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과 경제사회의 발전이라는 과제는 개발도상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인식 아래 유엔은 2015년 9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채택했다. SDGs는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2030년까지 인류가 다 함께 달성해야 할 17개 목표, 169개 세부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미흡하지만 국가 발전의 변곡점에 위치한 현시점에서 SDGs가 갖는 의미와 유용성은 크다고 할 것이다.
1930년 전대미문의 대공황으로 모두가 인류의 미래에 대해 비관하고 있을 때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우리 후손들을 위한 경제적 가능성(Economic Possibilities for Our Grandchildren)’이라는 제목의 기고에서 100년 후인 2030년에는 인류사회가 경제적 문제를 극복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당시의 시련은 그간의 빠른 기술혁신 등에 따른 일시적 조정 현상이며, 파괴적인 전쟁이나 상당한 인구 증가가 없을 경우 장기적으로 인류는 부족(want)의 문제에서 해방돼 2030년의 후손들은 훨씬 높은 삶의 수준을 누릴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다. 이후 2차 세계대전에도 세계경제는 지속적인 성장을 해왔고 케인스 예언대로 2030년경에는 인류사회가 부족과 빈곤의 문제에서 해방될 것처럼 보였다.
사회·환경 문제까지 포함한 SDGs,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17개 목표 제시 실제로 인류는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괄목할 만한 발전을 해왔다. 예컨대 1990년 19억명(세계 인구의 36%)에 달하던 극빈층 인구는 2015년 8억4천만명(12%)으로 줄었고 23.3%였던 기아인구 비중도 12.9%로 줄었다. 새천년을 맞이해 유엔은 빈곤 퇴치 등을 목적으로 새천년 개발목표(MDGs; Millennium Development Goals)를 채택한 바 있는데 총 8개 목표 중 빈곤과 기아 감축(목표 1), 초등교육 이수(목표 2), 말라리아·결핵 치료(목표 6), 식수 접근(목표 7) 등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세계 최빈층의 70% 이상이 중저소득국에 거주하고 있으며 선진국에서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소득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파리 지하철의 노숙 난민, 모기지 때문에 길거리로 쫓겨난 뉴요커, 길거리를 배회하는 남유럽 실업 청년 등 어지러운 삶의 모습은 세계 도처에서 목도된다. 저성장, 고실업, 불평등, 테러, 기후변화 등 오늘날 문제를 보면 우리 삶이 이전보다 행복하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헬조선, 흙수저 같은 말이 횡행하는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경제 문제뿐 아니라 사회적·환경적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하며 빈곤과 경제사회의 발전이라는 과제는 개발도상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인식 아래 유엔은 2015년 9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채택했다. SDGs는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2030년까지 인류가 다 함께 달성해야 할 17개 목표, 169개 세부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①빈곤, ②식량, ③보건, ④교육, ⑤성평등, ⑥물, ⑦에너지, ⑧경제성장, ⑨인프라, ⑩불평등, ⑪도시, ⑫소비·생산, ⑬기후변화, ⑭해양, ⑮생태계, ?평화·제도, ?이행수단 등 17개 목표는 경제, 사회, 환경, 글로벌 협력 등 제반 분야를 아우르고 있으며 목표 수준 또한 야심차고 변혁적이다.
OECD, 11개 회원국 대상의 시범사업 완료하고 이행체계 구축 위한 가이드도 제공 SDGs를 달성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새로운 국가전략을 세우고 범정부적 추진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유엔에서는 글로벌 차원의 SDGs 이행 점검을 위해 연례 장관급 회의, 유엔 총회 주관 정상급 회의(4년에 1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산하 통계위원회(UNSC)를 통해 SDGs 이행을 점검할 지표 프레임워크를 개발하고 있다.
한편 OECD는 회원국들의 SDGs 이행을 돕기 위한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고 있다. SDGs 초기 상황과 목표지점과의 차이를 측정하기 위해 11개국을 대상으로 한 시범사업을 이미 완료했다. OECD 회원국의 SDGs 상황을 보면 보건(SDG3), 물(SDG6)은 목표의 70%를 달성했지만 성평등(SDG5)은 목표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해양(SDG14), 이행수단(SDG17), 인프라(SDG9) 등 목표는 회원국별 편차가 큰 반면 식량(SDG2), 불평등(SDG10), 제도(SDG16) 등은 국별 편차가 작은 편이다.
국별 사례를 보면 노르웨이는 73개 세부 목표 중 23개를 달성하고 농산물 보조금 축소 등 1개가 미진하다고 평가된 반면, 슬로베니아는 8개 세부 목표를 달성했지만 전염병 사망자 감축 등 13개는 미흡하다고 평가됐다.
OECD는 각국의 SDGs 이행체계 구축을 위한 가이드도 제공하고 있다. SDGs의 효과적인 이행을 위해서는 정치적 리더십, 경제·사회·환경의 통합적 접근, 미래세대에 대한 고려, 중앙·지방·국가 간 협력, 모니터링체계 등 정책 정합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이행체계(정책정합성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엔에 SDGs 이행보고서를 제출한 22개국 중 9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OECD가 이행상황을 분석한 결과, 대다수 회원국들은 기존 국가개발전략과 SDGs의 연계를 강화(독일, 스위스, 한국, 에스토니아 등)한 반면, 일부 국가는 별도의 SDGs 이행계획을 마련(핀란드, 프랑스, 노르웨이, 스위스 등)했다. 한편 조정체계에서는 많은 국가들이 대통령·총리 주도 체계(에스토니아, 핀란드, 프랑스, 독일, 멕시코 등)를 구축한 반면 일부 국가는 정부 작업반 설치(스위스, 터키), 목표별 조정부처 지정(노르웨이) 등 자국 사정을 고려해 이행체계를 마련했다.
국내 논의는 미흡… 국가목표와 발전전략 재검토하는 기회로 삼아야 SDGs 이행 문제는 다양한 목표 간 상충 소지와 우선순위 결정, 목표와 수단 간의 연결고리 등 방법론적인 한계가 있고, 또한 모든 나라에 적용되는 보편적 목표체계라서 우리 현실에 적합한지 등 고려해야 할 이슈들이 많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SDGs를 어떤 방식으로 이행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국가발전 목표와 전략체계에 통합 운용할지, 국가건강 상태를 체크하기 위한 자료로 활용할지 등을 결정해야 하고 통합적이고 범부처적으로 접근해야 하지만, 아직 SDGs 활용방식, 추진전략과 체계에 대한 국내 논의는 미흡하다.
유엔 목표는 국가 발전의 변곡점에 위치한 우리나라에 특히 의미와 유용성이 크다. 우선, SDGs 항목은 경제사회가 건강한지, 어디가 아픈지 종합 점검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다. 언제부턴가 활력이 떨어지고 쉬 아프기도 하지만 원인과 처방에 대한 의견은 각기 다르다. SDGs에 비춰보면 우리 국민의 삶이 어떤지,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체계적으로 점검할 수 있다.
둘째, 국가목표와 발전전략을 재검토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대단한 경제적 성과를 이뤘지만 구조적 문제가 쌓였고 발전 패러다임의 유효성에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SDGs를 토대로 향후 지향할 목표와 우선순위를 논의하면 국가개조의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 경제 목표와 사회적 가치가 상충되는 경우가 많지만 유엔 목표를 균형 있게 달성하려면 경제적 왜곡을 줄이고 비경제 부문의 취약성을 고쳐야 한다.
셋째, SDGs는 구성원 모두가 고민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의제다. 참여와 소통으로 중지를 모으는 과정에서 국가발전을 위한 공감대도 키울 수 있다.
SDGs 이행을 종합적인 국가개조의 맥락에서 파악하고 전향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지켜야 하는 국제적 약속이므로 보다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추진체계도 현재의 부처별 산발적인 대응에서 벗어나 실효성 있도록 정비해야 한다. SDGs 이행이 우리 경제사회가 보다 균형 있게 발전하고 국민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