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에서 신용카드는 지양해야 할 결제수단으로 꼽힌다. 수중에 현금이 없어도 충동구매가 가능하고 지출이 바로 체감되지 않아 과소비를 부추겨서다. 그래서 일부 재테크족은 ‘신용카드=빚’이라고 인식하고 현금만을 고집한다. 그러나 100원짜리 사탕 하나도 카드결제가 가능한 세상이다. 신용카드도 잘만 활용하면 효율적인 재테크 수단이 될 수 있다.
우리 집은 총 3개의 신용카드를 사용한다. 한 개는 통신비·주유비·관리비가 할인되는 생활비 지출용 카드고 나머지는 전월 실적 조건이 없는 항공마일리지 연계 신용카드다. 1년이면 가까운 나라를 왕복할 수 있을 만큼 항공마일리지가 쌓여 여행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의 만족도가 크다. 단, 신용카드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매달 나가는 고정지출 위주로 쓴다.
신용카드 결제일은 모두 14일로 통일했다. 카드사마다 하루 이틀 차이는 있지만 매달 1일부터 말일까지 사용한 카드값은 보통 다음 달 14일에 결제된다. 2월 1일부터 28일까지 사용한 카드값이 3월 14일에 결제되는 시스템이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매달 1일~말일을 기준으로 생활비를 책정하기 때문에 신용카드 결제일 역시 이에 맞추는 것이 가계 정산에 수월하다.
신혼 초만 해도 두 사람의 신용카드 결제일이 제각각이어서 한 달 소비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다. 어떤 달은 카드를 많이 썼는데도 생활비가 남았고, 어떤 달은 그 전달에 쓴 카드값이 한꺼번에 빠져나가 생활비가 모자랐다. 한 달 예산을 세워봤자 무용지물이었다. 그러나 모든 신용카드의 결제일을 14일로 통일한 후에는 더 이상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았다. 매달 1일부터 말일까지의 카드사용 내역과 한달 치 가계부를 비교한 후 2주 뒤에 빠져나갈 카드값만 계산해 생활비 계좌에 넣어두면 결제수단만 신용카드일 뿐 체크카드와 다름없다. 가계부와 카드사용 내역이 깔끔하게 맞아떨어지니 다음 달 생활비 예산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
고가의 제품을 구입하거나 큰 경조사가 있을 땐 가급적 월초에 결제한다. 신용카드에는 ‘신용공여’라는 고유한 기능이 있다. 이는 카드로 결제한 뒤 카드값이 빠져나가기 전까지 지불을 유예할 수 있는 기간을 말한다. 카드사로부터 무이자로 돈을 빌려 쓰고도 일정 기간 돈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만약 2월 1일에 20만원을 결제한 뒤 3월 14일에 카드값을 갚는다면 무려 42일의 신용공여가 발생한다. 이 기간 동안 카드값을 CMA계좌에 넣어두면 깨알 같은 이자를 챙길 수 있다. 그래서 비싼 물건일수록 매달 초에 결제하는 것이 유리하다.
소비는 충동적으로 일어날 때도 있지만 경조사처럼 예측 가능한 소비도 적지 않다. 이럴 때 신용카드의 신용공여 기능을 알아두면 우리 집 생활비 수준을 고려해 결제일자를 조절할 수 있다. 이번 달 생활비 지출이 많다 싶으면 다음 달 초로 결제를 미루고, 다음 달 생활비가 빠듯할 것 같으면 이달 중으로 결제해 한 달에 생활비가 몰리지 않도록 분산할 수 있다.
저축을 이유로 신용카드를 포기하기엔 챙길 수 있는 혜택이 크다. 이왕 사용하는 신용카드라면 결제일을 14일로 통일하기, 비싼 물건일수록 매달 초 결제하기, 이 두 가지 공식을 활용하는 건 어떨까?