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작성목적에 따라 미세하게 차이가 나는 유사통계의 경우 최종 소비자는 겉으로 보이는 결과만을 주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혼선을 겪을 수 있다. 이는 각 통계작성기관이 국가통계를 공표할 때 작성목적과 기준, 방법, 범위 등을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은 데서 오는 혼란인 경우가 많다. 통계이용자뿐만 아니라 정치권이나 언론에서도 유사통계에 대한 오해가 반복 재생산되면서 혼란의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어 안타까운 것이 사실이다. 유사통계에 대한 오해 해소가 시급한 이유다.


인구통계는 국가 운영에 가장 기본이 되는 통계다. 2012년 우리나라 인구는 5천만명을 넘었다. 이로써 우리는 세계에서 7번째로 1인당 연소득이 2만달러 이상이면서 인구도 5천만명이 넘는 나라를 의미하는 ‘20-50클럽’에 자랑스럽게 이름을 올렸다. 통계청에서는 이를 기념해 축하행사를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행정자치부는 2010년 이미 주민등록상 인구가 5천만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통계청의 발표와 2년여의 차이가 난 것이다. 이 같은 뚜렷한 차이를 접하는 국민들은 혼란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통계청과 행정자치부가 인구통계를 작성하는 방법과 사용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통계청 인구통계의 경우 5년마다 실시하는 인구주택총조사의 자료를 토대로 출생, 사망, 국제이동 등 인구변동요인을 감안해 작성한 추계인구를 기준으로 한다. 반면 행정자치부의 주민등록인구는 내국인 관리를 위한 주민등록시스템에 등재된 내국인 인구를 집계해 작성한 것이다. 실제 한국에 거주하지 않는 재외국민이나 주민등록을 정리하지 않은 출국자 등이 포함돼 인구가 실제보다 많이 잡히는 경향이 있다. 국내외에서는 추계인구가 공식 통계로 활용된다.




「오해하기 쉬운 ‘유사통계’ 바로 알기」 발간… 작성기준 차이점과 통계이용상 유의점 담아
흡연율 통계 역시 통계청의 사회조사 결과와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의 수치가 서로 다르다. 이 역시 흡연자를 파악하는 기준이 달라서 발생한 차이다. 통계청의 경우 현재 기준으로 담배를 피우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인 반면, 보건복지부는 평생 동안 담배를 5갑(100개비) 이상 피웠고 현재에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흡연자로 정의하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양 기관의 흡연율 통계는 수치는 다르지만 추세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여성흡연율과 같은 경우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공식 흡연율보다 높다는 민간의 조사 및 연구 결과 등도 참조해 금연정책 등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작성기관에 따라 아주 큰 차이가 나는 통계도 있다. 가계부채 통계가 주인공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통계청과 한국은행의 부채통계에 무려 수백조원의 차이가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역시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와 한국은행의 가계신용통계 간 부채통계의 사용목적과 작성방법이 상이한 것이 원인이다. 통계청은 개별 가구에서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가구의 부채규모, 구성 및 분포와 다양한 가구특성별 부채수준을 비교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행은 금융기관을 통한 전체 가계의 신용등급, 금융거래 등 가계부채의 총량 파악이 목적이다. 통계청은 미시분석, 한국은행은 거시분석에 유용하다고 할 수 있다.


통계청은 이처럼 유사통계의 오해를 해소해 정부, 기업, 국민 등 통계이용자의 혼선을 줄이고 올바른 통계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해 6월 ‘통계 오용 및 왜곡 개선방안’을 마련,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상정하고 논의를 본격화한 이후 연말에 「오해하기 쉬운 ‘유사통계’ 바로 알기」란 책자를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 유사한 통계를 통계 분야별로 구분하고 각 통계별 작성 목적과 방법, 범위 등 작성기준의 차이점과 이용상 유의점 등을 자세히 정리해 통계작성기관이 통계 발표 시 활용하고 통계이용자들이 보다 정밀하게 통계를 이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통계를 작성하고 이용할 수 있다. 다만 통계작성기관이 각자 필요한 국가통계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유사한 통계를 중복으로 작성할 경우 예산과 인력 낭비는 물론 통계조사에 응답하는 개인이나 기업의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통계청은 국가통계를 세밀하게 분류하고 새로운 국가통계를 작성, 변경, 또는 중지하는 경우에 승인하는 제도를 운영함으로써 중복통계를 방지하고 유사통계로 인한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통계청은 향후에도 나라 경제와 국민 행복을 위한 무형의 인프라인 ‘중복과 누락’이 없는 촘촘한 통계의 그물망 구축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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