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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꽃보다 아빠인센티브
유신재 한겨레신문 기자 2018년 02월호



지난해 연말부터 불안불안했다. 쌍둥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에 A형 독감이 돌기 시작했다. 하루걸러 한 명씩 확진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원아수첩 앱을 통해 날아왔다. 해가 바뀌면서 A형 독감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용케도 우리 아이들은 잘 지나가나 했다. 연초부터 B형 독감이 돌기 시작했다. 운은 거기까지였다. 둘째가 B형 독감에 걸렸다.
아내와 내가 번갈아 휴가를 내며 일주일 동안 집에서 쌍둥이들을 돌봤다. 기특하게도 둘째는 아픈 아이 치고는 컨디션이 괜찮았다. 때로 열이 39도까지 오르고, 어마어마한 양의 콧물이 났지만 별로 보채지 않았다. 지난해 여름에 폐렴으로 입원까지 했던 경험이 있어서 독감은 견딜 만했던 건지, 나와 아내의 대응 능력이 좋아진 건지 모르겠다.
문제는 약이었다. 쌍둥이들은 원래 약을 참 잘 먹는 아이들이다. 부루펜, 타이레놀, 페니라민, 코미시럽, 리나치올 등등 참 맛있게 쪽쪽 빨아먹었다. 하지만 타미플루는 달랐다. 둘째는 혀에 한 방울 대보더니 “맛이 없어”라며 저만치 도망을 쳤다. 자의식은 발달했지만 아직 설득은 안 되는 나이, 힘은 세질 대로 세진 아이에게 억지로 약을 먹이는 건 참 고역이다. 주짓수 기술을 넣듯 두 다리를 이용해 꼼짝 못 하게 잡아두고 코를 막고 입을 벌려 먹여야만 했다. 약을 먹인 뒤에는 분하고 서러워서 우는 아이를 한참 동안 안아줘야 했다. 아침저녁으로 그 짓을 며칠 반복하자니 나도 마음이 안 좋았다.
사흘째 되던 날, 아침에 약을 준비하다가 주방 수납장에서 막대사탕을 발견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장시간 자동차를 탈 때 보채면 주려고 예전에 사놓고는 잊고 있었다. 왜 진작 이 생각을 못했을까. 미장원에서 머리하기 싫다고 버티다가 사탕을 주겠다는 꼬임에 넘어왔던 아이들이었는데. 둘째에게 사탕을 보여주며 약병을 내밀었다. 잠시 고민하더니 약을 한 번에 털어넣었다(첫째도 저도 사탕을 먹겠다며 약을 달라고 했다). 적절한 인센티브 설계로 직원들의 업무성과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데 성공한 CEO가 이런 기분 아닐까.
의기양양하게 아내에게 성공 스토리를 자랑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저녁에 다시 막대사탕을 제안했지만 둘째는 거부했다. 첫째만 사탕을 챙겼다. 둘째는 입맛이 상당히 까다롭다. 토스트를 먹을 때도 잼보다 버터를 선호하는 아이다. 미끼를 아이스크림으로 바꿨다. 하지만 그것도 한 번뿐이었다. 매번 높아지는 역치를 감당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다시 주짓수로 닷새에 걸친 투약을 마쳐야 했다.
같은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회사 후배 윤형중 기자도 비슷한 딜레마에 빠졌다. 큰딸이 우리 쌍둥이들보다 조금 큰데, 얼마 전부터 기저귀를 떼는 훈련을 시작했다. 변기에 볼일을 볼 때마다 킨더 초콜릿을 하나씩 주는 인센티브 제도를 시행했다. 아이는 금세 변기에 적응했다. 아빠가 퇴근하기를 기다렸다가 한꺼번에 대여섯 개의 초콜릿을 청구하게 됐다. 윤 기자는 곧 모라토리엄(지급유예) 선언을 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아내는 ‘포퓰리즘 정책의 말로’라고 비난했다. 충치, 비만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비판에 맞설 논리도 없다. 그렇다면 아침에 어린이집 가기 싫다고 옷 갈아입기를 거부하고, 오후엔 집에 가기 싫다고 도망다니고, 저녁엔 목욕하기 싫다고 발버둥치는 아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육아서적을 뒤져봐도 부모가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만 나온다. 결국 ‘노답’이란 말이다.
얘들아, 우리 언제쯤이면 합리적인 대화로 문제를 풀어갈 수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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